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같은 집은 없다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세상에 같은 집은 없다
그림책을 통해 본 집

Text | Angelina Gieun Lee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는데, 왜 집은 고만고만하게 생겼을까. 사람마다 생김새에서부터 시작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다르다. 따라서 좋아하거나 편안하게 느끼는 것도 같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사람을 편안하게 감싸고 품는 집도 저마다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이상한 집 내지

비슷해 보이는 아파트에 둘러싸여 지내는 우리가 가지는 의문점을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오늘날 미국에서 짓는 집은 도심과 교외 어디에 지었든 틀에서 찍어낸 듯 비슷해 보여 대체로 영혼이 없고(soulless), 불필요하게 크기만 하다’라고 <모노클(Monocle)>은 꼬집는다.

 

아울러 놀란 가일즈 Nolan Giles는 칼럼을 통해 낙수대(Falling Water House)를 비롯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 건축물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주변 환경과 개인의 니즈 및 취향을 고루 반영한 개성 있고 독창적인 집을 선보일 계기를 다시 마련하는 자신의 바람도 드러낸다.

 

물론 집이 갖춰야 할 기본은 간과할 수 없다. 외부 요소로부터 보호받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내가 아닌 타인이 생각하고 정한 기준에 마냥 따르기만 하진 않았을까. 한 번쯤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날 미국에서 짓는 집은 도심과 교외 어디에 지었든 틀에서 찍어낸 듯 비슷해 보여 대체로 영혼이 없고(soulless), 불필요하게 크기만 하다’라고 <모노클>은 꼬집는다.”

막상 행동으로 옮겨보자니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백 번 듣기보다 한 번 내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말을 조금 바꾸어 어려운 책 백 번 읽기보다 쉬운 그림책에 한 번 시선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세상을 살며 켜켜이 쌓은 선입견으로 인해 왜곡된 시선을 가진 어른보다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어린아이들에게서 오히려 더 많이 배우듯이 말이다.

 

이지현 작가가 쓰고 그린 <이상한 집>은 이상한 마을을 둘러보며 구경하듯 마을에 있는 집을 하나씩 살펴본다. 마을에 있는 집은 하나같이 이상하다. 길쭉하거나 거꾸로 서 있는 것은 물론, 가시가 돋아있거나 미로 한가운데에서 막대를 버팀목으로 삼아 서 있는 등 현실에서는 시도조차 못할 집이 뒤를 잇는다.

 

그러나 마을에서 제일 이상하다고 여기는 집은 ‘이상하지 않아서 이상한 집’이다. 집이라 하면 많이들 떠올리고 그리는 ‘그냥 집’인 것. 발상의 전환도 당연히 메시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래야 한다는 틀에 얽매여 내 집을 오히려 더 이상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지 뒤돌아보게 하는 역설의 장치로도 작용한다.

Home 표지
Home 내지

한편 카슨 엘리스 Carson Ellis의 <홈(Home)>을 통해 시야를 조금 더 넓혀 세상 곳곳에 있는 집을 둘러볼 수도 있다. 쉬운 텍스트와 풍부한 색채를 덧입힌 그림을 조합해 작가는 현실과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집을 보여준다. 잉크 및 구아슈 페인팅 기법을 활용해 그린 도시, 자연, 상상과 전설 속 집은 작가가 활용한 색만큼 다채롭다.

 

그러나 <홈>에서는 집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런데 이건 누구의 집인지(But whose home is this?)’,  ‘그렇다면 이건 어떤지(And what about this?)’ 등 간결하지만 시선을 끄는 질문을 내보여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멈추도록 한다. 책장을 넘기는 대신 누가 어떤 집에 살고, 나는 어떤 집에 살면 좋을지 묻고 상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는 ‘찬찬히 보고 궁금증을 가질 시간(time to look and time to wonder)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라고 평한다.

 

타인이 정한 기준과 틀에 빠져들어 스스로가 누구이고,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원하는지 잊어버리기 쉽다. 그러나 타인이 생각하고 만들어준 대로 내 집이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이상한 집>에서 볼 수 있는 이상하지만 다채로워서 재미있는 이상한 마을은 절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나 언제든 환영하는 열린 자세를 취할 겨를이 없으니 내 삶이 풍요로울 수 없을 것이다.

 

<홈>의 말미에서처럼 내 집은 어디에 있는지, 나는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자.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내 집 그리고 내 삶을 위한 선순환이 비롯될 수 있다. 단순함이 최선(simple is the best)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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