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에서, 가족의 안전과 기회를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팔레스타인에서, 가족의 안전과 기회를
팔레스타인인 올라 살라마, 마흐무드 알 아프란지 부부

Text | Eunah Kim
Photography | Claire Duhamel

중동 팔레스타인의 도시 라말라는 그 어떤 팔레스타인 도시보다 자유분방한 기류가 흐른다. 이스라엘 군사 점령 하의 팔레스타인에서 숨통을 트여주는 버블 도시라는 비아냥과 동시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다양성 또한 가장 먼저 꿈틀거린다.

갓 10대가 된 남매 둘을 둔 젊은 부부 올라와 마흐무드는 5년 전 고향 가자 지구를 떠나 라말라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했다. 최근의 개발 열풍으로 밤낮 없는 공사 소음과 먼지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지만, 이곳을 포기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그 어느 곳보다 가족에게 안전과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 이들에게 집이란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재현해나가는, 가장 정치적이고 가장 따뜻한 치유의 공간이다.

올라 살라마, 마흐무드 알 아프란지 부부
가족의 사진들
“아파트 중 1층을 고집한 것도 생각해보면 과거 안 좋은 경험에서 기인한 거예요. (중략) 여러모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로케이션과 환경이 저희에게는 정말 중요했어요.”

어느 팔레스타인 건축가로부터 두 분이야말로 라말라라는 도시의 최근 발전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몸소 체험하고 계신다고 소개받았습니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올라 살라마 Ola Salama, 이하 올라) 저는 마다르 MADAR(The Palestinian Forum for Israeli Studies)라는 연구 센터에서 미디어 담당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이슈에 관련해 모금하고 미디어와 소통하고 해외 대학 기관 등과 교류하고 이벤트를 기획하는 일 등을 하지요. 정치, 사회, 인구 통계학적 문제와 문화 전반의 이슈를 모두 다룹니다.

(마흐무드 알 아프란지 Mahmoud Al Afranji, 이하 마흐무드) 저는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연합체 PHROC(Palestinian Human Rights Organizations Council)의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가자 지구에 세 군데, 서안 지구 내에 일곱 군데 인권 단체와 함께 팔레스타인 난민이 귀환권과 자결권을 확보하고 정의의 원칙, 인간 존엄성, 법에 기반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고요.

 

두 분 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출신인데요. 그 사실이 일상생활에 일으키는 불편함에 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에디터 주: 팔레스타인의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이스라엘을 통해서만 지나갈 수 있다.)

(마흐무드) 같은 팔레스타인인이어도 서안 지구 출신과 가자 지구 출신에게 적용되는 통행과 거주, 이전의 자유는 다릅니다. 이스라엘은 서안 지구에 가자 지구인이 거주하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합니다. 1993년 체결된 오슬로 협정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는 명백한 위반이지만 여전히 그렇죠.

(올라) 2주 전에 가자에 계신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조차 가지 못했습니다.

 

가자에서 라말라로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흐무드) 물론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2번의 폭격을 치른 뒤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에디터 주: 이스라엘은 2007년 하마스가 집권한 가자 지구를 봉쇄한 뒤 2008년 12월, 2012년 11월 대규모 폭격을 가했고, 이후 2014년 7월 최대 규모의 폭격이 이어졌다) 우리 부부와 아이들에게 더 안전하고 많은 선택지를 줄 수 있는 곳으로 떠나야 할 필요를 느꼈고 마침 일자리 등 기회가 생겨 결심하게 됐어요. 그렇게 2013년 11월, 라말라로 왔습니다.

라말라
© movieakin
올라 살라마, 마흐무드 알 아프란지 부부

라말라라는 도시가 낯선 이들을 위해 도시 분위기를 좀 설명해주세요.

(마흐무드) 여기는 조금 더 열린 사고방식이 있어요. 모스크도 있고 교회도 있고, 파티도 있고, 강력한 술부터 무알코올 칵테일까지요. 그리고 행정적으로는 결정권자가 있는 도시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뭔가 일이 되게끔 할 수 있어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기관들이 모여있기에 이를테면 무슨 캠페인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해당 부처 건물 앞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행동할 수가 있는 것이죠.

 

가자의 집과 라말라의 집은 어떻게 다른가요?

(올라) 옛날의 가자를 말하느냐, 지금의(봉쇄되고 파괴된) 가자를 말하느냐에 따라 많이 다르긴 할 겁니다. 적어도 저희가 살던 예전의 가자를 이야기하자면, 일단 누가 뭐라 해도 ‘패밀리 홈’이었습니다. 450㎡ 정도의 넓은 집이었고, 정원이 있고,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각각 다른 층에 모두 한 건물에 살았어요.

(마흐무드) 1987년 1차 인티파다(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해 일으킨 팔레스타인 민중 봉기)를 10살 이전에 겪었지요. 돌을 던지고 싸우는 일상의 반복이었고, 저녁 7~8시면 통금이 있었어요. 그래서 거리에 나갈 수 없으니 많은 시간을 가족과 이웃들과 보냈어요. 커뮤니티가 끈끈할 수밖에 없었어요. 낮은 담장을 끼고 줄지은 집끼리, 집에서 집으로 담을 넘으며 슈퍼마켓 바로 옆의 집까지 건너가서 생필품을 공수해오기도 했어요.

 

‘패밀리 홈’이라고 하면 어떤 집을 이야기하나요?

(마흐무드) 저의 경우 일단 할아버지 소유의 집이었고, 아버지와 삼촌들이 각각 한 층에 가정을 꾸리고 한 건물에 살았어요. 가구당 360㎡ 정도로 좁지 않은 공간이었죠. 80m나 되는 테라스도 있었고요. 또 커다란 정원을 공유했어요. 제가 결혼하고 나서는 또다시 한 층을 올려서 그곳에서 신혼살림을 차리는 식이었어요.

 

그런 고향을 두고 라말라로 오셨어요.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마흐무드) 라말라 주변에 6개월간 아파트를 빌려서 살면서 주변 동네와 집 조사를 했죠. 그리고 이곳을 골랐어요. 결코, 싼 곳은 아니었어요. 가장 비싼 아파트 중의 하나였죠.

(올라) 사실 이 정도 금액이면, 라말라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베르제잇에 마당이 딸린 집을 살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 집과 도심 사이에는 이스라엘 임시 검문소가 불시에 생기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 검문소가 세워질 일 없는 도심 내부에 아이들의 학교와 과외 활동하는 방과 후 클럽과 우리 집과 직장 등이 모두 있는 게 중요했어요.

(마흐무드) 아파트 중 1층을 고집한 것도 생각해보면 과거 안 좋은 경험에서 기인한 거예요. 전쟁이 일어나면 고층 아파트에서 들리는 소음은 정말이지 끔찍합니다. 비행기 바로 옆에 있는 기분이 들 정도거든요. 즉, 여러모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로케이션과 환경이 저희에게는 정말 중요했어요.

“이런 문제로 주민들이 청원서를 내고 시장과도 이야기해보고 라디오 방송 출연까지 했으나 ‘당신들은 이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이지, 그 주변 거리에 대한 소유권이나 결정권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요즘 주변 개발 공사가 잦아 소음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마흐무드) 불과 1년 전만 해도 유명한 카페가 하나 있는 거리였는데, 지금은 15개가 넘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섰어요.  어느 날 한 자본가가 이 거리의 3개 부지를 모두 사들여서 상업 공간으로 꾸리기 시작했죠. 우리 집을 에워싸고 공사 중인 것이 다 쇼핑몰입니다. 최대한 큰 길가로 상점 윈도를 하나라도 더 내기 위해 출입구와 주차장 입구는 뒷면에 둔다고 하더군요. 우리 집 대문이 있는 곳이 쇼핑몰 출입구가 되는 셈이죠.

(올라) 이런 문제로 주민들이 청원서를 내고 시장과도 이야기해보고 라디오 방송 출연까지 했으나 ‘당신들은 이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이지, 그 주변 거리에 대한 소유권이나 결정권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부엌에 서있는 올라 살라마
올라 살라마, 마흐무드 알 아프란지 부부와 자녀들의 식사
소파와 벽에 걸린 그림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예요?

(마흐무드) 주방에서 해산물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올라는 주방에 있는 모든 것을 직접 고르고 꾸몄기에 애착이 큽니다.

(올라) 집이 좁아서 원래는 온통 흰색으로 꾸미려 했는데, 이 전통 타일은 꼭 구하고 싶었거든요. 예전부터 나블루스에서 만드는 팔레스타인 특유의 컬러와 문양인데, 라말라 주변에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어느 트럭이 이걸 잔뜩 실은 것을 보고 차를 멈춰 세워서 타일을 구매했었어요. 알고 보니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것이긴 했지만요.

 

이 집에 있는 물건 중 가자에서 가져온 것도 있나요?

(올라) 거실에 있는 그림 다섯 점이요. 가자 지구 자발리야 Jabaliya 난민촌 출신의 아티스트 마헤르 나지 Maher Naji의 작품이에요. 러시아에서 공부한 뒤 그도 그의 아내도 모두 화가인데, 이 그림은 가자에서 살던 집에서부터 늘 갖고 있었어요. 팔레스타인의 전통 의상, 전통 혼례 그리고 난민 등을 나타낸 것으로 저희가 참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끝으로 남다른 환경에 놓인 사람으로서 ‘나에게 집이란?’이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올라) 20년 전쯤,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 기자를 만난 적이 있어요. 저에게 집을 떠올리는 사진을 한 장 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저희 어머니 사진을 드렸어요. 이제는 제가 우리 가족을 꾸렸지만, 언제까지나 저에게 집은 ‘가족’이에요. 안전하다는 감정 그리고 가족들의 사랑으로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곳, 다른 생각을 멈추고 그저 편안할 수 있는 곳입니다.

(마흐무드) 우리는 평소에 많은 사람을 만나며 삽니다. 종일 바쁘다가 쉬러 오는 곳이 집이에요. 지친 하루 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곳이 집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 Posts

이마트24 투가든
노마드다양성도시
그림책을 통해 본 집
도시친환경
보아노 프리슈몬타스의 조립식 사무실
노마드도시재생
VILLIV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VILLIV NEWSLETTER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