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가꾸는 경험의 즐거움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자신을 가꾸는 경험의 즐거움
아모레성수

Text | Solhee Yoon
Photos provided by Amorepacific

기계 소리와 라운지 음악, 거친 콘크리트와 네온사인.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만났을 때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공간의 이야기가 무르익는다. 서울 성수동이 그렇다.

지난 10월 문을 연 아모레성수는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사의 모든 제품군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종합 플래그십 스토어다. 개장 두 달 만에 방문객 수 2만 4000여 명을 기록하며 현재 성수동에서 손꼽히는 방문지로 자리매김 중이다. 건축가 권경민, 박천강의 프로젝트 그룹인 HAPSA가 공간 디자인을, 더 가든이 정원 디자인을 맡았다.

 

성수동의 변화가 그렇듯, 낡은 자동차 정비소의 외관은 그대로 두되 내부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한편 시멘트 바닥이었던 건물 중정을 뒤엎고 생태 정원 성수가든으로 조성해 이곳만의 뚜렷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돋아난 푸른 이끼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활기를 선사한다. 또한 일상의 여유와 휴식을 상징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사실 아모레성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방문객의 자유도가 높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즉 여느 플래그십 스토어처럼 남의 집에 들른 느낌이 아닌 내 집의 넓은 파우더 룸 같다. 먼저 현관에 들어서면 회원 인증을 통해 ‘성수’ 물 한 병과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준다. 물 한 병은 쉬어가며 둘러보라는 인사 같다. 이후 건물의 형상과 같은 ㄷ자형 복도를 따라가면 차례대로 클렌징-기초-색조 화장품이 펼쳐진다. 특히 클렌징 제품 전시 공간에는 세면대와 타월을 비치해 앞으로 만날 제품들을 제대로 경험해보라고 제안한다.

 

10~30대에게 메이크업은 이제 개성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자 놀이가 됐다.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가꾸는 취향인 것이다. 그렇기에 풍부한 선택지는 흥미를 돋우고 ‘나도 한번’ 하고 마음의 문턱을 넘는 용기를 준다. 더욱이 이 공간에서는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여느 플래그십 스토어처럼 구매용 바구니를 주는 대신 체험하고 싶은 제품을 담을 바구니를 주니 오로지 나의 경험에만 집중할 수 있다.

건물 출구 앞에는 꽃집이 있다. 마지막 인상을 남기는 공간이기에 기업의 메시지를 소개하는 전시장이 들어설 법하지만 의도적으로 지워냈다. 브랜드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사용자의 개성이 끼어들 틈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신 플로리스트의 정성이 담긴 꽃다발로 마무리한다. ‘오늘의 꽃다발’을 비롯해 생소하고 귀한 꽃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다. 공간을 나서는 발걸음에서 어느 브랜드 이름보다 ‘아름다움’ 또는 ‘가꾸는 일상’을 떠올리는 건 어떻게 보면 치밀하게 설계된 결과다.

 

아모레성수에서 완고할 것 같은 개별 브랜드 정체성은 흐려졌다. 대신 더 넓은 범위에서 아름다움이란 테마를 열고 방문객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도록 돕는다. 메이크업으로 놀아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들은 꾸미는 일이란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하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즐거운 경험에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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