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을 위한 소울 푸드로 나누는 연대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시리아 난민을 위한 소울 푸드로 나누는 연대
<시리아를 위한 수프>

Text | Eunahk Sunamun
Photos | <Soup for Syria>

누구나 저마다의 소울 푸드가 있다. 지치고 힘든 나의 영혼과 심신을 달래주는 음식. 이는 보통 ‘어렸을 적’, ‘집에서 먹던’, ‘소박하면서 넉넉한’, ‘추억의’ 음식인 경우가 많다. 때때로 소울 푸드는 가장 그리운 것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치유제가 된다. 음식을 매개로 시리아 난민과의 연대를 나타낸 이 레시피북은 결국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2013년 겨울은 특히나 매서웠다. 시리아 내전 발발로 이웃 국가 레바논으로 수많은 난민이 유입됐다. 2013년 12월 기준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레바논 내 등록된 시리아 난민은 80만 명에 달했는데 이는 1년 사이 8배가 증가한 수치였다.

 

레바논의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슬로 푸드’ 베이루트 지부 설립자이며 세 아이의 엄마인 바바라 압데니 마사드는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25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지내던 레바논의 베카 밸리Bekaa Valley 난민촌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추운 겨울에 임시 텐트 안에서 덜덜 떨고 있는 시리아 아이들을 봤다. 그는 늘 가지고 다니던 카메라로 그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친근하게 대화를 시도했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차에 가득 싣고 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난민들이 그리워할 시리아 전통 수프를 함께 만들어 먹고 싶었지만 난민촌의 열악한 위생 상태에서는 불가능했다. 주변 지인들과의 논의 끝에 레바논 시내 북적이는 함라Hamra 지구의 파머스 마켓에서 시리아 전통 수프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를 위한 레시피와 이 프로젝트를 알리는 책을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시리아를 위한 수프(soupforsyria.com)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개설하고 시리아의 수프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양한 일반인과 국제적인 음식 문화 재단 ‘슬로 푸드 무브먼트’의 도움으로 200개가 넘는 레시피를 모았다. 그다음에는 앨리스 워터스, 폴라 월포트, 클라우디아 로댕 같은 유명 셰프들과 함께 직접 조리하며 실험한 끝에 70개의 레시피를 선별했다. 이렇게 완성한 ‘더미’ 버전의 요리책을 들고 바바라 압데니 마사드의 이전 쿡북을 출간했던 런던의 출판사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2015년 10월 레바논과 미국, 영국에서 <시리아를 위한 수프>가 나왔다. 이후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터키 등지에서도 출간돼 전 세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제가 이발사였다면 그들의 머리를 다듬어줬을 거예요. 저는 요리책 저자이자 사진가니까 요리책을 만들기로 한 거죠." - 바바라 압데니 마사드, ‘슬로 푸드’ 베이루트 지부 설립자, <미들이스트아이>와의 인터뷰 중 -

시리아 전통 수프의 주재료는 콩을 곁들인 고기 수프, 렌틸 수프 등이다. ‘알레포 레드 렌틸 수프’부터 ‘멜론 가스파초’에 이르는 레시피 제목에는 그 땅에서 자란 재료와 함께 그 레시피를 제공한 이의 이름이 명시되었다. 바바라 압데니 마사드를 비롯해 음식 사진을 찍어준 사진가, 레시피를 다듬어준 셰프들, 에디터들의 지원으로 완성된 도서 판매 수익금 전액은 유엔난민기구에 시리아 문제를 돕는 데 기부된다.

 

바바라 압데니 마사드의 레시피북은 ‘고향을 잃고 집을 잃은 이들에게 과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망설이는 이들에게 다양한 참여 방법을 안내한다. 책을 판매하는 홈페이지에는 책 소개보다 이에 대한 참여 방법이 길게 적혀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친절한 안내를 적어두었다.

“하나, 시리아를 위한 수프 프로젝트를 SNS에 알려주세요. 둘, 책 속의 레시피에 따라 여러분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수프 파티를 열어보세요. 그리고 그 사진을 출판사와 저자에게 전달해주세요. 셋, 주변의 교회, 모스크, 시나고그(유대교 회당)에서 학교에 이르기까지 지역사회에 이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넷, 음악 콘서트나 연극 공연을 열고 관객들에게 이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바바라 압데니 마사드는 묻는다.

“제가 난민촌에 가서 찍어 온 이 (아이들의) 사진을 보다 보면, 왜 다른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사진이 담고 있는 메시지 말이죠.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 난민들도 우리가 원하는 것과 똑같은 기본적인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들은 음식과 안식처와 존엄과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고,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우리랑 도대체 어떤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오는 3월 15일은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지 9주년이 되는 해다. 그들이 먹던 것을 먹어보는 일, 그들이 추억하는 것을 함께 떠올리고 간절히 소망해보는 일이 이어진다. 음식으로 집의 포근함을 대신하는, 따뜻하지만 가슴 시린 이 프로젝트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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