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일하듯, 재택근무자를 위한 가구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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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일하듯, 재택근무자를 위한 가구
제프리 파스칼의 흐라페이포비아

Text | Kakyung Baek
Photos | Geoffrey Pascal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집에서 일과 쉼이 공존하는 것에 관련한 이야기가 속속 들려온다. 2018 더치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한 젊은 네덜란드 디자이너의 사무용 가구는 재택근무자를 위해 사무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독특하고 신선한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집에서 일과 쉼을 구분하기 위한 가장 표면적인 해결책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쓰던 딱딱한 디자인의 책상과 의자를 집 안에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집 분위기에 잘 어울리면서도 자신의 체형이나 업무 스타일에 최적화된 가구를 고민하고 있다면, 네덜란드 디자이너 제프리 파스칼Geoffrey Pascal이 재택근무자와 노마드 워커nomad worker(IT 기기, 네트워크 발달로 장소에 구애 없이 일하는 사람)를 위해 디자인한 컬렉션을 참고해볼 만하다. 그가 집 안에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 꽤 신선하기 때문이다. 그의 사무용 가구 컬렉션 ‘흐라페이포비아Grafeiphobia’는 외관부터 기존의 가구와 사뭇 다르다. 원색의 쿠션이 다양한 모양으로 모듈화되어 있고 사용자는 가구에 비스듬히 기대거나 완전히 엎드려서 일할 수 있다.

 

어쩌면 당신은 흐라페이포비아 가구를 보자마자 척추의 통증이 느껴진다거나 얼마 집중하지 못할 거라 예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보던 익숙한 사무 가구의 모습이 아니라는 이유로 속단하긴 이르다. 흐라페이포비아 가구는 나사가 무중력상태에 있는 우주비행사들을 위해 개발한 몇 가지 자세를 바탕으로 설계한 것이다. 사용자가 일할 때 신체의 아랫부분으로만 쏠리던 체중을 몸 전체에 골고루 분산시킨다.

흐라페이포비아 컬렉션은 총 3종류로 구성된다. 먼저 ‘베이식 베스크The Basic Besk’는 침대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세 가지 모듈로 이루어진다. 등받이 부분과 앉는 부분, 발 받침대이다. 각각의 모듈은 업무를 하지 않을 때는 보관용 박스로도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 ‘트리클리니움 검Triclinium Gum’은 누워서 업무를 보고 싶을 때 활용하기 좋은 가구다. 경사진 긴 쿠션을 중심으로 작은 쿠션을 다리에 끼우거나 팔을 걸치고 업무를 볼 수 있다. 트리클리니움 검 옆에 세울 수 있는 모듈인 ‘팝시클Popsicle’은 노트북을 올려두거나 기댈 수 있는 지지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가구는 5분에서 30분 사이의 짧고 간단한 업무를 보는 데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플라잉 맨Flying Man’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공중에 엎드려서 업무를 볼 수 있는 가구다. 가슴과 다리를 지지해주는 모듈과 랩톱을 올려놓을 수 있는 테이블 겸 의자로 구성된다. 1시간 정도 업무를 보기에 적합한 이 가구는 하루 중 가장 지쳤을 때 편한 자세로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책상을 마주할 때마다 일에 대한 압박감을 느낍니다. 지금 당장 그것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죠. 오히려 책상 앞에서 생산적이기보다 스트레스만 잔뜩 쌓이는 것 같아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흐라페이포비아를 디자인하게 됐습니다.”
- 디자이너 제프리 파스칼 -

파스칼의 디자인 의도를 살펴보면 집에서 누워서 일하겠다는 단순한 욕망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사무직 일을 하는 현대인이 척추 질환에 시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일하기 때문이다. 파스칼의 컬렉션은 업무 강도와 시간에 따라서 유연하게 자세를 바꾸며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중요한 것은 움직임에서 나와요. 가구를 옮겨 다니며 일하는 것입니다. 계속 같은 자세로 일하지 않고 그때그때 업무에 맞춰서 적합한 가구를 골라 사용해야 합니다. 재택근무자는 온종일 같은 의자에 앉아 일할 때처럼 피곤하거나 지루하지 않을 것이며 재밌고 편안한 환경에서 일의 능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코로나 블루corona blue(우울감)’를 겪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생계 활동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부정적인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설상가상 외부 활동까지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위한 예방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는 심리적 방역도 놓쳐선 안 된다. 제프리 파스칼이 디자인한 흐라페이포비아처럼 긴장은 잠시 내려놓고 유쾌하고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집 곳곳에 만들어보면 어떨까? 용도에 충실하면서도 고정관념적 이미지에서 탈피한 가구를 들이는 것도 집 분위기를 환기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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