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닌 스토리를 팔다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집이 아닌 스토리를 팔다
영국의 부동산 사이트 더 모던 하우스

Text | Nari Park

‘집(house)’처럼 양가적 의미를 내포한 아이러니한 대상도 드물다. 집은 자본주의 최전선에서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이자 누군가에게는 돈으로 산정할 수 없는 가장 아늑한 휴식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집을 사고파는 일을 중개하는 부동산업체는 집을 투자 대상으로 다루며 가격과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왔다.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가장 확실한 자산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한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와 다르다. 재산 가치가 남다른 집보다 거주자에게 최고의 영감을 주는 공간을 소개하는 데 집중한다. 우리가 판매하는 집은 부와 복지 같은 개인적 요소에서부터 커뮤니티, 건축 보존 같은 거시적 주제까지 아우른다.” – 더 모던 하우스 -

영국의 부동산 중개업 사이트 ‘더 모던 하우스 The Modern House(www.themodernhouse.com)’는 흔히 집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교통과 위치, 학군을 강조하는 대신 ‘라이프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운다.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이 아니라 공간에 머문 이들의 흔적,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인의 삶을 부동산의 새로운 가치로 드러내는 것이다.

 

한 번쯤 살고 싶은 집, 세련되고 온기가 스며 있는 집의 건축과 인테리어에 집중한 구성은 최근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주거 스타일을 반영한다. 자사에서 운영하는 ‘저널’ 섹션에는 어떻게 부동산 사이트에서 이런 유명인을 섭외했을까 싶을 만큼 인지도가 높은 인터뷰이들이 등장하는데, 런던 디자인 뮤지엄 수장 데얀 수직이 자신의 런던 북부 집을 소개하는 식이다. 지금 사는 집을 구매한 배경, 집을 선택하는 본인만의 기준, 디자인 뮤지엄 디렉터답게 집 안을 채운 빈티지 디자인과 오브제에 관해 소개하는 데얀 수직의 인터뷰 기사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집과 공간에 대한 집주인의 철학을 통해 내가 구매해야 할 집, 희망하는 주거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독자(잠재적 소비자)’로 하여금 집의 의미를 생각하고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이끈다. 아울러 소설가 레이첼 커스크의 노퍽 Norfolk 해안 집은 또 어떠한가. 볕이 드는 낡았지만 소박한 콘크리트 집을 소개하며, 작가와 미술가 부부가 그 공간에 머물며 영감을 받았던 기억을 오롯이 글과 사진에 담아낸다.

<텔레그래프 럭셔리>, <리바 저널> 등에서 에디터로 활동한 매트 기버드 Matt Gibberd, <월페이퍼> 매거진 디자인 에디터 출신 앨버트 힐 Albert Hill이 2005년에 설립한 ‘더 모던 하우스’는 부동산 에이전트지만 인테리어 매거진을 표방한다. 집을 사고파는 비즈니스에서 집의 투자 가치나 위치보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인테리어, 그 공간을 채우는 실질적 콘텐츠에 집중한다. 20명이 넘는 홈 세일즈, 마케팅 담당자는 산술과 재무, 판매 전략에 능한 경영 또는 마케팅 전공자 대신 아트 & 디자인 전공자로 구성됐다.

 

아트 페어 출신 마케터가 집을 판매하고, 대학에서 미술사나 건축을 전공한 세일즈 매니저는 매물로 나온 집에서 어떤 이야기에 방점을 찍고 리모델링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진단한다. 이스트런던의 허름한 플랫 하우스부터 영국 전원도시의 대주택까지 다양한 물건을 취급하는 그들은 각각의 공간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내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공간에 각기 다른 색을 불어넣는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100가지 중 하나”(<GQ>), “그 어디에도 없던 부동산 에이전트”(<이브닝 스탠더드>)와 같은 미디어의 호평을 얻으며 사이트를 시작한 지 15년 만에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현대 생활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화려하고 잘 꾸민 디자인 공간이 아닌, 휴식과 영감의 공간으로서 집의 본질에 집중하는 ‘더 모던 하우스’. 그들이 발행하는 ‘저널’에서 집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인터뷰이의 빛나는 인사이트를 발견한다.

“집이 의미하는 건 결국 시간이다. 공간, 창틀과 계단 난간 디자인, 벽지 등 모든 것이 그 집에 살았던 이들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집은 일종의 ‘용기(capa) 같은 것이다. 당신이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채우는 공간이다.사라 밀러 Sarah Miller, <콘데나스트 트래블러> 에디터 –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는 ‘당신이 그 공간을 어떻게 차지하고 사용할 것이냐’ 하는 거다. 나는 이것을 ‘아날로그 리트리트 analogue retreat라고 부른다. 한겨울 가장 어두운 밤거리를 걷거나 미명의 새벽에 동이 트는 모습. 마치 불타는 듯한 풍경 속에서 집을 짓고 생활하길 바랐다.” – 로저 조골로비치 Roger Zogolovitch, 건축가 –

 

“현대의 생활은 누군가의 신체적/문화적 맥락, 개인적 가치와 생활 방식에 크게 의존한다. 나의 경우는 집이 나 자신을 단순하고 느리게 만드는, 굉장히 기능적인 공간이다. 현대 생활은 너무 빨리 지나가고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안아주고 평온하게 만드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시나 머피 Sheena Murphy, 인테리어 디자이너 –

 

“우리가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곳에 들어가 살 때 우리가 진화할 수 있도록 기능하는 공간이냐는 것이다. 사람과 가족, 친구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냐가 우리가 집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집은 따뜻하고 사랑이 충만한 곳임은 물론, 그곳에서 살며 지혜와 현명함을 키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 엠마 챔프탈로프 Emma Champtaloup, 패션 모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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