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는 투자자의 피난처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는 투자자의 피난처
투자 전문가·아트 컬렉터 알랭 서베이

Text | Anna Gye
Photos | Sebastian Schutyser

벨기에에 살고 있는 투자 전문가이자 아트 컬렉터 알랭 서베이는 불확실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해 준비하고 계획을 세운다. 이동 제한 조치령이 내려진 지난 몇 주 동안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경제, 문화적 재앙을 정확한 통계와 차트 속에서 통렬하게 풀어가고 있다. 5년간 공들여 완성한 그의 집은 완벽한 피난처이자 휴식처가 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이 2008년 금융 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전염병보다 무서운 것은 이런 비관적인 예측으로 번져가는 공포와 염려다. 알랭 서베이Alain Servais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를 살리는 것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내심을 가지며 안정감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라 말한다. 주변으로 시야를 좁혀 익숙한 곳에서 편안함을 찾아야 한다는 말. 5년 동안 혼자 사는 집을 안전한 동굴처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가구 대신 미술 작품으로 집을 채웠다.

 

이동 제한 조치령이 내려진 3주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바쁘게 보냈어요. 저는 투자 전문가로 현실을 빠르게 파악하고 미래를 극복하기 위한 준비와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하죠. 예전에는 집 밖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다녔지만 요즘에는 책상에 앉아 코로나19와 관련된 수많은 변수를 파악하고 있어요. 신선한 공기를 쐬거나 음식을 사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요.

(벽에 걸린 그림) Thomas Palme, Various Drawings, 2014

힘들지 않나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여자친구가 그리운 것 외에는 견딜 만해요. 그동안 세계 곳곳의 아트 페어에 다니고 여러 행사의 강연 요청을 받아 집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죠. 그때가 낯선 여행지와 사람으로부터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익숙한 것으로부터 나를 반추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책상 앞에서 수집한 정보 두려운 것 투성이겠어요. 투자 전문가에게 이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텐데요.

그렇지 않아요. 제가 관심 있는 주제는 ‘얼마나 심각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는가’이니까요. 투자 전문가들은 이런 재난 시기에 소득 분배, 투자, 확산 등 실제 시스템의 민낯을 똑바로 보죠. 저는 내일에 대한 공포가 내일에 대한 기대가 되는 지점을 파악하려 해요. 종말이 희망이 되는 순간 말이죠. 경제 불황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볼 수 있어요. 과거와 현재를 되짚다 보면 사소하더라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죠. 인내심과 상상력이 필요한 일이에요.

“투자 전문가들은 이런 재난 시기에 소득 분배, 투자, 확산 등 실제 시스템의 민낯을 똑바로 보죠. 저는 내일에 대한 공포가 내일에 대한 기대가 되는 지점을 파악하려 해요.”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이 2008년 금융 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요. 공포와 염려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할 정도요.

경제학자들은 늘 최악의 상황을 말하죠.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미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폭탄처럼 쏟아지는 뉴스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불분명하고 과장된 정보가 너무 많아요. 먼 미래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와 주변을 둘러보세요. 정보와 자극을 덜어내고 소소한 기쁨을 찾는 데 집중하세요. 세계인은 생각보다 다양한 연결 고리 속에 묶여 있어요. 자신의 선택이 곧 타인의 희비가 될 수 있죠. 이번 일로 우리는 관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곧 환경이고 사회라는 것을 말이죠.

 

집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작은 기쁨은 무엇이 있을까요?

코로나19가 남긴 희망 중 하나는 잊고 있었던 집과 가족의 의미를 되살리고 있다는 것이에요. 자신의 삶을 천천히 돌아보게 만듦으로써 자신을 웃게 만드는 사람과 물건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집이란 공간이 더욱 중요해진 것 같아요. 집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의 장소인가요?

저에게 집은 안전한 동굴이에요. 외부 생활로 인한 감정의 밀물과 썰물이 차단되는 궁극적인 피난처죠. 투자 전문가, 아트 컬렉터라는 명함을 내려놓고 책과 예술 작품에 빠져 사는 알랭 서베이를 위한 공간. 집에 오면 완벽한 자아 세계로 침투해요. 눈에 거슬리는 물건이 거의 없죠. 제 서재 공간의 반 이상을 채우는 책과 서류를 제외하고 말이죠.(웃음)

(설치 작품) Thomas Houseago, ‘Minotaur I’, 2009
(벽에 걸린 그림) Mickalene Thomas, ‘Portrait of Lovely Six Foot #2’, 2007

집에 대해 자세 소개해주세요.

2005년에 구입해서 5년에 걸쳐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지었어요. 보수를 할까 했는데 벽을 뜯어보니 완전히 다시 짓는 것이 낫겠더라고요. 방음, 방수, 단열이 되는 기본적인 집을 짓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워요. 겨울에 햇빛 한 조각이라도 집 안으로 들이고, 더운 여름에는 바람 한 조각이라도 통해야 하죠. 스스로 이 모든 디자인을 손보느라 5년이란 시간이 걸렸어요. 문손잡이, 창틀 등 작은 요소까지 고려했죠. 가구 또한 건축물의 일부처럼 만들었어요. 전 기능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에요. 추상적인 접근과 개념으로 똘똘 뭉친 예술 작품을 좋아하지만 집은 가정집으로서 기능과 형태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체적인 느낌은 장식적 디테일을 최대한 배제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중심으로 건축의 순수함을 강조한 브라질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의 작품을 참고했어요. 집 전체를 휘감은 화이트 컬러와 중심을 가로지르는 나선형 계단에서 그의 디자인 성향을 발견할 수 있죠.

 

영국 아티스트 토스 하우지고Thomas Houseago의 거대한 인간 군상 설치 조각품이 1층 거실을 차지하고 방마다 예술 작품이 주인처럼 놓여 있네요. 어떤 규칙으로 작품을 배치한 건가요?

작품 인테리어 법칙 같은 것은 없어요. 좋은 작품은 어느 공간에 두든지 공기처럼 스며들죠. 18개월에 한 번씩 작품을 바꾸는 편이에요. 새로운 작품으로 교체하면 마치 새집에 이사 온 듯한 기분이 들죠. 작품 배치에 따라 벽에 생기는 상처와 흔적도 예술이 되고요.

개인적으로 금빛 타일을 사용한 욕실이 신기해요. 설치 작품 같기도 하고요.

아티스트와 협업해 만들었어요. 좋아하는 예술을 집 안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즐기는 것이 의도였죠. 예술 작품처럼 보이지만 가정집 욕실 같은 기능과 형태를 갖추게 하고 싶었어요.

 

1990년대 후반부터 아트 작품을 수집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가족들이 아트 작품을 수집했고, 저도 가족을 따라 어린 시절부터 미술관에 다녔죠. 본격적으로 수집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인데, 세상을 파악하는 데는 통계와 수치만큼 아트 작품도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트 작품은 제가 경험하지 못한 나라, 사람, 사상 등에 관심을 가지는 동기가 됩니다. 저는 여러 루트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숫자와 도표로 알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을 예술 작품에서 발견할 때가 있죠. 미디어와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정보도 보여주죠. 사람들의 본성과 심리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고요.

 

미술 작품 수집이 금융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도움이 되죠. 틀을 벗어나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줘요. 오만과 편견이 쌓인 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죠. 금융 일로 머리가 굳어 있을 때는 작품을 봐요. 그러면 마치 음악을 듣는 것처럼 마음에 평온함이 밀려와요.

“저에게 미술품 수집은 투자가 아닌 취미이자 의무감 같은 거예요. 저를 놀라게 하고, 질문을 던지고, 기존 개념에 도전하는 작품을 좋아해요.”

세계 주요 아트 페어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어요. 아트 바젤 홍콩은 대안으로 온라인 전시 공간을 열었죠. 세계 최대 갤러리 가고시안의 아트 딜러 샘 올롭스키는 온라인 전시 공간이 긍정적인 역할을 다고 말했는데, 앞으로도 디지털 온라인 미술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거시경제로 봤을 때 온라인 유통 방식은 아트 분야를 번성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오히려 온라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기대가 문제죠. 코로나19 사태는 아트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를 원점으로 되돌려놓을 껍니다. 원점이란 완전히 잃어버린 ‘공백’이 될 수도 있고 불순물이 걸러진 무결점의 ‘여백’이 될 수도 있어요. 전자는 ‘불능’이고 후자는 ‘회생’이죠. 1년 동안 벌어지는 경제 침체 및 불황은 업계에 큰 타격을 주겠지만 40~50년마다 일어나는 부의 집중을 유연하게 만드는 터닝 포인트가 됩니다. 모든 정책이 부와 소득의 재분배를 가속화시키는 데 집중하죠. 아트 마켓 또한 상위 1%에 쏠리는 것과 동시에 지난 15년간 부풀려진 많은 중소 아트 시설이 사라집니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급진적인 소득 재분배가 일어나면 소외받던 건강한 아트 시설들이 회생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설치 작품) Athena Athena Papadopoulos, ‘The T’s of E’s (Yenoh)’, 2017 / (벽에 걸린 그림) Ghada Amer, ‘Grey Flowers’, 2001

앞으로 많은 사람이 집에 오래 머물게 될 니 인테리어 분야도 점점 중요해지지 않을까요?

미학보다 기능이 중요해질 것이라 봐요. 아름다운 벽지나 가구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기, 감촉, 분위기의 물건을 가까이 둘 것이란 말입니다. 가구 대신 예술 작품으로 방을 채운 저처럼 말이죠. 집 구조도 거실, 방, 욕실 등으로 나누는 전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자신의 동선과 습관에 따른 공간 재배치가 필요하겠죠. 저는 1층 전체 벽이 아니라 한쪽 면 전체에 두꺼운 유리를 사용했는데, 이처럼 빛과 자연물을 집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금융인과 아티스트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두 직업에서 성공한 이들은 인간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고, 질문하고, 예측할 수 있죠.

 

스스로 성공한 남자라고 생각하나요?

후회 없이 살았으니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겠죠. 실수도 실패도 많았지만 내 삶의 일부이고, 과거의 나를 이겨내려 노력했던 것에 점수를 주고 싶어요.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지적으로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일해요. 매일 12시간씩 이렇게 모니터 앞에 앉아 파고든 경제, 미술, 문화 관련 지식을 요즘 시대 사람들과 나눠 쓰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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