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에서 가족을, 집을 실험하다 | 신세계 빌리브
Friday, June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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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에서 가족을, 집을 실험하다
시프트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graphy | Ju Kim

일본 도쿄에서도 복잡하기로 유명한 시부야. 지난 몇 년째 재정비 및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조금씩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곳에 집과 가족에 대해 고민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바로 확장 가족형 커뮤니티 ‘시프트 Cift’가 그것이다. 보수적인 일본 사회 분위기 속에서 행동과 실천을 통해 차분하게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2017년 5월에 발족한 주거 커뮤니티 시프트는 시부야역 인근 시부야 캐스트 13층에 약 40명이, 주택가 쇼토에 25명이, 카마쿠라 인근 이나무라가사키에 25명 등 총 3개 거점에서 65명의 구성원이 ‘가족’이 되어 생활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가 생기는 요즘이지만 ‘확장 가족형(expanded family) 커뮤니티’는 생소하다. 가족이란 혈연으로 맺은 부모, 자식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형제, 자매로 구성된다. 이러한 혈연을 전제로 전통적으로 다세대 간 가족 구성을 확대 가족(extended family)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대와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핵 가족(nuclear family)이 대세를 이루다 이제는 1인 가구가 느는 추세. 시프트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는 시도를 하는지도 모른다.

개인주의가 확산하는 요즘 확장 가족형 커뮤니티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히라노 사오리(시프트 홍보 담당자): 개인주의가 확산하는 지금이 역설적으로 패러다임이 변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사회의 최소 단위가 가족이 아닌 개인으로 더욱 세분되는 상황에서 개인과 개인이 소통함으로써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봤어요. 일본 사회도 ‘상식’이라는 이름 아래 고정관념화되어버린 것이 너무나 많아요. 특히 가족이 마음 편히 기댈 존재임은 분명하지만, 전통적인 가족상은 오히려 개인을 옥죄는 굴레가 될 때가 요즘엔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시대의 흐름에 맞는 집은 또 가족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시도하며 최적화시켜 보고자 확장 가족형 커뮤니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개인주의가 확산하는 지금이 역설적으로 패러다임이 변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가족이 마음 편히 기댈 존재임은 분명하지만, 전통적인 가족상은 오히려 개인을 옥죄는 굴레가
될 때가 요즘엔 더 많은 것 같아요.”

도시(city)에 근거지를 두며 변화(shift)의 구심점(center)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을 담아 스펠링을 조합해 ‘시프트 Cift’라고 이름 지었다. 30대 전후반이 주축이긴 하지만 전 연령에 걸쳐 스타트업 창업주, 크리에이티브 업계 종사자, 일반 직장인 등 다양한 직군의 멤버들이 커뮤니티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배경과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모여 자신의 인생을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가는 크리에이터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응원하고 있다.

시프트가 바라보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그리고 생활의 기반이 되는 집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두 가지로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하나는 물리적인 거점으로의 집(house)입니다. 구성원이 그룹을 구성해 가족이 되어 시프트의 3개 거점 중 그룹 구성원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곳에 집을 마련해 지내게 됩니다. 다른 한 가지는 ‘마음 편하게 지내며 기댈 수 있는 장소’로서의 집(home)입니다. 구성원들은 함께 지냄으로써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를 맺어가며 서로의 다름은 존중하고, 각자의 꿈을 응원합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곳이 바로 ‘집’인 것이죠.

일부 구성원은 시프트에 합류하기 이전 살던 집과 시프트의 거점을 오가면서 생활한다. “자신의 집과 시프트를 오가는 일부 구성원의 시각에서, 어쩌면 시프트는 집과 직장과는 또 다른 ‘제3의 공간’으로 다가올지 몰라요. 마치 카페 공간처럼 말이죠”라고 그녀는 덧붙인다. 다채로운 색을 띤 구성원이 모여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집을 일구고 있다면 구성원 간 갈등이 발생할 소지도 많을 터인데, 만약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결할까.

“한 달에 한 번씩 가족회의를 진행하고요.
직접 참여가 어려울 때는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히라노 사오리 시프트 홍보 담당자는 “시프트의 구성원 모두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지만, 다양성을 가진 커뮤니티로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죠”라며,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이해할 뿐 아니라 자기 생각과 비전도 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가족회의를 진행하고요. 직접 참여가 어려울 때는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구성원 간에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를 통해 어떤 시도를 하는지를 외부에 알리고자 현재 온라인 미디어(http://cift.co)를 운영 중이다.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해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때로는 간혹 모순되는 콘텐츠가 구성되기도 한다고 시프트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등 언제나 외부와 소통할 준비가 돼 있음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요?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성향과 선호를 했는지 되돌아보고 냉철하게 분석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하고 싶어요. 저희도 시프트의 구성원이 되면 수차례의 대화를 이어가며 구성원이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알아갈수록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질 테니까요.

현재 시프트의 거점은 일본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구성원 상당수는 전 세계 곳곳에 마음 편히 쉬고 기댈 수 있는 집이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구성원이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집과 가족을 둘러싼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사람과도 소통의 기회가 열려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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