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식당 음식 배달 시대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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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식당 음식 배달 시대
미슐랭 정찬의 포장 배달

Text | Nari Park
Photos | Tom Akiens, Jonas Bjerre-Poulsen

세계 최고의 셰프 요리를 레스토랑에서 음미하던 미식의 시대가 변화의 기점을 맞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레스토랑 내 식사가 여의치 않자 ‘음식은 만든 자리에서 맛봐야 한다’던 보수적인 미슐랭 스타 셰프들도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트럭을 몰고 나와 트러플 버거를 판매하는가 하면 포장 메뉴와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미슐랭 정찬을 집에서 즐기는 전무후무한 시대가 도래했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요식업계의 ‘앳 홈at home’을 이끌었다. ‘집에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앳 홈 문화가 이제 ‘최고의 정찬은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것’이라고 주장하던 전통의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3월 영국판 <GQ> 라이프스타일 지면에는 미슐랭 정찬을 집에서 즐기는 새로운 풍경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대대로 신선한 식자재로 조리한 예술 같은 음식을 완벽한 플레이팅으로 즐기는 음식이야말로 최고의 정찬이라 믿던 보수적인 파인다이닝 신에 변화가 감지된 셈. 맛과 서비스, 철학 등을 두루 종합해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만 부여한다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들이 테이블 사이의 거리 두기, 예약제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며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레스토랑에서의 식사(dine-in)’ 방식을 고집해왔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 아래 결국 포장 메뉴와 배달 서비스라는 초강수를 수용한 모양새다.

“외식은 더이상 어딘가를 방문해 식사한다는 개념에 국한되지 않는다.
- <파인다이닝 러버스> -

올해 초 세 번째 록다운에 들어간 영국 요식업계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100년 역사를 간직한 런던의 유서 깊은 미슐랭 인도 레스토랑 ‘비라스와미Veeraswarmy’는 일찌감치 인기 메뉴를 압축한 포장식을 선보였다. 양고기 핸디 골라 캐밥handi gola kabab, 암릿사리 탄두리 치킨Armritsari tandoori chicken 등을 런던의 유명 배송업체 딜리버루Deliveroo와 제휴해 배달하고 있다. 대황과 오렌지로 만든 칵테일까지 제공하며 완벽한 홈 다이닝 메뉴를 구성했다.

스타 셰프 톰 에킨스가 자신의 레스토랑 톰스 키친Tom’s Kitchen에서 시작한 포장 서비스

28세에 런던의 최연소 미슐랭 스타 셰프가 돼 화제를 모은 톰 에킨스Tom Aikens도 최근 2코스 홈 정찬 메뉴의 ‘메이크어웨이make-away’를 출시했다. 2인 기준 98파운드에 판매하는 이 딜리버리 메뉴는 신선한 근대와 오이 조각, 아마인을 더한 애피타이저 ‘솔트 베이크트 비츠salt baked beets’, 버터 두른 감자와 달콤하게 구운 엔다이브로 구성한 대구 요리 ‘코드 로인cod loin’ 등을 포함한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주문은 매주 일요일 오후에 마감하며, 배송은 그다음 주 금요일에 하는데 주말에 가족이 특별한 식사를 즐기도록 배려한 시스템이다. 현재 런던의 세 번째 록다운과 함께 매장 영업을 중단한 쇼디치 지역의 렐리스Lely’s는 와인과 2인 기준 디너 정찬으로 구성한 밀키트 요리를 선보였다. 양고기와 초콜릿, 크림 홍합 스튜 등으로 구성한 ‘이스터 박스Easter Box’(140파운드)는 부활절을 몇 주 앞두고 일찌감치 품절될 만큼 호응이 높았다.

이스트런던의 인기 레스토랑 렐리스는 와인과 함께 2인 기준 디너 정찬 밀키트를 제공한다.

미슐랭 포장 메뉴는 재료를 배송받아 직접 요리하는 ‘메이크어웨이’ 키트부터 완전식에 이르기까지 옵션이 다양하다. 메이크어웨이 키트를 제작하는 영국 미슐랭 다이닝의 경우 영국 전역에 배송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했다. 단순히 몇몇 지역에 국한해 배달하는 것과 달리 영국 전역의 누구라도 미슐랭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전 국민 미슐랭 홈 다이닝 시대가 열린 셈이다. <파인다이닝 러버스>지는 이 같은 현상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외식 자체가 미래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라면, 이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메뉴가 우리 현관 앞에 도착해야 하는 것은 시대의 당연한 요구다. 외식은 더이상 어딘가를 방문해 식사한다는 개념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는 즐길 수 없었던 일부 미슐랭 레스토랑의 정찬을 쉽게 맛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단 한 번도 포장 메뉴를 허락하지 않았던 견고한 미슐랭 레스토랑의 자존심 대신 실리를 택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푸드 & 와인> 매거진은 “코로나19가 일상화되면서 전 세계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가격을 최대 92%까지 인하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사정이 이러하자 2021년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를 획득한 마르세유의 레스토랑 AM의 오너 셰프 알렉상드르 마지아Alexandre Mazzia는 푸드 트럭을 몰고 고객을 찾아 거리로 나왔다. 그의 푸드 트럭에서는 캐비아를 올린 구운 가지와 송아지 고기로 만든 샌드위치가 인기인데, 1일 60개 한정 판매 메뉴를 주문하기 위해 일찍부터 긴 줄이 늘어설 만큼 인기다. 코로나19 시대, 여행과 문화생활 같은 우리의 내면을 풍성하게 채워왔던 보편적 엔터테인먼트가 금지되며 이제 우리는 더 맛있는 것, 미각을 통해 허기진 마음을 채우는 시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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