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논다고 굶어 죽을까?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좀 논다고 굶어 죽을까?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Text | Kakyung Baek
Photos | 편성준

카피라이터 출신 광고인 편성준과 출판 기획자 윤혜자, 이 부부는 한옥 ‘성북동 소행성’에 산다. 남들이 보기엔 마냥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퇴사 후 정말 하고 싶었던 일에 매진하고 있다. 돈을 덜 벌어도 더 많이 놀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면서 말이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것보다 때로는 곁눈질이 더 가치 있을 때가 있다.

“집에서 놀고 있어.” 누군가의 안부를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라고 상상해보자. 살짝 불편하게 여겨질 것 같다. 이를테면 ‘집에서’와 ‘놀고 있어’ 사이에 ‘일도 안 하고’, ‘백수처럼’이라는 말을 묵음 처리한 것처럼 속이 편하지 않다. 최근 나온 신간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서점 매대에서 봤을 때도 이런 비슷한 느낌이었다. 곧장 따라오는 질문, 그럼 돈은 누가 벌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일련의 질문들은 우리가 일과 돈에 과하게 집착하고 있다는 방증은 아닐까.

“저자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라는 아파트 광고 카피가 속물적이라 말하면서도, 그래도 사는 곳이 중요한 건 사실이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편성준은 MBC애드컴, TBWA 코리아 등 광고 대행사에서 20년 넘게 카피라이터로 일한 필력으로 시종일관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술, 사랑, 일 등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속속 등장하고 그 이면에는 진지한 통찰이 차곡차곡 깔려 있다. 그중에서도 5부 ‘여기는 성북동 소행성’은 이 부부에게 집이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살필 수 있는 장이다. 성북동 소행성은 편성준과 그의 아내가 함께 사는 한옥 이름이다. 작지만 행복한 집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라는 아파트 광고 카피가 속물적이라 말하면서도, 그래도 사는 곳이 중요한 건 사실이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원래 이 부부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살았는데 한옥으로 옮기면서 삶의 방향성까지 달라졌다. 툇마루에 앉아 텅 빈 마당과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며 실없는 농담도 술술 나오게 된다고. 그들은 이곳에서 자주 친구들을 불러 밥을 해 먹이고 근처 공원과 골목을 걸으며 시도 때도 없이 놀 궁리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놀까? 편성준은 퇴사 직후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실행하며 글을 썼고 이번에 책으로 엮었다. 토요일에는 한국 소설 독서 모임 ‘독하다 토요일’을 기획해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한다. 아내와 함께 스마트 파머를 취재하는 기획을 맡아 전국을 돌며 글을 쓰기도 했다. 편성준이 책에 쓴 내용 중에 가장 크게 마음을 울린 대목이 있다. 인간은 음식 없이 40일, 물 없이 3일을 살 수 있지만 의미 없이는 35초를 견디지 못한다는 인용구다. 생존을 위한 영양분 없이는 오래 버틸 수 있지만 의미가 없다면 몇 초도 견디지 못하는 게 인간이라니! 아마도 그와 아내 역시 남의 회사를 위해 지금의 자신을 희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삶을 오래 견디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결국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가 말하고 싶은 건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거다. 이들처럼 회사를 그만둔다고 곧바로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것. 저자의 말처럼 “별빛은 옆으로 쳐다볼 때 더 많이 보인다”. 지금껏 정도를 걸으며 바삐 달려왔던 트랙을 벗어나 과감히 옆길로 새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의 농담 같은 에세이가 힘센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책을 준비하면서 예상과 달리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겨울에 제주도에 있는 지인의 별장에 가서 한 달간 원고를 썼는데, 서울로 돌아와 2월에 뜻하지 않게 덜컥 한옥을 사서 수리를 시작하는 바람에 두 달 내내 집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당연히 원고를 마무리할 시간이 없었죠. 5월에 이사를 완료하고 나서야 비로소 원고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예전에 써놓은 원고들을 한 가지 콘셉트로 꿰는 ‘키워드’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에 출판사에서 회의를 하다가 ‘부부가 둘 다 놀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고 그걸 콘셉트와 제목으로 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야기의 지향점이 분명해졌습니다. ‘노는 것과 쉬는 것은 다른 얘기다’, ‘좀 바보같이 살아도 큰일 안 난다’, ‘미루지 말고 지금 놀자’ 같은 소제목도 그 덕분에 쓸 수 있었습니다.

 

한옥에성북동 소행성’이라 이름 붙였는데, 그 의미와 함께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면서 아내가 집 이름을 한번 지어보라고 해서 ‘작지만 행복한 집’이라는 뜻으로 소행성(小幸星)이라는 한자 이름을 지었습니다.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소행성과는 한자가 다르죠. 한옥으로 이사 와서 가장 좋은 점은 툇마루에 앉아 텅 빈 마당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 넓지 않은 마당이지만 마당이 주는 자유로움과 개방감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행복을 선사합니다.

독자들로부터 들은 가장 황당하고 재밌었던 반응은 무엇인가요?

‘둘 다 논다고 하더니 이렇게 책을 내지 않았느냐’, ‘책값을 벌지 않느냐’ 하는 분노에 찬 반응이 몇 번 있었고, 자기도 놀고 싶어서 책을 샀더니 정작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비결이 나와 있지 않아서 실망했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둘 다 ‘논다와 쉰다’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아서 생긴 반응이었죠. 잘 놀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회사 생활이든 제조업이든 사회생활을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놀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반응은 별 힘 주지 않고 장난처럼 썼던 ‘별똥별’이라는 글을 너무나 많은 독자들이 좋아해주었다는 사실입니다. “꿈에 별똥별을 보면서 생각했다. 별은 아내를 주고 똥은 내가 가져야지. 그래도 별이 하나 남네”라는 글이었습니다. 아마도 ‘공처가의 캘리’를 쓰는 제 평소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글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은 이 책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유형이 있다면?

모든 걸 경제 논리에 맞춰 생각하는 사람. 농담을 하지 않는 사람. 장난을 칠 줄 모르는 사람. ‘공처가의 캘리’를 보고 쓸데없는 짓이라며 당장 집어치우라고 진심으로 말했던 사람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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