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특별한 구석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가장 특별한 구석
스테이폴리오와 ‘모던.한’의 K-라이프스타일

Text | Solhee Yoon
Photos provided by New Press

‘익숙한 것들의 낯선 귀환’이라 부를 만한 2019년이었다. 산업 전반을 관통하며 다가온 뉴트로 열풍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의 미감에 맞게 다듬어진 전통문화는 강력한 설득력으로 무장한 채 우리 앞에 등장한다.

식사를 식사답게, 휴식을 휴식답게, 그 활동의 테두리 안에서 온전히 시간을 누리는 일이야말로 가치가 높다는 데에 공유하는 분위기다.

어쩐지 돌고 돌아 다시 지역 맞춤형, 개인 맞춤형 기획이 각광받는 시대다. 지역마다 ‘로컬’을 앞세운 정책이 쏟아지고 기업의 서비스 역시 개인 맞춤형으로 점차 세분화하는 추세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이전에 하지 않은 경험과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다 끝내는 나의 삶과 닮고, 맞닿아 있는 주제로 눈을 돌린 듯하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유 기고가 리아 페슬러 Leah Fessler는 <뉴욕타임스>에서 “같은 경험을 반복하는 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준다”라며 “참신함은 과대평가되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환호를 얻기 위해 부단히도 새로움을 찾던 생활에 브레이크를 건 것. 멈췄다면 이제 그 자리에서 현재를 되새기고 익숙한 것에 눈길을 돌릴 때다. 사실 익숙하다는 말은 그만큼 내게 잘 맞고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틈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전혀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익숙한 것을 제대로 챙겨보자는 시도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식사를 식사답게, 휴식을 휴식답게, 그 활동의 테두리 안에서 온전히 시간을 누리는 일이야말로 가치가 높다는 데에 공유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야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제대로’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 그 익숙한 시간에서 우리는 어떤 신선한 깨달음을 얻을 것인가?

 

쉽게는 ‘익숙한 것’으로 의식주란 기본 생활을 들 수 있고, ‘제대로’란 의미에 ‘전통’을 떠올릴 수 있다. 지금 서울 서촌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이 그 예다. 11월 한 달간 서촌 곳곳의 오래된 한옥이 새 단장을 마친 후 손님을 맞이하고, 그 안에서 국악 공연을 감상하고 다도를 하고 전통주를 즐기는 21세기형 풍류로기획하는 ‘모던.한’의 합작 서비스인 K-라이프스타일이다. 그리고 익숙한 모습에서 ‘새로운 서촌’을 발로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이다.

©텍스처온텍스처
©텍스처온텍스처
©박기훈(아크팩토리)

현대적이고 세련된 멋을 뽐내는 숙소도 넘치는 마당인데 대중교통도 불편한 서촌 한구석에 있는 한옥을 누가 찾아가겠느냐고 혹자는 갸우뚱할 수도 있겠다. 더군다나 국악과 다도와 전통주는 오래됐지만 끝내 친해지지 못한 서먹한 친구들 아니었나. 하지만 숙소는 K-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을 넘어 2020년 봄까지 주말 예약이 다 찼을 만큼 그 인기가 일반적인 예상을 웃돌고 있다. 70년 된 가옥을 리모델링한 썸웨어, 대목장의 손길로 완성한 전통 한옥 서촌영락재, 자투리 땅에 지은 모던 한옥 누와 등이 그 대상이다. 인기를 끄는 이유는 “서촌의 풍류를 즐겨보세요”라는 문구처럼 이곳은 단순히 깔끔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잊혔던 공간에 대한 기억, 휴식의 미학을 끄집어내는 데에 있다. 그 목적에 맞게 설계된 가구는 이를 세심하게 뒷받침한다. 정원을 바라보면서 다도를 하고 책을 읽고 족욕을 하는 일이 이곳에서 가능하다. 이번 기획의 일환으로 마련한 의, 식, 주, (풍)경 콘셉트의 K-키트는 혼자서도 천천히 시간을 음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밖에도 서촌 곳곳에 잘 다듬어진 상점이 한몫을 한다. 매달 책 한 권을 골라 전시하는 한권의 서점, 서촌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공예가 또는 친환경적인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서촌도감이 그 예로, 이는 스테이폴리오의 ‘서촌유희’란 큰 프로젝트 아래 서촌을 경험하는 경로로 제시된다. 꼼꼼하게 기획한 콘텐츠 덕분에 눈에 익숙했던 동네의 평범한 집, 상점, 골목이 또 다른 영감이 샘솟는 우물로 재탄생했다. 각각의 기획이 감각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요구와 공간을 이용하는 목적에 충실하게 부합하는 덕분이다. 순간일지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해하는 바가 달라지는 법. 누군가는 ‘제대로’의 가치를 전통이란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 것’이라 믿는 삶의 조각들을 살피는 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골목길에 흩뿌려진 오색 단풍잎, 옆집 감나무에 달린 몰캉한 홍시, 버스 정류장 앞의 향긋한 빵집 등 자연스레 내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 나의 행복과 내가 원하는 삶이 머무르고 있을 것이다. 우리 함께 동네를 걷자.

한편 스테이폴리오의 공간 기획이 유독 빛나는 지점이 있었으니, 이들은 단지 아름다운 공간을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지 않으며, 이웃을 서로 연결시키고 주변 풍경을 재발견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이사는 자신의 공간을 소개할 때도 빼놓지 않고 이웃을 강조했다. “이 길을 걷다 만나는 카페의 커피 향은 정말 좋아요. 바로 옆집은 소문난 스콘 맛집이에요. 꼭 드셔보세요. 우리는 이웃과 함께 살잖아요. 공생하는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해요. 그렇기에 서로의 안위를 염려하고 격려해주는 일은 정말 중요한 가치입니다.”

 

곁에 너무 오래 뒀기에 진부한 것이라 여기기 일쑤인 우리 주변의 풍경이 사실은 내가 속한 현실이자 바탕이다. 따라서 가장 개인적인 취향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내 주변에 먼저 귀 기울이고 손을 뻗는 일이 필요할지 모른다. 골목길에 흩뿌려진 오색 단풍잎, 옆집 감나무에 달린 몰캉한 홍시, 버스 정류장 앞의 향긋한 빵집 등 자연스레 내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 나의 행복과 내가 원하는 삶이 머무르고 있을 것이다. 우리 함께 동네를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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