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야만 하는’ 집도, 인테리어도 없다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그래야만 하는’ 집도, 인테리어도 없다
책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 저자 서윤영

Text | Kay B.
Photos | Darun

세 집 중 한 곳이 1인 가구인데도 대다수의 주거 공간이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설계하고 만들어진다.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는 이런 현실에서 결혼하지 않고 동거인과 사는 사람, 출퇴근이나 학업 때문에 간헐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 등 오롯이 1.5인 가구를 위한 집에 대해 고민하는 책이다.

위 사진은 책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 ⓒ l.e.o on Foter.com / CC BY

이삿짐센터 직원들과 새로 이사한 집에서 가구를 옮기는 중이라고 가정해보자. “침대는 안방에 둘게요.” 질문과 통보가 애매하게 섞인 말에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라고 대꾸하는 상황이다. 당신은 이 말을 하기까지 ‘손님이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집 안 풍경이 나의 개인적인 부분이라도 괜찮을까?’, ‘대부분의 집이 그렇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거실은 거실 기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등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데에서 비롯된 숱한 고민과 고정관념을 떨쳐냈을 것이다. 비로소 침대는 거실에 두겠다고 결정한 후에도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묻는 누군가에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라고 답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를 제목으로 삼은 책이라면, 안방에 침대를 놓아야만 하는 것처럼 틀에 박힌 집에 대한 공식을 어떻게 타파해나갈 수 있을지 속 시원히 알려줄 것임을 믿어도 된다.

 

2020년 현재 세 집 중 한 곳이 1인 가구다. 앞으로 1~2인 가구의 비중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거 공간 대부분은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인과 함께 사는 사람, 결혼은 했어도 출산 계획이 없는 딩크족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1~2인 가구는 늘어나지만 그들의 요구에 맞는 집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가족의 형태에 관한 고정관념은 집의 인테리어에도 작동한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널따란 소파, 그 위에 55인치 이상 되는 TV를 걸고 부엌과 식당이 하나로 연결된 다이닝룸을 지나면 안방, 작은방, 드레스룸, 팬트리가 나오는 구조. 신혼집을 장만한 친구의 집, 최근 이사한 부모님 집, 드라마에 나오는 가정집이 모두 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가.

“1인 가구는 언제든 2인 가구가 될 수 있다. 2인 가구 또한 언제든 1인 가구가 될 수 있다. 아니면 어느 날 3인 가구가 될 수도 있다. 그때 집의 공간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재사용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거기에 ‘그래야 한다’는 건 없다.”
- 저자 서윤영 -

책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는 1~2인 가구를 만족시킬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 책을 지은 건축 칼럼니스트 서윤영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1.5인 가구’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한다. 1.5인 가구란 독립해 혼자 살다가 주말에는 애인과 함께 지내는 비혼족, 때때로 등하교 문제로 가족과 함께 살다가 혼자 살기도 하는 분산 가구 등 ‘혼자지만 둘처럼, 둘이지만 혼자처럼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저자 역시 결혼을 하며 처음으로 독립해 2인 가구가 되었다. 다만 그는 자녀 계획 없이 자기 일과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하며 살기로 했다. 이러한 이유로 남편과 함께 지내는 집 이외에 작업실 겸 세컨드 하우스로 활용할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간헐적 1인 가구로 지내기 위해 집을 구하고 인테리어를 구획하는 전 과정이 담겨 있다. 그 말인즉 설계 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저자의 전문적인 건축 지식을 토대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원룸을 구획하는 법, 집을 넓게 활용하는 법 등 1.5인 가구에 도움이 될 만한 쏠쏠한 아이디어가 책에 가득하다는 뜻이다.

위 사진은 책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 ⓒ by Jeremy Levine Design on Foter.com / CC BY

책에 소개한 다양한 방법 중에서 인상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가장 먼저 좁은 집에 둘 가구를 고르는 노하우다. 저자는 설계 사무소에서 도면 그리는 작업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는 아파트가 더 넓어 보이게 하려고 모든 가구의 크기를 10% 작게 그리는 방법을 사용하곤 했다고 한다. 핵심은 이를 실제 생활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좁은 집에 놓을 1인용 가구를 살 땐 10%라도 크기가 작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퀸사이즈보다 싱글 침대를 택하고 상대적으로 폭이 좁은 선반을 구매하는 작은 선택들이 모이면 생각보다 큰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수납 가구와 신체 가구의 개념을 이해한다면 더없이 좋다. 옷장이나 책장, 서랍장처럼 물건을 넣어두는 가구는 수납 가구이고 침대, 의자처럼 사람의 몸이 닿는 가구는 신체 가구라 한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집을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려면 수납 가구의 비율을 줄이고 신체 가구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 그 이유는 사람 몸에 비유해 설명한 저자의 탁월한 해석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타고난 골격은 어쩔 수가 없듯이 이미 지어진 집은 벽체를 옮기거나 구조를 바꿀 수가 없다. 대신 사람이 운동으로 몸의 지방을 없애고 근육을 늘려 몸매를 가꾸듯, 공간은 수납 가구를 줄이고 신체 가구를 적재적소에 두는 것으로 변화를 꾀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인테리어의 기본이다.”

 

두 번째 팁은 가구 배치에 있다. 집을 휴식을 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하는 공간으로도 사용한다면 현관문을 열었을 때 주방과 화장실이 바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또 침실과 주방, 침실과 작업실의 영역을 나누기 위한 가림막을 달거나 소파 같은 가구를 배치하면 좁은 집이 훨씬 깔끔해 보인다. 공용 공간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1인 가구라면 침대를 거실에 두는 것도 멋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대개 거실은 채광을 비롯한 모든 조건이 집에서 가장 좋아 쾌적하고 넓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침실에는 침대와 옷장 같은 덩치 큰 가구를 두기 마련인데 이를 좁은 방이 아닌 거실에 두면 공간감을 살릴 수 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고 다만 갖가지 해답만이 있을 뿐이다. 비혼이나 이혼으로 혼자 살든, 이성애자 또는 동성애자 커플로 함께 살든, 그리고 그 방식이 결혼이든 동거든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는 것처럼.”
- 저자 서윤영 -

“세상에는 정답이 없고 다만 갖가지 해답만이 있을 뿐이다. 비혼이나 이혼으로 혼자 살든, 이성애자 또는 동성애자 커플로 함께 살든, 그리고 그 방식이 결혼이든 동거든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는 것처럼.” 작가의 이 멋진 말에 걸맞도록 앞으로 1.5인 가구를 위해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당신이 친구와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면 여전히 일반 신혼부부처럼 우선순위로 주택 청약을 신청할 수도, 공동 명의로 전세 자금을 대출받을 방법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세상의 틀에 삶을 끼워 맞추지 않고 삶의 형태에 따라 틀을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더 다양한 주거와 가족의 형태가 정책적으로 보호받을 날이 더 빠르게 도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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