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처럼 집을 판다면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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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처럼 집을 판다면
맥맨션 McMansion

Text | Angelina Gieun Lee

‘맥맨션 McMansion’은 미국에서 중대형 혹은 대형 주택을 의미하는 맨션 mansion과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 McDonald’s를 조합한 단어이다.

어느 정도 짐작이 되듯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 빠르고 저렴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메뉴로 인해 획일성과 대량생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맥도날드에 빗대 크고 화려하지만 뚜렷한 개성이 없고(tasteless), 밋밋한(bland) 집으로 맥맨션을 신랄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주로 미국 대도시 인근 교외 지역에 280~465제곱미터 정도 넓이로 틀에 찍어내듯 유사한 디자인과 형태를 띠는 맥맨션은 1980년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 부와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았다. 자산 증식 및 투자 대상으로 여긴 것은 물론이다. 경제 성장과 맞물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이에 따른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맥맨션은 크고 화려해졌지만, 그만큼 ‘집’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담아내는 장소가 아닌 남이 보기에 좋은 것을 드러내는 장소로 변질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블룸버그 Bloomberg>를 위시한 경제 및 경영 전문 매체와 주택 정보 제공 사이트인 <트룰리아 Trulia>가 맥맨션은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었다고 선언하는 상황이다.

투자 여력이 줄어 수요가 예전보다 못하다는 데서 첫 번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집을 바라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맥맨션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수 있다. 남에게 좋게 보이기보다 나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그리고 나의 선택으로 인해 주변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의식하기 시작한 것.

 

이렇게 인식이 변화한 데에는 디지털 기술 발달과 이로 인해 밀레니얼 세대 같은 젊은 층이 효율성과 효용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한 데에 기인할 수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 businessinsider.com>는 분석한다. 이제는 디지털 매체 및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내가 원하는 정보를 더 수월하게 찾아낼 수 있다. 온라인 매체 및 SNS의 발달로 인해 나의 선택과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도 이전보다 더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성을 포함한 각종 사회 현상에 관한 관심 역시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관심사 및 시각의 변화로 인해 미국 내 주택 시공사도 이전보다 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 수요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려고 한다. 획일화된 주거 문화에서 탈피하고자 미드센추리를 비롯한 다양한 디자인 및 건축 양식도 주목받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천편일률적인 맥맨션에서 탈피해 집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려는 움직임도 돋보인다. <맥맨션 헬 mcmansionhell.com>과 같은 온라인 블로그는 맥맨션이 미적 완성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불필요하게 넓은 집을 짓기 위해 자재도 많이 사용하는 데다, 냉난방을 포함해 유지 비용도 필요 이상으로 발생하게 되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또한 잦은 잉여 공간은 동선을 방해해 가족 간 마주치는 횟수를 줄여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낄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외부로부터 보호를 받는 수단으로써 시작한 집이 한때 부와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변질한 나머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을 덕목으로 간주한 시절이 있었다. 남들도 가지고 있기에 나도 가져야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물이 바로 맥맨션일 수 있다. 내가 틀로 찍어내듯 만들어낸 존재가 아니라면, 나를 담아내는 내 집도 이에 걸맞은 것을 찾거나 만들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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