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게와 와비사비가 빚은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휘게와 와비사비가 빚은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재팬디 스타일

Text | Nari Park
Photos | Ward 5 Design, Jonas Bjerre-Poulsen

자연을 집 안에 들이는 북유럽식 인테리어가 일본 특유의 간결하고 정제된 미니멀리즘을 만났다. 일본(Japan)과 스칸디나비아Scandinavia의 di를 합해 ‘재팬디Japandi’라는 신조어로 부르는 디자인 트렌드는 따뜻한 컬러 톤, 푸른 식물과 장인 정신이 깃든 공예품을 집에 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한 인테리어 열풍에 그치지 않고 ‘휘게’와 ‘와비사비’로 통용되는 동서양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재팬디 스타일 건축으로 화제가 된 워드 5 디자인Ward 5 Design의 최근 프로젝트

올해 들어 전 세계 디자인 & 리빙 관련 매체들이 앞다퉈 재팬디 열풍을 조명하고 나섰다. 북유럽의 휘게 정신과 일본의 미니멀리즘을 결합한 이 신조어의 유행은 지난해 연말부터 감지됐다. 스타일 아이디어 공유 사이트 핀터레스트에 키워드 ‘Japandi’로 검색되는 자료가 100% 증가한 것만 봐도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재팬디 스타일이란 결국 부족해서 더 아름다운,
우리 삶의 ‘여백과 조화’에 관한 이야기인 셈이다.”
- 조에 페만Zoe Feldman, 덴마크 디자이너 -

재팬디는 보는 각도에 따라 이전에 유행한 리빙 인테리어 스타일을 닮았다. 미드센추리 디자인 열풍을 이끈 북유럽 감성 같기도 하고, 무인양품으로 상징되는 극도의 간결하고 심플한 일본 미니멀리즘을 닮은 것도 같다. 딱히 한 가지로 규정하기 힘든 재팬디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미국 내 부티크 하우스를 거래하는 부동산업체 올프레이스Allprace 대표 샨티 위자야Shanty Wijaya는 설명한다. “재팬디란 통상적으로 중성적인 컬러 패턴을 사용하고 나무나 돌, 가죽 같은 자연 소재를 강조한 디자인을 뜻한다. 안팎의 경계 없이 생활 공간 어디에서건 푸른 식물을 곁에 두는 것도 특징이다.” 디자인 온라인 미디어 <디진Dezeen>의 설명은 재팬디 디자인 요소를 한층 구체적으로 거론한다. “재팬디는 동서양의 스타일을 결합한 동시대 디자인 트렌드로 차갑지 않은 따뜻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수공예 도자나 텍스처가 돋보이는 나무처럼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고 촉각을 통한 자극을 주는 인테리어 소품을 활용한다.”

올프레이스가 LA에 선보인 하우스는 재팬디 스타일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예라 할 만하다. 3층 규모의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한 이 하우스의 이름은 ‘프로젝트 재팬디Projet Japandi’. 아이보리, 나무색, 회색 등 무채색 계열을 사용해 따뜻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며 구석구석 텍스처가 도드라진 마감재와 소품이 눈에 띈다. 실내에 많은 화분을 두어 식물과 녹지로 상징되는 자연을 공간 안에 들인 점이 특징이다. 대량생산한 가구가 아닌 빈티지와 수공예품을 집 전체에 적절히 배치해 율동감을 연출했다. 투박하게 마감된 프랑스 오크 나무를 재사용해 주방 조리대로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자연과의 조화라 할 만하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에 맞춰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정확한 방향과 각도를 계산해 창을 내고 침실, 리빙룸, 선셋, 정원에 별도의 독립 창고를 두어 코로나19가 야기한 재택근무용 홈 오피스로 삼았다. 마감재는 전체적으로 목재를 고집해 자연과 최대한 어우러지는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건축 사무소 놈 아키텍츠가 재팬디 스타일로 설계해 주목받은 아르크펠라고 하우스

놈 아키텍츠Norm Architects 또한 재팬디 스타일 건축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완성한 아르크펠라고 하우스Archpelago House는 스웨덴과 일본의 미학을 구현하는 소나무로 설계한 휴가 별장. 크림색과 옅은 회색으로 실내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목재 가구를 최소한으로 배치해 여백의 미를 극대화했다. 목재 커피 테이블에 무심히 놓은 듯한 스톤 화병, 바닥 한쪽에 세워둔 회화 등 최소한의 작품으로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공간을 완성했다. 덴마크 디자이너 니나 톨스트룹Nina Tolstrup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북유럽에서는 손으로 만든 정성스러운 공예품을 소중히 여기며 오래 보존하고자 하는 정서가 있다”고 분석했다.

 

재팬디는 단순히 새롭게 떠오른 인테리어 디자인 키워드만은 아니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인테리어 트렌드를 넘어 삶의 태도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확장 중이다. 그 중심에 일본인의 삶을 대변하는 ‘와비사비wabi-sabi’, 북유럽인 특유의 ‘휘게hygge’ 라이프가 자리한다. 고독을 뜻하는 ‘와비시사’와 외로움을 뜻하는 ‘사비시사’의 합성어 ‘와비사비’는 일본 무로마치 시대의 미의식인 적막하고 스산한 감정 상태를 뜻한다. 평범한 사물, 불완전하고 미비한 사물일지라도 그 안에 나름의 아름다움이 깃든다는, 부족하지만 그 내면의 깊이가 충만함을 뜻하는 일본 특유의 미적 관념을 가리킨다.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휘게’는 어떠한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도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삶의 태도는 멀리 동양의 와비사비와 만나 재팬디 라이프로 확장 중이다.

그간의 많은 트렌드가 그랬듯 재팬디 역시 시대의 요구일 것이다. 기능적이면서도 미니멀한 재팬디 스타일 인테리어는 우리의 마음에도, 삶의 공간에도 각자의 철학을 담은 여백을 조금쯤 남기도록 권한다. 덴마크 디자이너 조에 페만Zoe Feldman은 BBC를 통해 우리 시대가 재팬디 스타일에 열광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재팬디 스타일이란 결국 부족해서 더 아름다운, 우리 삶의 ‘여백과 조화’에 관한 이야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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