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라는 집에 초대된 손님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아이슬란드라는 집에 초대된 손님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명연

Text | Myungyeon Kim
Photos | Hyoungjong Lee

1년에 한 번씩 로드 트립을 떠나 노매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명연 부부. 그들이 지난 2월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돌며 집 안에 들일 풍경을 수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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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이슬란드라는 거대한 집에 초대된 손님처럼 자연의 안내에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자연이 허락하는 길을 골라 시계 방향으로 이동하며 화산과 빙하가 만들어낸 세상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경험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이국적 풍경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우리의 삶의 태도가 드러나는 공간을 떠올리게 되었다.

장벽처럼 레이캬비크 북쪽을 막아선 에샨Esjan산.
아이슬란드의 절정,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빙하 바트나이외퀴들Vatnajökull.

지난 2월, 코로나19가 유럽으로 번지기 직전 아이슬란드로 로드 트립을 다녀왔다. 우리나라보다 약간 더 면적이 넓은 이 섬나라는 일정한 방향과 흐름으로 여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현관으로 시작해 거실, 안방, 주방을 돌아보며 집주인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살펴보듯 일정한 방향과 흐름으로 여행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손님들에게 무엇을 먼저 소개하고, 어떻게 안내하면 좋은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집주인처럼 기-승-전-결이 명쾌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계획이기보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자연이 이끄는 대로 해야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러한 감정이 신뢰로 바뀌게 됨을 깨달을 것이다.”

낯선 세상으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첫 번째 공간은 비행기 안이다. 아이슬란드 항공의 기내 안전 영상은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홍보하듯 캠핑이나 하이킹을 즐기는 장면에 비상 탈출 안내와 같은 내용을 담아 보여준다. 비행기 이륙 순간부터 아이슬란드가 어떤 곳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공항에 내린 사람들은 수도 레이캬비크로 간다. 이 도시는 아이슬란드라는 거대한 공간을 경험하기 위한 전실일 뿐 진짜는 그곳을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대표적인 곳이 ‘골든 서클Golden Circle’이다. 두 대륙판의 경계부, 폭포, 간헐천이 있는 골든 서클은 아이슬란드의 지형적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갤러리 같다. 이곳을 통과하면서 사람들의 동선은 남부와 북부로 나뉜다. 많은 사람들은 남부로 이동해 검은 모래 해변에 이른다. 바다를 향해 일렬로 서서 하얗게 부서지는 거친 파도를 몰입해서 바라보는 모습이 파도 못지않게 장관인 곳이다.

(위 사진 모두) 아퀴레이리 시내.

시간이 좀 더 있는 사람들은 동쪽을 향해 간다. 그곳에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빙하가 있어, 집주인의 솜씨가 절정에 이르는 공간에서처럼 차가운 얼음 땅의 매력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를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은 여기서 더 북쪽으로 올라간다. 북부의 수도라 불리며 신호등의 빨간 불조차도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는 사랑스러운 도시, 아퀴레이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이 이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링 로드Ring Road’라 불리는 1번 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섬을 한 바퀴 에워싸는 이 도로를 벗어나면, 도로 포장 상태가 좋지 않거나 굴곡져서 기상 상태에 따라 출입이 통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겨울에는 링 로드와 연결된 많은 도로가 변덕스러운 아이슬란드 날씨만큼이나 자주 통제되어 여행객들은 자연스럽게 링 로드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시계 방향 혹은 반시계 방향으로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돌아 레이캬비크 남쪽, 공항에서 약 20km 떨어진 블루 라군Blue Lagoon에서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다. 하얀 실리카 머드를 품고 있는 하늘빛 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고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핀란드에 사우나가 있듯 땅속의 지열로 살아가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는 온천이 일상의 휴식처가 되어준다.

숙소에서 바라보이는 블루 라군.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든 다이아몬드 비치.

지열은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단서이다. 아이슬란드라는 이름과 달리 이 나라는 태생부터가 ‘불의 땅’이었다. 북아메리카 대륙판과 유라시아 대륙판이 만나는 대서양 중앙해령의 열점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로 생겨나, 그 안에서는 여전히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땅속 깊은 곳에서 끓고 있는 마그마의 열기가 땅 위의 사람들에게 빵을 굽고 음식을 익히는 천연 오븐을 제공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동력이 되어 전기세 걱정 없이 혹독한 겨울을 날 수 있게 해준다(아이슬란드는 전기세가 저렴하기로 유명하다). 또한 지열 발전이라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환경보호 효과도 거둔다. 얼음과 불, 빙하와 화산이 공존하는 땅에서 자연의 혜택을 누리며 사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이슬란드답다.

 

여행객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강풍·폭설 예보와 함께 도로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1차선 다리를 건너기 위해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 생수 대신 수돗물을 마셔야 하는 꺼림칙함 같은 것을 종종 경험하게 될지라도 자연이 이끄는 대로 해야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러한 감정이 신뢰로 바뀌게 됨을 깨달을 것이다. 여름이면 빙하가 녹아내려 도로를 덮고 다리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빨리 복구할 수 있도록 1차선으로 다리를 낸 것이며, 빙하가 녹아 스며든 지하수를 수돗물로 사용해 생수보다 깨끗하다고 자부하는 이들의 삶의 태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돌며 발견한 그들의 일상은 우리에게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답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명쾌하지 않아도 둘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는 충분한 단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정말 그곳이 우리가 바라는 삶처럼 합리적이고 담백한지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명연의 호주 로드 트립>

① 집은 일상의 베이스캠프

② 가장 완벽한 집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명연의 아이슬란드 로드 트립>

① 아이슬란드라는 집에 초대된 손님 (현재 글)

② 풍경 수집을 위해 떠난 아이슬란드 로드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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