렌즈를 통해 바라본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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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를 통해 바라본 집
건축 전문 포토 스튜디오 11h45

Text | Angelina Gieun Lee

집을 새로 짓거나 보수라도 하려 하면 주변의 건축 분야 관련자를 먼저 찾게 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비슷한 경험을 한 지인의 조언이라도 구할 것이다. 경험자에 대한 신뢰 때문이지만 기존의 기준과 관념에 따라 일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대다수. 그럴 때면 한 번쯤 다른 시각을 가진 이들을 찾아봄은 어떨까.

2009년 파리에서 시작한 건축 전문 포토 및 비디오 스튜디오 11h45는 프랑스 건축 스튜디오 페로뎅 아키텍트, 구마 켄고 등 저명한 건축가의 건축물 사진 및 비디오를 제작했고, 갤러리 라파예트 샹젤리제가 비야르케 잉겔스 그룹과 협업해 리노베이션 한 공간을 촬영하는 등 건축 전문 촬영 스튜디오로 입지를 다져왔다. 한편 덴마크 항구 도시 오르후스Aarhus의 주거 단지를 무대로 펭귄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더 프로펫 The Prophet>을 자체 제작하며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건축을 피사체로만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작품의 소재로도 활용하는 11h45는 집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색다르다.

© architecture-gilles-perraudin-montélimar

11h45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플로랑 미셸 Florent Michel, 설립자 및 대표 포토.Ÿ비디오그래퍼) 2009년 스튜디오를 시작했으니 1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스튜디오 이름은 단순하되 개성 있으면서 차별화됐으면 했고, 프랑스어로 11시 45분을 뜻하는 11h45가 어떨까 싶었어요. 사실 오전이든 오후든 사진 찍기에 그리 좋은 시간은 아니에요. 그저 조금 우아하게 보이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웃음)

다양한 건축물을 촬영해 오셨는데, 본인만의 원칙 같은 게 있나요?

제가 말보다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다 보니 인터뷰 도중 말을 더듬을지 모르겠습니다. (웃음) 질문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진 않네요. 제 본능에 충실히 하고자 한다는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는데. 건물의 시각적 요소를 기계적으로 담는 게 아니라 건축물이라는 무대에 유머와 위트를 버무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살아보고 싶다’는 본능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햇빛이 자재를 비추며 오묘한 색을 만들어 내고 있었어요. 돌이나 진흙을 사용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지속 가능하면서 스마트하다고 생각했죠.”

본능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세요. 집을 예로 든다면요.

현장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살아보고 싶다’는 본능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대, 페로뎅 아키텍처가 몽텔리마흐에 지은 주택이 기억에 남아요. 처음 보았을 때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였죠. 레고 블록을 쌓아 올린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부를 촬영하던 중 집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자재를 비추며 오묘한 색을 만들어 내고 있었어요. 매우 따뜻했고, 안정감도 느꼈습니다. 프랑스도12월이면 춥게 마련인데 춥다는 생각이 전혀 안들 정도였어요. 특히 돌이나 진흙을 사용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지속할 수 있으면서 스마트하다고 생각했죠.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제작한 애니메이션도 환경 문제를 주제로 담고 있더군요.

2013년부터 프로젝트 추진을 준비했습니다. 애니메이터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됐고요. 완성해 가며 처음 의도보다 기후 변화 문제와 더 밀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펭귄 무리가 보금자리를 잃고 대신 선택한 곳이 빙하와 가장 비슷하게 생긴 주택 단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향후 또 다른 프로젝트를 제작하게 된다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더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네요. 이와 같은 주제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작업에서뿐 아니라 제 집을 바라볼 때도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고요.

“최첨단 기기와 기술로 무장하는 게 아니라 ‘현명하다’는 의미에 더 가까워요. 설계부터 자재 선택 그리고 생활 방식에 이르는 모든 부분에서 말이죠. 화려한 장식이나 섬세함은 없지만 단순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어 그 안에서 사는 우리가 안정을 느낄 뿐 아니라 지구와 환경에도 이롭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집에 대해 갖는 변화된 생각은 무엇인가요?

안정감을 주었으면 해요. 그만큼 심플하고 스마트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스마트란 최첨단 기기와 기술로 무장하는 게 아니라 ‘현명하다(wise)’는 의미에 더 가까워요. 설계부터 자재 선택 그리고 생활 방식에 이르는 모든 부분에서 말이죠. 화려한 장식이나 섬세함은 없지만 단순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어 그 안에서 사는 우리가 안정을 느낄 뿐 아니라 지구와 환경에도 이롭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요.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요?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세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차분하게 생각해보고 스스로 물어볼 기회를 가지세요. 그래야 제대로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죠. 모든 것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처리하려는 데에만 치중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런 피로감을 느끼는 많은 이들이 단순함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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