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의 ‘빌린 집’ 사용기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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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들의 ‘빌린 집’ 사용기
유튜브 채널 ‘서울은 이상한 도시'의 '월세 아니면 전세'

Text | Eunah Kim
Photos | Weird Seoul

유튜브 채널 ‘서울은 이상한 도시’의 인터뷰 시리즈 콘텐츠 '월세 아니면 전세'는 2030 청년 주거의 오늘을 개인적 단위로 조망한다. 말 그대로 월세 아니면 전세이기에 언젠가는 사라질 이들의 공간과 공간에 깃든 삶의 방식을 기록한다.

부동산 앱은 제안한다. 원하는 면적과 보증금, 주변 전철역 등 조건을 입력하면 당신에게 맞는 집을 찾아주겠다고. 입주할 사람이 선호하거나 추구하는 삶의 방식까지 묻는 필터는 물론 없다. 실제로 부동산을 찾아가도 마찬가지다. 고정된 필터에서 벗어난 요구 조건을 말하는 이들은 순진하다거나 유별나다거나, 어쨌든 조금은 ‘이상하다’는 시선을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은 이상한 도시'(이하 서이도)의 ‘월세 아니면 전세’가 청년 주거에 건네는 진지한 질문이 반갑다. 앞으로 주거 선택지에 추가해야 할 다양성의 필터에 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내 소유가 아니라 '빌린 집'을
어떻게 자기화해서 사용하는가. 이게 가능한가?"

콘텐츠를 꾸려가는 젊은 건축가 이윤석과 김정민은 말한다. “우리가 건축, 도시와 관계하는 지점은 결국 월세 아니면 전세지요.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주거’라는 이슈에서 가장 특별한 이야기를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50%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내 집이 다음 역을 위한 정거장만은 아님을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월세 아니면 전세이기에, 언젠가 사라질 우리의 공간과 공간에 깃든 삶의 방식을 기념하는 거죠.” 결국 ‘월세 아니면 전세’라는 제목에 핵심 질문이 담겨 있는 셈이다. “완전한 내 소유가 아니라 ‘빌린 집’을 어떻게 자기화해서 사용하는가. ‘이게 가능한가? 어떻게 하고 있지, 다들?’ 하면서요.”

이윤석은 말한다. “인터뷰 참여자 대부분은 삶의 과정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이었어요. 흥미롭게도 모든 분이 이상적인 주거 공간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어떤 분은 깨끗하게 비워진 널찍한 공간에 의자 하나만 있는 명상의 공간을 원했고, 또 어떤 분은 친구들과 가깝고도 멀게 살 수 있는 동네를, 또 다른 분은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빌트인 욕조가 있는 공간을, 또 다른 분은 다른 사람의 디자인으로 가득 찬 공간을 묘사해주었어요. 한편으로는 이러한 공간들이 획일화된 한국의 건축 평면에서 논의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돈 주고 살 수 있는 집은 아닐지라도 내가 나답게 하루를 살 수 있는 집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매매가 아닌 주거권의 관점에서, 매물이 아닌 삶의 양식으로 집을 바라보았기에 발견할 수 있는 지점도 흥미롭다. 김정민은 말한다. “집을 구하는 과정이 사람마다 정말 다르더라고요. 원하는 면적, 금액, 지역도 다 다르지만, 자신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비건인지 성 소수자인지도 집을 구하는 과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았어요. 이런 요소를 다 고려했을 때 자기만의 서울의 중심이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그는 비건 용품을 파는 가게나 식당, 제로웨이스트 지구를 조사한 데이터가 반영된 부동산 정책의 등장을 상상해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역시 서울을 기반으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청년이자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도시와 공간을 탐구하는 젊은 건축가로서 이윤석과 김정민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은 무엇일까?

“이상적으로 꿈꾸는 주거 공간이 있어요.
요가 매트 하나 정도, 혹은 의자 2개와 테이블 하나 정도
둘 수 있는 면적의 발코니가 있는 집.” – 이윤석 -

“이상적으로 꿈꾸는 주거 공간이 있어요. 요가 매트 하나 정도, 혹은 의자 2개와 테이블 하나 정도 둘 수 있는 면적의 발코니가 있는 집. 내부 공간이 좁아도 좋으니 나만의 외부 공간이 있었으면 해요. 아파트에 산다면 기둥식 구조여서 벽을 다 부수고 커튼으로만 구획해 쓰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고 난 뒤 이윤석은 덧붙인다. “저는 서이도의 인터뷰어로서 인터뷰이가 특별한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해요. 그런데 제가 이 질문에 답변하려고 하니 답변이 너무 평범한 것 같네요. 하지만 반대로 이 답변이 평범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공통으로 결핍되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모두 비슷한 답변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정민은 인터뷰이로 출연해 자신이 살고 있는 재개발 예정 아파트를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이 집의 마지막 세대주로서 공간을 마음껏 꾸밀 수 있다는 사실이 당시 제한적인 선택지 중 그나마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집이 갖춰야 할 이상적인 조건은,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에게는 크기일 수도 있고, 퀄리티일 수도 있고, 옵션일 수도 있고, 안전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무엇보다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때, 그 집에 있던 가구가 싹 사라지고, 벽지가 바뀌고, 내 물건들로 채워지는 게 상상이 되는 곳이어야 해요. 막연하더라도 내가 그 집에 있는 게 상상이 되는 집요. 너무 모호한가요?”

결과 지향적 가치가 지배적인 오늘날 사회에서 사실 ‘월세 아니면 전세’라는 말에는 어딘가 모를 자조적 뉘앙스가 섞여 있다. 이에 서이도는 과정과 태도에 주목해 문제를 재정의해보려 한다. 진정으로 ‘이상한 도시 서울’은 서울이 지닌 범상치 않은 개성과 아이러니에 대적한 ‘이상한 사람’들이 만날 때 빛을 발할 것이다. 이 유쾌하고 능동적인 관계 맺기는, ‘이상하다’의 두 번째 사전적 의미처럼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른 것’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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