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프라이빗한 모두를 위한 갤러리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가장 프라이빗한 모두를 위한 갤러리
케틀스 야드

Text | Nari Park
Photos | Paul Allitt

삶이라는 한 사람의 온전한 서사가 담긴 집은 그 자체로 완벽한 작품이다. 집 안 구석구석을 직접 가꾼 공간에는 시기마다의 이야기가 흐른다. 내셔널 갤러리 큐레이터였던 짐 에드의 케임캠브리지 가정집 ‘케틀스 야드Kettle’s Yard’는 그런 면에서 한 사람이 온 생의 이야기를 바쳐 만든 공간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갤러리임을 말해준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세상에서 가장 프라이빗한 갤러리가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테이트 모던과 내셔널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짐 에드Jim Ede와 그의 아내 헬렌 에드Helen Ede가 1957년부터 1973년까지 살았던 집 ‘케틀스 야드Kettle’s Yard’다. “당신이 좋아하는 만큼 찾아주세요. 이 공간은 오직 누군가 사용할 때만 존재하니까요.” 짐 에드는 1964년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일찍이 본인의 집에 대한 개방성과 관대함을 드러냈다.

생전의 짐 에드와 다이닝 공간이 완벽하게 보존된 모습

버려진 오두막을 개조해 아티스트 친구들의 작품을 들였던 짐 에드는 자신의 집을 최대한 많은 이들이 공유하기를 바랐다. 오래된 오두막을 구입해 부부가 16년간 정성스레 가꾼 가정집에는 방마다 도자, 가구, 텍스타일, 설치 작품 등 20세기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조각가 바버라 헵워스Barbara Hepworth와 헨리 무어Henry Moore, 화가 벤 니컬슨Ben Nicholson 같은 20세기 대표 예술가들의 작품이 많기로 유명하다. 케임브리지 도심 변방에 조용하게 자리한 이 집 마당에는 영국의 지방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비 넝쿨과 양모 나무가 자라고, 봄에는 담장보다 훌쩍 큰 야생화가 행인을 반긴다.

영국인들이 캐틀스 야드를 한 번쯤 방문하고 싶은 공간으로 꼽는 이유는 큐레이션 방식에 있다. 이곳은 개인의 삶의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작품들이 최대한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데 집중한다. 벽에 비스듬히 세워둔 그림, 블라인드가 드리워진 창틀에 나란히 서 있는 조각들, 열네 살 소년 짐 에드가 오래전 구입한 책상과 그 위에 놓인 헨리 무어의 조각상···. 작품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곳은 역시 누군가의 온기로 가득한 집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이 집에서 모든 작품은 형태, 질감, 색상, 비율에 따라 배열되고, 하루 종일 피고 지는 빛과 그림자의 흐름에 따라 방문자와 사물 간의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성된다. 추상화가 벤 니컬슨이 어느 연도에 어떤 작품을 그렸는지, 조각상의 소재와 타이틀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레이블은 없다. 모든 것이 그 자리의 한 공간을 동등하게 차지하며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다.

긴 시간 취향을 수집한 누군가의 집이 언젠가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의자는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한 오브제다. 예술품과 물건 간의 관계를 재단하고 나누는 일종의 쉼표처럼 존재한다. 짐 에드 부부가 사용한 50여 개의 의자가 놓인 케틀스 야드에는 짚을 엮은 클래식한 참나무 의자, 나무줄기로 만든 수백 년 된 스칸디나비아 민속 의자, 영국인의 가정집에 한 점씩 자리하는 윈저 의자 등이 있다. 매트리스 2개로 구성된 데이베드 스타일의 긴 소파는 하나의 디자인 작품과도 같다.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토스트>의 에디터 수지 오람Susy Oram은 이 집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한다. “위층 거실의 벡스타인 피아노 반대편에 놓인 크림색 등받이 의자에 앉았다. 로저 힐튼의 그림이 회색 안락의자에 놓인 풍경을 보자 비로소 유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위치를 바꿔 회색 의자에 앉으면 케임브리지 대학교 건물의 지붕과 첨탑, 창문을 통해 보이는 도서관과 예배당이 프랑스 피레네산맥 북쪽의 소도시 루르드Lourdes를 그린 데이비드 존슨의 <루르드, 1928>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케틀스 야드를 다 짓고 나자 당시 영국 예술가들은 아트, 시, 토론과 음악이 공존하는 밤을 맞기 위해 멀리 런던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 집은 그렇게 작가들의 살롱, 커뮤니티의 공간이 되었다. 케틀스 야드는 현재도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관에만 머물지 않고 점심시간이면 케임브리지 대학생들을 위한 소규모 콘서트, 실내악 시리즈 등 다채로운 음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집이 주는 특유의 친밀함을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1970년대에 건축가 레슬리 마린Leslie Marine과 데이비드 오워스David Owers가 확장한 이 아름다운 공간은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귀속되어 있다. 1000여 점의 아트 컬렉션이 보관된 이 집에는 더없이 평화롭고 조용한 질서가 흐른다. 하나의 집이 그렇게 한 사람의 삶의 무대에서 미술관으로, 연주 공간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소임을 다하는 중이다. 평범한 가정집에서 영국인들의 취향을 대변하는 공간으로 확장된 케틀스 야드는 긴 시간 취향을 수집한 누군가의 집이 언젠가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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