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이라는 삶의 형태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비혼이라는 삶의 형태
<비혼수업>

Text | Dami Yoo
Photos | 넥서스books

비혼이라면 알아야 할 1인 가구 지침서가 나왔다. 비혼 여성 공동체 에미프emif에서 활동하는 강한별 외 4인이 엮은 <비혼수업>이다. 비혼에 대해 말해야 하는 이유부터 비혼으로 살아가거나, 비혼을 결심했거나, 비혼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자신감을 주는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사회가 변하고 시대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진다. 이미 짧은 시간 동안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핵가족에서 1인 가구로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축소되고 다변화됐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 민법은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를 포함한 직계혈족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와 직계혈족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의료 정책상 큰 질병이나 사고로 수술을 하게 될 때 수술 동의서에 서명할 수 있는 사람이 법정대리인으로 제한되어 있다.

1인 가구에 대한 미미한 정책을 보면
비혼은 마치 없는 형태인 것처럼 가려져왔다.

가족에 대한 대부분의 정부 정책 역시 부모-자식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이 기준이다. 혼인에서 비롯한 가족 중심의 정책은 매년 쏟아져 나오고 출산에 대한 직접 지원금은 날로 늘어난다. 그러나 1인 가구에 대한 미미한 정책을 보면 비혼은 마치 없는 형태인 것처럼 가려져왔다. <비혼수업>은 이렇게 분명히 존재하는 삶의 형태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주지한다. 이 책은 비혼자를 위한 이야기뿐 아니라, 지금 비혼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지점을 짚어나가는 책이다.

<비혼수업>은 ‘미혼’이라는 단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한다. 기혼 아니면 미혼이라는 선택지의 오류를 떠올려보자. 미혼이라는 단어에는 완전하지 않다는 뜻의 ‘미(未)’를 쓴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고로 언젠가 결혼할 이로 규정하는 단어다. 결혼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공고하게 굳어진 통념인지를 일깨운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싹트고 있지만 비혼자는 여전히 제도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고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에 대한 탐탁지 않은 시선도 빈번히 존재한다. 결혼 유무를 인성과 결부시키는가 하면 사회 붕괴 요인의 일부로 여기는 이도 많다. 한편 정부는 결혼하면 출산을 할 것이고, 출산이 이루어지면 사회의 인적 재원이 확보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결혼을 장려한다. 이윽고 각 지자체에서는 결혼 적령기인 남녀를 불러 모아 인연을 만나도록 하는 행사를 벌이고, 심지어 국제결혼을 하는 남성에게는 결혼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기도 한다. 인신매매에 준하는 국제결혼 형태를 지원한다는 것은 분명한 아이러니다.

 

책 중반부에는 비혼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상세한 솔루션을 담았다. 비혼의 삶에서 뽑은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돈. 평생 혼자 살아갈 계획을 하고, 부양할 사람이 없고, 함께 돈을 모을 사람이 없는 비혼인에게 오롯이 스스로의 삶을 일구려면 돈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적인 홀로서기를 위한 경제적 지식과 함께 세금, 보험, 부동산, 재테크, 주거 등 알아두어야 할 정보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또 비혼자의 주거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 집을 구하는 방법을 비롯해 스스로 집을 고쳐나가는 요령 등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보수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장비는 무엇인지부터 벽지, 바닥, 창틀 등 리모델링과 셀프 인테리어에 관한 사소한 팁까지 소개한다.

재정적인 홀로서기를 위한 경제적 지식과 함께 세금, 보험, 부동산, 재테크, 주거 등 알아두어야 할 정보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결혼을 해서 누군가와 함께 잘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처럼 비혼 역시 나 홀로 잘 살겠다는 마음으로 서로 다르지 않다. 저자는 내가 나로 잘 살기 위해서는 주거, 경제 등 물리적 요소와 더불어 ‘나는 혼자가 아니다.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자기 확신 역시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살아가는 데에서 돈만큼 중요한 또 하나가 바로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공동체다. 비혼이란 인생에서 단 한 명의 짝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동료를 만나는 삶의 형태다.

 

삶의 형태에 완성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은퇴, 노후 등 나이에 따르는 사회적인 생애 주기가 마치 ‘국룰’처럼 존재한다. <비혼수업>은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비혼에 대한 부정적인 말과 인식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즐겁고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비혼이란 당연하게 존재하는 하나의 삶의 형태라는 점을 자신 있게 말하고, 그것을 인정받는 사회가 되도록 말이다.



Related Posts

아티스트 이융세
노마드다양성도시
Achim 비주얼 디렉터 윤샘, 발행인 윤진
도시라이프스타일커뮤니티
송멜로디 외 공저 <집다운 집>
도시라이프스타일커뮤니티
VILLIV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VILLIV NEWSLETTER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