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는 모습을 담는 잡지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진짜 사는 모습을 담는 잡지
아파르타멘토

Text | Jay Kim Salinger

보통의 인테리어와 건축을 다루는 잡지에서 우리가 쉽게 접하는 공간들은 먼지 하나 없이 하얗고 깨끗하다.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을 좇으며 높은 천장, 넓은 공간에 값비싼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구도 가득하다.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해 그 누구도 살지 않는 공간 같은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공간과는 너무 달라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리빙 트렌드가 ‘럭셔리’와 쉽게 연관되는 이유이다.

“진정한 삶의 공간은 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장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파르타멘토 apartamento> 일곱 번째 이슈에서 소개된 인테리어 디자이너 앤디 비치 Andy Beach는 리빙 공간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진정한 삶의 공간은 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장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the world of apartamento 표지
식탁에 놓인 apartamento

200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세 명의 친구가 시작한 잡지 <아파르타멘토>는 크리에이티브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과 그들의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 등장하는 공간 대부분은 협소한 렌트 형태의 아파트인데 늘 각종 물건으로 꽉 차 있지만 생기가 넘친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스타일 있는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아닌, 거주자의 사는 방식과 그들의 삶의 이야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부분이다.

 

집을 보면 그 집 주인에 대해서 알기가 쉽다.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어야 하는 집은 내가 좋아하는 것, 자주 사용하는 것 그리고 삶을 구성하는 물건으로 가득 차기 마련이다. <아파르타멘토>는 마치 집 주인의 포트레이트 사진을 찍듯, 집의 사실적인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공장에서 찍어낸듯한 흠 없는 모습의 집이 모두에게 완벽한 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apartamento 내지-1
apartamento 내지-2
apartamento 내지-3

설립자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영향력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아파르타멘토>는 설립자의 얼굴뿐 아니라 특정인의 문체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저널리스트는 독자와 취재 대상 사이의 통역가 혹은 발행물의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독자 스스로 인터뷰이의 메시지를 발견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인지 <아파르타멘토>는 창간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설립자 인터뷰를 찾기 어렵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해 자기를 뽐내는 나르시시즘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이 시대에 본인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태도가 신선하고 그들의 철학을 더욱 존중하게 만든다.

 

발행인의 역할이 드러나지 않았을 때 독자가 잡지와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 <아파르타멘토>는 잡지를 읽는 독자에게 특정한 영향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것을 사세요’, ‘이러한 새로운 게 나왔어요’하는 광고가 다른 잡지보다 적다.

한 권을 읽고 나면 ‘15페이지에 있던 테이블을 사서 내 방에 놔 봐야지’라는 것보다 ‘나도 내 삶을 살 방법을 찾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아파르타멘토> 한 권을 읽고 나면 ‘15페이지에 있던 테이블을 사서 내 방에 놔 봐야지’라는 것보다 ‘나도 내 삶을 살 방법을 찾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나와는 다른 삶이지만 재밌는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짧은 전기를 읽는 구성 때문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궁금해하고 나의 삶의 방식을 알리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아파르타멘토>를 읽는 독자들의 성향은 잡지의 성격과도 많이 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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