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주거 실험실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모두를 위한 주거 실험실
서울하우징랩

Text | Kakyung Baek
Photos provided by Seoulhousinglab

포털 사이트에 '집'을 검색하면 무엇부터 나올까? 돈 들여 광고하는 부동산들이 맨 위에 나오고 ‘직거래’, ‘초특가’, ‘실매물’, ‘급매 전문’, ‘연중무휴’ 같은 용어가 연이어 등장한다. 어쩌면 우리는 사는(live) 집보다 사는(buy) 집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등포 시장 근처 한적한 거리에 위치한 서울하우징랩은 ‘사는(live) 집’의 의미에 집중한 집을 탐구하는 곳이다. SH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소유한 유휴 공간을 사회 혁신 기업 로모ROMOR가 운영을 맡아 시민들이 다양한 주거 실험을 할 수 있도록 2018년 10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주거 빈곤, 홈리스, 젠트리피케이션 등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동시에 시민 누구나 찾아와 집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하우징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1층에 코워킹 스페이스 겸 카페가 있다. 카페의 한 섹션에는 서울하우징랩의 정체성을 보여주듯 집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해주는 도서가 구비되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강당, 계단식 강의실, 전시실로 구성된 지하층은 시민 누구든지 예약을 통해서 집과 주거에 관한 행사를 열 수 있다. 일례로 시민들이 기획한 도시 영화제 <먼데이 서울>이 매주 열렸으며 이 외에도 북토크, 하우스콘서트, 커피클래스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선보인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집은 장소가 아닌 상품으로 ‘××평, ○○만원’ 같은 숫자로만 기억되곤 하죠. 이렇게 집이 장소성을 잃어버린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집에 대한 상상력을 넓혀주고 싶어요.” - 서울하우징랩 -

서울하우징랩이 어떤 실험을 하는지는 한 해 동안 진행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기에 몇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올해 여름에 열린 <플라이 미 투 더 룸Fly Me To The #Room>은 한 프리랜서 기자가 서울의 남의 방을 취재하며 기록한 사진과 인터뷰로 구성된 기획 전시였다. 폭염이 강타하던 서울의 여름, 한 여성 노숙인의 인터뷰 중 “서울에 편하게 누울 방 하나 없다는 것. 외계인처럼 우주를 떠도는 기분이었어요”라는 문장에서 시작된 이 전시는 오늘날 현대인에게 방은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관람객들은 서울하우징랩 지하 2층의 H스퀘어를 돌아보며 각자 방의 의미를 사유하고 메모를 남기는 등 스스로 작품이 되어 전시를 완성했다.

 

두 번째 <개미굴>은 예술 단체 ‘나무타는 목수들’이 주거 공간을 쟁취하던 중 다양한 난관에 부딪히는 모습을 개미에 빗대어 표현한 전시다. 나무타는 목수들은 예술가, 목수, 수목 관리사로 구성된 단체로 나무라는 매개체로 다양한 예술적 상상력을 선보여왔다. 전시 공간은 각각 주제가 다른 4개의 방으로 구성되었다. 비닐이 안개처럼 메워져 있는 ‘비닐의 방’, 사방에 매듭지어 있는 ‘끈의 방’, 비좁은 공간으로 지나가야만 하는 ‘벽의 방’, 마지막으로 ‘문의 방’이다. 관람객은 마치 미로를 체험하듯 4개의 방을 지나면서 나를 위한 온전한 공간을 찾는 여정을 은유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서울하우징랩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껏 선보인 프로그램 중에서 관람객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전시라고 한다.

서울하우징랩은 주거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전시 이외에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워크숍도 진행한다. 예를 들면 공구를 더 잘 다뤄보고 싶은 여성을 대상으로 집 고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고쳐볼LAB’, 친환경 샴푸 만들기와 생태 가드닝, 네이처 위빙을 경험해보는 ‘계절정원’ 등이다. 2020년에도 서울하우징랩에서는 시민들의 제안으로 기획하는 다양한 주거 실험이 계속될 예정이다. 나에게 유용한 공공 주거 정책이 궁금할 때, 전세와 월세를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주거를 꿈꾸고 싶을 때 우선 편한 마음으로 서울하우징랩에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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