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향, 홈 프레그런스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집의 향, 홈 프레그런스
기억을 떠올리는 매개체

Text | Jay Kim Salinger

커피 냄새를 맡으면 자연스럽게 내가 커피를 마신 카페가 떠오르고, 수영장 냄새를 맡으면 여름날 물놀이의 추억이 생각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향수를 맡으면 이 향수를 사용했던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한다.

우리의 기억은 뇌의 지각중추에 흩어져 있지만, 또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어떤 일정 자극이 더해지면 기억이 되살아나는데, ‘후각’은 다른 감각 신호보다 뇌에 더 강력한 자극을 주게 된다.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는 어느 날 맡은 빵의 향기로부터 어릴 적 고향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이는 그의 대표작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Àla recherche du temps perdu>를 집필하는 계기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과거의 특정한 냄새에 자극을 받아 기억을 떠올리는 현상을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 칭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심리와 구조를 이용해 온 많은 브랜드가 ‘프루스트 현상’을 활용한 ‘향기 마케팅’을 영업에 적극적으로 접목해 왔다. 예컨대, 브랜드 매장에 특정 향만을 고집하거나 지역명을 브랜드명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향이 다른 냄새를 없애는 것을 넘어 특정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사람의 기분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향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출장을 떠나 묵는 호텔 방에 들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신이 챙겨 온 향초를 피는 것이라고 말한다. 낯선 공간에 자신의 집이나 사무 공간 또는 차에서 사용해 온 특정 향초를 피움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조명과 가구를 활용해 집의 분위기를 바꾸듯, 향을 통해 내게 맞는 공간의 느낌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홈 프레그런스 제품은 인테리어 용품으로 구분된다. 가구를 바꾸는 것보다 간단하고, 저렴하게 집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만큼 잘 고른 향초 하나는 공간의 마술사라 말할 수도 있다.

홈 프레그런스 제품에 붙은 이름도 다양하다. ‘오렌지’, ‘재스민 올리브’, ‘그린 티’, ‘라벤더’, ‘장미’ 등 일차원적인 자연의 이름이 있는가 하면, ‘불타는 장작’, ‘바닷바람’, ‘불타는 장미’, ‘나무 위의 집’처럼 공간과 기억이 연결된 복합적인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향수병’을 뜻하는 ‘홈식 homesick’을 브랜드명으로 사용하는 홈 프레그런스 브랜드 ‘홈식’은 미국 각 주의 향과 각 도시의 향, 그리고 미국 외 다른 나라의 향을 테마로 하고 있다. 아울러 기억을 주제로 ‘해변가의 집’, ‘뒤뜰의 바비큐’, ‘여름의 캠프’, ‘할머니의 주방’ 등 시적인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제품명만 보아도 그 향이 가득한 공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집의 향’을 떠올리는 주체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공간에서 향을 통해 집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낭만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향을 맡으면 기분이 달라지고 편안해지다 보니 향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까지 전달된다. 불을 피우면 촛농이 녹음에 따라 은은히 향을 풍기는 향초, 방에 뿌리는 룸 스프레이, 커튼이나 소파 등 천 제품에 뿌리는 섬유용 향수 등 다수의 브랜드가 관련 제품을 제공한다. 이런 제품군을 집의 향, ‘홈 프레그런스 Home Fragrance’라 부른다. 향이 다른 냄새를 없애는 것을 넘어 특정 기억을 떠올리고, 사람의 기분을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향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홈 프레그런스’가 우리 삶에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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