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태도를 제안하는 화훼 농장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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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태도를 제안하는 화훼 농장
피터셤 너서리 Petersham Nursery

Text | Nari Park
Photos provided by Petersham Nursery

“영국인은 어린 시절부터 <시크릿 가든>이나 <위니 더 푸> 같은 동화책을 통해 정원이 얼마나 아름다운 보물인지를 자연스레 배운다. 그럼으로써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이상적인 ‘소셜 공간’이라는 것을 훗날 가드닝을 통해 깨닫게 된다.” - 조 톰프슨Jo Thompson, 첼시 플라워 쇼 금메달리스트 가드너 /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 중 –

가드닝 협회 ‘러브 더 가든Love the Garden’에 따르면 영국인의 약 40%가 정원이 딸린 집에 거주할 만큼 영국에서 정원은 확장된 개념의 또 하나의 집이다. 영국에는 개인 정원을 일반에 공개하는 국립 오픈 정원 제도(National Open Garden Scheme/NGS) 협회가 존재한다. 이 협회를 통해 개인이 정성스레 가꾼 정원을 방문 예약해 둘러볼 수 있는데, 조경 스타일과 집 형태,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둘러볼 수 있어 인기가 상당하다. 입장 시 지불하는 기부 비용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기금으로 사용된다. 정원이 개인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기꺼이 사회를 돕는 순기능으로 자리하는 문화가 영국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리 잡아왔음을 알 수 있다.

런던 전역에 즐비한 가드닝 센터 가운데 피터셤 너서리는 가장 성공한 브랜드로 꼽힌다. 중심가에서 다소 먼, 남부 리치먼드 공원 내에 자리한 이 화훼 농장은 이탈리아 출신인 보글리오네 가족이 만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명성이 높다. 1997년 가엘 & 프란체스코Gael & 프란체스코 보글리오네Francesco Boglione 부부가 존폐 위기에 놓인 지역 원예종묘사를 사들였다. 그리고 5년이 넘게 손본 끝에 ‘정원’을 테마로 영국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곳곳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영국의 세계적 뮤지션 믹 재거가 초기 부흥에 힘을 보탤 만큼 피터셤 너서리는 지난 시간 동안 영국 중산층의 정원 문화를 선도하며 하나의 독자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950년대에 지은 투명한 비닐하우스 여러 동으로 구성된 이 대단지 화훼 농장은 이제 카페와 레스토랑, 숍, 커뮤니티 센터, 농장으로 세분화됐다. 정오가 채 되기 전에 만석을 이루는 카페는 화이트 셔츠 차림의 영국 직장인들이 모여 앉아 유기농 샐러드를 음미하는 데 집중하는 진풍경을 이룬다. 그들의 정갈한 구두가 딛는 것은 뿌연 먼지 흩날리는 농장 바닥. 흙 본연의 기운과 맞닿도록 의도적으로 자연 그대로의 공간을 연출한 피터셤 너서리 측은 카페 메뉴에 영국인들의 당대 식문화를 반영한다.

 

2011년 미슐랭 원 스타를 획득한 자체 레스토랑에는 유기농 음식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영국인들의 취향을 담았다. 밭에서 직접 허브와 채소를 수확해 원재료의 신선함을 살려 요리한 가지구이나 삶은 단호박 샐러드를 선보인다. 마치 풍경식 정원(landscape garden)을 가꾸는 심플하고 자연스러운 영국 정원을 닮았다. 이곳에 앉아 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오후의 홍차를 즐기는 도시인들의 표정은 생기로 가득하다. 레스토랑과 카페로 이용하는 메인 동 외에 정원을 가꾸는 데 필요한 씨앗과 묘목, 삽, 장갑, 가드닝 관련 에세이집, 향초, 앤티크 가구 등 다양한 소품도 구비되어 있다.

‘집 안에서 잘 가꾼 정원을 바라보며 지인들을 초대해 식사를 즐기고, 차 한잔 음미하는 것이 궁극의 호사’라고 믿는 영국인들에게 피터셤 너서리는 누구나 꿈꾸는 바람을 고스란히 옮겨온 공공의 정원(public garden)인 셈이다.

피터셤 너서리는 단순히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숍에 그치지 않고, 삶의 방식과 태도에 관한 영감을 제공하는 ‘경험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대표적인 것이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공지와 동시에 매진되는 ‘크리스마스 워크숍’. 리스와 센터피스, 갈런드 등을 직접 디자인하는 이 체험형 워크숍은 100파운드가 넘는 고가임에도 젊은 런더너들 사이에서 가장 참석해보고 싶은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꼽힌다. ‘집 안에서 잘 가꾼 정원을 바라보며 지인들을 초대해 식사를 즐기고, 차 한잔 음미하는 것이 궁극의 호사’라고 믿는 영국인들에게 피터셤 너서리는 누구나 꿈꾸는 바람을 고스란히 옮겨온 공공의 정원(public garden)인 셈이다. ‘삶의 가치관이 비슷한 이들이 모여 앉아 자연의 재료로 뭔가를 만드는 행위는 단순한 워크숍 이상의 소속감을 준다’는 것이 워크숍 참가자들의 공통된 소감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서일까, 피터셤 너서리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중심가 코벤트 가든에 분점을 내며 런더너의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중이다. 변화하는 계절에 맞게 정원을 가꾸고, 그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를 달리하는 영국인들에게 정원은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하는 가장 주요한 공간이다.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묻고 고민하다 보면 거기서 삶을 보기도 한다. 가꿔야 할 정원과 삶에 대한 방향성을 함께 얻는 것이다.” <겨울정원>의 한 구절처럼 피터셤 너서리를 둘러보고 있노라면 불쑥 아주 작은 자연이라도 집에 들이고 싶어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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