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점령하는 젊은 어른들의 반란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SNS를 점령하는 젊은 어른들의 반란
조앤 맥도널드, 린 슬래터 외

Text | Anna Gye

‘코리안 그랜드마’라는 호칭으로 더욱 잘 알려진 73세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31만 명이다. 올해 70세를 맞은 영국 할머니 트리시아 쿠스덴Tricia Cusden은 유튜브 채널을 시작으로 노년 여성을 위한 뷰티 브랜드를 설립했다. 요즘 70대 노년층은 소셜 미디어 계정을 만들고 젊은이들에게 ‘인싸’로 불리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노년층은 고학력·고자본력을 갖추고 미국 시장 구매력의 70%를 좌우지하는 ‘젊은 어른’이라 말하며, 뷰티·패션 트렌드는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올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욜드 세대를 주목하라’라는 특집 기사를 냈다. ‘욜드Yold(young old)’란 건강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생산과 소비생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65~79세 젊은 노인 인구를 뜻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에이지랩 연구소 설립자 조지프 F. 코글린Joseph, F. Coughlin 또한 지금 노년층은 고학력·고자본력을 갖추고 미국 시장 구매력의 70%를 좌우지하는 ‘젊은 어른’이라며, 뷰티·패션 트렌드는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스마트폰 활용이 많아지고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욜드 세대는 멈춰진 경제, 산업 시장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언급된다.

 

5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으로 유튜브가 꼽혔다. 자연스럽게 디지털 인플루언서의 평균 나이도 부쩍 올라갔다. 매거진 <하입비스트Hypebeast>를 통해 잘 알려진, 브랜드 슈프림Supreme 마니아인 영국 할아버지 랜스 월시Lance Walsh, 영 스트리트 브랜드 의상을 소화하면서 패션 표지에 등장한 91세 타이완 할머니 문린Moon Lin, 저널리스트·디자이너·컨설턴트 등으로 여전히 활동하며 패션 아이콘으로 불리는 98세 할머니 아이리스 아펠Iris Apfel 등 인사이드 뉴스 사이트가 뽑은 60대 이상 패션 인플루언서의 평균 나이는 80세. 60세 이상 유튜버 평균 나이는 70세다.

 

평균 나이 70세들이 만드는 콘텐츠는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롭게 소비층으로 떠오른 젊은 어른의 생각과 철학을 보여준다. 이들은 나이를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젊어지려고 애쓰지 않고 지금이 충분히 멋지다고 말한다. 또 주책맞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에게는 능청스러운 유머를 던진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이 세상에 있을 수가 없는 것이여.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냐. 북 치고 장구 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다이어트면 다이어트지 다이어트 음식 같은… 놀고 있어. 살 빼려면 처먹지를 말어.” “인생 안 끝났어. 희망 버렸으면 주워. 희망은 남의 게 아니고 내 거야.”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처럼 젊은 어른들이 일상에서 무심코 내뱉는 말은 나이, 국적, 시대를 넘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다. 꼰대 같은 지적보다 유머 감각으로, 노화에 대한 상실감보다 도전 정신으로, 신세 한탄보다 당찬 용기로 회답하는 이들. 그들의 말과 행동은 나이가 아닌 경험으로 발효된 것이다. 어르신이 아니라 그저 사람으로 다가간다. 노년 인생이 더욱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빈약하고 막연한 상상으로 존재하는 노년의 삶을 좀 더 의욕적으로 풀어낸다.

“건강을 말하는 채널은 많지만 70대 여성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운동법과 식단에 대한 콘텐츠는 없어요.”

영국의 70세 여인 트리시아 쿠스덴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대부분은 그녀 또래다. 그녀는 유튜브를 시작한 후 50대 이상 여성을 위한 메이크업 브랜드 룩 페뷸러스 포에버Look Fabulous Forever를 설립하고 노년 여성의 스타일을 알려주는 책 <Living the Life More Fabulous>를 출간했다. 그녀가 추구하는 것은 안티에이징이 아니라 ‘프로 에이징’이다. 더욱 자연스럽게 자신을 메이크업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미용실에 가지 않고 우아한 은발을 관리하는 방법, 나이 들수록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방법, 자가 격리 기간에도 우울에 빠지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나눈다.

instagram@trainwithjoan

74세 여성 조앤 맥도널드Joan MacDonald는 70대임에도 탄탄한 근육 몸매로 각종 매거진 표지에 등장했다. 3년 전 고혈압과 관절염에 시달리던 그녀는 전문 헬스 트레이너 딸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고 70대의 나이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에 낱낱이 소개했다. “건강을 말하는 채널은 많지만 70대 여성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운동법과 식단에 대한 콘텐츠는 없어요. 변화가 더디더라도 저만의 속도로 갈 것이고, 그 변화가 남은 인생 동안 지속할 것이라는 믿음과 용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녀는 매일 운동 영상을 올리고 그녀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이 함께 참여하기를 독려한다. 일주일에 매일 2시간씩, 6kg 아령을 번쩍 들어 올리고 딸이 매달려 있는 로프를 당기는 모습은 무능력함에서 벗어나 삶을 관리하는, 능동적인 자세를 가진 여성을 보여준다. 노령 여성도 육체적 건강과 사회적 열망을 가지고 매력적으로 나이 들면서 살아가길 원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성장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을 돌보고, 다시 온 마음을 다해 꿈을 꾸고 사랑할 용기를 가지세요.” 최근 그녀는 딸 미셸과 함께 여성 캠페인 모델로 등장했으며, 피트니스 의류 모델 활동도 시작했다.

www.accidentalicon.com

뉴욕 패션 위크에서 패셔니스타로 주목받으며 70대 이상 인플루언서들의 아이콘이 되고 있는 여인 린 슬래터Lyn Slater. 액시덴탈 아이콘Accidental Icon이라는 아이디로 더욱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녀의 웹사이트에는 자신을 모델로 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거침없이 적은 글이 빼곡하다. 찰랑거리는 뱅 스타일 은발 머리, 과감한 선글라스, 독특한 의상을 하고 자신감 넘치는 포즈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매력 그 자체다. 사람들은 그녀를 린다 로댕Linda Rodin, 그레스 가넴Grece Ghanem, 소피 퐁타넬Sophie Fontanel처럼 패션 명품계에 고요한 은빛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실버 패셔니스타로 칭송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자신은 패션과 정반대 영역에 속하는 사회복지학과 교수이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평범한 여인이라는 것. 70대 여성을 이야기하고, 70대 여성 뮤즈를 보여주는 매체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느끼고 직접 사이트를 만들었다. 웹사이트에는 광고 배너도 없고, 노년 사이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도 없다. 협찬도 일체 받지 않는다.

 

“흑백사진만 꾸준히 올리거나 평범한 장소에서 무작위로 사진을 촬영하는 등 디지털 인플루언서라면 절대로 시도하지 않을 법한 콘텐츠들을 일부러 만들었어요. 그것이 오히려 새롭더군요. 유튜버, 인스타그램 등 미디어에서 소통하는 방식은 이미 식상해요. 저의 콘텐츠는 창의력입니다. 삶의 ‘우연한 사건과 실수’를 즐기세요. 그저 평범한 자신을 자유롭게 노출시키세요. 젊게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제보다 새롭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Related Posts

슈퍼막셰 바이 에피세리 꼴라주 오너 셰프 이형준
로컬큐레이션힙스터
레디투웰니스
오가닉큐레이션힙스터
책 <딜쿠샤, 경성 살던 서양인의 옛집>
재생큐레이션홈데코
VILLIV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VILLIV NEWSLETTER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