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셰프 20명의 주방에 관한 기록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글로벌 셰프 20명의 주방에 관한 기록
와일드 키친

Text | Nari Park
Photos | Thames & Hudson

뉴 노멀이 가져온 홈 쿠킹 열풍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며, 종국에 주방이란 공간을 새롭게 들여다보도록 만든다. 이에 영국의 저명한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클레어 빙엄의 신간 <와일드 키친>은 자연주의 삶을 고수하는 유명 셰프들의 주방을 통해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를 채집해 요리하는 노르딕 퀴진으로 유명한 코펜하겐 스타 셰프 아담 오만Adam Aamann, <뉴욕 타임스>가 2020년 건강식을 요리하는 대표적 셰프로 꼽은 카밀레 베세라Camille Becerra, 시드니의 유서 깊은 유기농 시장 캐리지웍스 파머스 마켓에서 근무하는 팔리사 앤더슨Palisa Anderson. 어디 그뿐이랴, BBC <더 리틀 파리 키친The Little Paris Kitchen>을 통해 파리의 작은 아파트에서 심플한 레시피를 선보이며 일약 SNS 스타로 등극한 요리 블로거 레이철 쿠Rachel Khoo도 등장한다. 이쯤 되면 동시대 푸드 신과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핫’하다는 유명 셰프들을 총망라한 책이라 할 만하다.

© Chris Tubbs Photography
© Chris Tubbs Photography

지난 9월 영국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서 출간한 <와일드 키친Wild Kitchen>은 영국판 <엘르 데코레이션>을 시작으로 20년간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공력을 다져온 에디터 클레어 빙엄Claire Bingham이 우리 시대 20명의 요리 전문가를 만나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정리한 인터뷰집이다. 애석하게도 맛있는 음식을 좇는 식도락 여행이 불가한 지금, 전 세계 톱 요리 전문가 20명의 홈 키친과 식사 공간을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갑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들이 추구하는 음식과 요리에 관한 철학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닮은 점을 찾아내는 재미 또한 남다르다. 지금처럼 자연을 누리기 위해 어딘가 멀리, 마음 편히 떠나는 것이 주저되는 시대에는 요리 자체가 여행이자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셰프 각각의 주방을 통해 자연을 집에 들이는 방식과 그 의미를 깊이 살피는 노력은 독자들의 식습관과 요리 공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책은 표제이기도 한 ‘와일드Wild’에 관한 거시적 담론에서 출발한다. ‘자연 그대로의’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식자재를 최소한의 레시피로 요리하는 셰프들의 조리법은 익숙하지만 제대로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라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셰프 각각의 주방을 통해 자연을 집에 들이는 방식과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살피는 노력은 독자들의 식습관과 요리 공간을 돌아보도록 만든다. 도심의 작은 아파트에서 허브를 키우는 것은 물론, 근처 숲에서 직접 먹이를 채집하는 등 각각의 셰프가 자연을 식탁에 올리기 위해 고수하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데 이 부분이 꽤 흥미롭다. 그들의 독특한 요리 철학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에 어느 순간 ‘나 스스로 어떤 소비를 해왔는지’ 반문하게 된다.

 

주방에서 누구보다 긴 시간을 보내는 셰프들의 독특한 주방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 또한 매력적인 요소다. 고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셰프 카밀레 베세라의 뉴욕 아파트 주방, 원색의 유리 원형 접시를 그림처럼 주방 가득 진열한 파트리샤 웰스Patricia Wells의 파리지엔 키친 등을 통해 주방 디자인 및 스타일에 대한 신선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덴마크의 유명 셰프 메테 헬벡의 키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감성이 묻어나는 내추럴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자신의 가든에서 직접 드라이 허브를 키워 식탁에 올린다. / © Mike Karlsson Lundgren
“주방은 집에서 가장 개성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실제로 매일같이 사용하는 조리 도구와 식기 등 일상적 소품이 자연스레 공유되기 때문이다.”
- 클레어 빙엄,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 <와일드 키친> 저자 -

이 책은 공교롭게도 팬데믹 이슈의 연장선상에서 많은 것을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지금의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라는 것이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시킨 인간의 이기심에서 기인한 만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wild) 삶, 자연을 존중하고 교감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의 지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한다. 저자 클레어 빙엄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토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요즘만큼 자연 중심의 식사가 중요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코로나19로 모두가 긴 시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며 음식의 중요성,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할애하게 됐다. 장 보기 방식, 레시피, 하나의 식품이 어디에서 나고 자라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지 이만큼 복합적으로 들여다본 시대가 있었나. 긴 시간 편리함에 길들여 무뎌진 생각과 감각이 팬데믹 시대를 맞아 깨어난 셈이다.”

© Gentl and Hyers

음식을 만드는 가장 정직한 공간인 주방, 그리고 음식을 대하는 진심 어린 태도는 잠시나마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힘을 갖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셰프들의 팁이 그러하다. 요리란 삶의 가장 기본적인 단초이자 본질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자신들의 간결한 레시피와 ‘어깨의 힘을 뺀’ 소박한 키친 인테리어를 통해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대단한 농장을 가꾸는 것만이 자연 본연의 식자재를 조리해 식탁에 올리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 작게는 주방 한편에 허브를 심는 것으로 충분하며, 최대한 직접 기른 재료로 요리하면 포장지의 배출을 줄여 종국에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다는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반드시 유기농 식자재를 사용하고 소스의 가짓수와 조리 단계를 최소화하는 ‘심플 레시피’만이 와일드 키친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맛있는 요리를 위해 더 많은 재료를 구매하는 대신 낭비가 적은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 주방이 아닌, 진짜 자연 속에서 요리하는 덴마크 셰프 메테 헬벡Mette Helbaek의 일상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요리를 위해 직접 불을 지피고, 자신의 농장에서 갓 수확한 채소로 최소한의 조리를 거쳐 만든 요리가 야외 테이블에 오르는 풍경은, 마치 비우고 덜어냈을 때에야 더 풍족하게 차오르는 우리의 아이러니한 삶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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