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생기는 옆집 갤러리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동네마다 생기는 옆집 갤러리
조지프 탕 갤러리

Text | Anna Gye
Photos | Mineun Kim, Galerie Joseph Tang

프랑스 파리의 조지프 탕 갤러리는 미술계에 더 이상 강자 법칙은 통하지 않으며 작은 규모와 가벼운 관계로 일하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예술 공백 상태가 되어가는 지금, 갤러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기하급수적인 성장보다는 보편적이지 않는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친화력이다.

Galerie Joseph Tang. Alexander Lieck exhibition / @Galerie Joseph Tang 2020
Aurelien Mole. Sophie Bueno Boutellier exhibition 2020 / @Galerie Joseph Tang

소규모로 만족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레스토랑은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회사를 키우고, 브랜드는 세계 곳곳에 매장을 내고 성장하기를 원한다. 미술계도 마찬가지다. 갤러리들은 글로벌 마켓에서 활동하기 위해 애쓰고 아티스트들은 메가 상업 갤러리들과 친분을 쌓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에서 조지프 탕 갤러리(www.galeriejosephtang.com)를 운영하는 갤러리스트 조지프 탕Joseph Tang은 날이 갈수록 규모를 줄이고 가볍고 느슨한 관계로 움직이는 갤러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선택한 대안이 아닌 미술계를 바라보는 정확한 예측에 따른 일이다.

“제 목표는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바게트를 사러 나가듯 동네 슈퍼처럼 들러 살 수 있고, 침대 옆에 걸어놓고 평생 소장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에요. 동네마다 만날 수 있는, 옆집 갤러리처럼요.”
- 조지프 탕 -

조지프 탕은 독일 출판 스튜디오 프로인데 폰 프로인덴Freunde von Freunden(영어명 Friends of Friends)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갤러리는 여느 상업 갤러리와 구조, 타깃, 작품 스타일 등 여러 요소에서 차이가 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통 갤러리는 시장 흐름을 기준으로 작가, 컬렉터, 갤러리스트의 관계가 성립하지만 조지프 탕 갤러리는 어느 영역에도 편향되지 않고 작가, 컬렉터, 갤러리스트 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한다. 작가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비즈니스와 멀어지기 쉽고, 판매와 이익에 치중하면 흔하디흔한 상업 갤러리밖에 되지 않는다. 조지프 탕은 작가와 작품 방향에 관해 의논하거나 작품 완성을 재촉한 적이 없다. 전시 날짜를 미리 정하지도 않는다. 손님들은 작품을 알기 전에 작가를 먼저 알아가고, 작가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면서 작품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즐거움을 느낀다.

 

“소속 작가 개념도 없어요. 오히려 작가들에게 다른 갤러리에서도 열심히 전시하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라고 권유해요. 컬렉터들에게도 완성품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작가의 스튜디오에 가보고 그 과정을 살펴보라고 말하죠. 갤러리는 작품을 구입, 판매하는 목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품과 눈을 맞추고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곳이기도 하지요.” 전시가 없을 때도 그의 갤러리에는 계속 손님이 찾아오고 허물없는 대화가 오간다.

갤러리스트 조지프 탕과 비디오 아트스트로 활동하는 부인 샤롯 모스Charlotte Moth

“한 평 공간이라도 갤러리를 열 수 있어요. 갤러리는 전시가 아닌 감상을 위해, 판매보다 공유 목적으로 함께해야 하죠.” 골목마다 만날 수 있는 갤러리. 갤러리가 아트가 아닌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티스트, 갤러리스트, 컬렉터 등을 두루 거친 그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수학한 후 미국에서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으로 둥지를 옮겼을 때 살인적인 물가를 감당하기 위해 갤러리스트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20년 전 프랑스로 이주한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갤러리를 만들고 파리로 옮겨와 현재까지 혼자서 독립적인 방식으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위 사진 모두) 조지프 탕의 집 내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사람들은 공동체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일로 만난 사이보다 중요한 것이 삶을 공유하는 이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같은 동네에 살거나 취향과 취미 등으로 느슨하게 묶인 커뮤니티 관계 속에서 공감과 위로를 느끼고 감정을 교류한다. 이런 과정에서 떠오르는 화두가 ‘동네’, ‘골목’, ‘로컬’ 등이다. 일상 반경을 중심으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개성 넘치는 골목과 가게, 친근한 동네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좁은 골목이 이어지고, 아는 사람과 마주치고, 단골 가게에 들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동네가 각광받게 될 겁니다. 그런 동네에는 전시가 없어도 들를 수 있는 갤러리가 반드시 있어야 하죠.”

(위 사진 모두) 조지프 탕의 집 내부

복층 구조로 1층은 타인에게 열려 있고, 2층은 개인 공간인 그의 집. 그는 집 안 전체를 갤러리처럼 화이트 컬러로 단장했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몇 점의 그림 외에 나머지 예술 작품은 창고에 넣어두었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그와 비디오 아티스트인 아내에게 하얀 벽은 공백 상태 그 자체 또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림 대신 집에 가득한 것은 식물이다. 생명을 가진 식물은 그림, 가구보다 더욱 중요한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집 자체가 주는 기쁨도 크지만 무엇보다 이 집이 매력적인 것은 동네 때문이에요. 벨비유 지역은 파리 내에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뉴욕에 살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죠. 집 앞에도 바, 카페가 즐비해요. ‘핫’하다는 온라인 콘텐츠 회사 콘비니Konbini도 이곳으로 이사를 왔더라고요. 날이 갈수록 이 동네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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