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에는 어떤 물건이 살고 있나요?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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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집에는 어떤 물건이 살고 있나요?
매거진 <사물함Samulham>

Text | Kay B.
Photos | Chejostudio

집에 굴러다니는 사소한 물건도 각자 사연이 있다. 매일 베고 자는 베개, 끼니때마다 여닫는 밀폐 용기, 어스름해지면 켜는 조명. 매거진 <사물함>은 일상에 파묻혀 있던 물건 한 가지를 골라 흥미로운 시선으로 탐구한다. 집에서 함께 숨 쉬며 사는 사물에 대해 조금 더 다정한 시선이 필요하다.

집의 의미를 찾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방과 거실이 몇 개인지 따져 물을 수도 있고, 준공 연도부터 건축가가 반영한 시대적 배경을 헤아릴 수도 있다. 그 밖에도 동네, 가구원 수, 생애 주기 등 다양한 잣대로 집을 바라볼 수 있다. 여기서는 좀 더 독특한 기준을 제시해보려 한다. 바로 사물이다. 집 안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다양한 오브제obeject. 이러한 접근을 사람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누군가가 입은 재킷, 손목시계, 매일 들고 다니는 책, 그 책을 넣은 가방의 재질 등에서 그를 설명해줄 단서를 찾는 일과 같다. 대체로 누군가가 지니고 있는 물건은 꽤 훌륭한 힌트가 되곤 한다.

 

지금 소개하려는 매거진 <사물함>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집 안의 다양한 물건을 통해 집의 가치를 읽어낸다. 체조스튜디오가 기획하고 1년에 두 번 발행하는 이 매거진은 매호 한 가지 사물을 정해 깊이 파고든다. 2018년에 창간한 1호의 주제는 조명이었으며 2호는 베개, 3호는 밀폐 용기, 지난 6월에 발간한 4호의 주제는 월경용품이다. 체조스튜디오는 한 호의 방향키와 같은 물건을 꽤나 즉흥적으로 고르지만 확고한 기준에 따른다. ‘작고 사소하고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물함>은 11세 어린이부터 30세 디자이너, 66세 주부 등 나이와 직업의 경계 없이 여러 사람의 입을 빌려 한 사물이 집 안에서 관계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이뿐만 아니라 시인, 소설가, 편집 디자이너 등이 참여해 대상을 바라보는 집요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한 사물에 대한 글을 싣기도 한다. 또한 사물의 오래된 역사를 들춰보며 “어떤 이유로 물건을 만들었는가?”와 같은 심오하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매거진에 기대하게 되는 멋진 이미지도 상당히 많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영화 속에서 포착한 물건의 모습, 동시대 포토그래퍼가 한 가지 주제를 위해 촬영한 아름다운 장면이 그것이다.

“집은 저마다의 현실과 꿈을 담고 있고 삶의 패턴을 만드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합니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사물을 통해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사물함>을 기획한 이유입니다.”
- 강아름(체조스튜디오) -

창간호 서문에는 <사물함>이 집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사물을 택한 이유, 즉 이 매거진의 기획 의도를 자세히 설명했다. 1846년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시인 루이즈 콜레에게 쓴 편지로 시작하는데, 이는 결국 <사물함>이 전하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모든 하찮은 오브제 속에는 경이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한편 사회 비평의 창시자인 클로드 뒤셰는 하나의 소설을 작품에 등장한 물건으로만 비평하기도 했다.

 

<사물함> 2호는 베개가 주인공이다. 매호 목차 페이지에서는 한 가지 사물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이 쏟아진다. 특히 베개 편에서 이 페이지는 독자를 일상을 넘어선 다른 차원으로 이끌고 간다. “어릴 적 귓가를 스치던 자장가의 노랫말은 무엇이었나?”, “지난밤 꿈을 베개는 기억하고 있을까?”, “팔을 베개 삼아 하늘을 바라보았던 마지막 기억은 언제인가?” 등 이들이 제시한 10가지 질문에 속으로 답을 하다 보면 저절로 베개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곧바로 “사랑하는 당신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로 이어지는 유진목 시인의 글 역시 마치 햇빛에 오래 말려서 버석거리는 베개를 베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러한 문학적 접근 말고도 베개의 역사를 총망라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획도 있다. 일생의 3분의 1을 잠자는 데 쓰는 인간에게 베개는 언제나 편안한 물건은 아니었다고. 잠을 자다가 벌레의 공격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베개를 사용하기도 하고, 침입자가 들어오면 기민하게 공격하기 위해 높은 베개를 쓰던 시대도 있었기 때문이다. 각국의 생활양식에 따라 극적으로 변한 베개 모양을 살펴볼 수도 있다.

<사물함>의 기획 중에서도 체조스튜디오가 가장 좋아하는 꼭지는 ‘당신의 사물을 그려주세요’이다. 누군가가 손으로 쓴 글씨를 보기 힘든 요즘이라 그런지 삐뚤빼뚤하게 그린 그림과 글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7세의 어린이는 자신이 예쁘다고 느끼는 조명을 그리고 “내가 전등을 만들고 싶다”라고 써놓았다. 29세의 음악가는 좋아하는 조명을 눕히고 같이 누워 있다가 엄마에게 혼났던 유년 시절을 추억했다. 두 손주를 둔 63세의 할머니는 고등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김치를 담아주셨던 밀폐 용기를 정성껏 그리기도 했다. 누군가 공들여 그린 그림에서 그 물건과 사람의 관계, 생김새, 의미 등을 곰곰이 생각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꼭지를 통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이야기가 모이는 게 언제나 신기해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그 이야기는 정말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물함>을 통해 주변의 사물과 나의 관계를 잠깐이라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아진 요즘, 집 안에서 묵묵히 존재하는 물건들을 자주 쳐다보게 된다. 어디에 필요한지, 왜 샀는지 따져가며 쓸모없는 것을 버리려고 하다가,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것, 우연히 여행길에서 마주쳤던 것 등 물건에 담긴 사연 때문에 머뭇거린 적이 많다. 어쩌면 집에 있는 물건은 멈춰 있는 사물이라기보다 끊임없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시간이 흐르면서 낡아가고 어떤 이야기나 추억의 장면 속에서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물함>을 통해 배울 만한 유익한 지점을 하나 더 꼽자면, 입체적 시선이다. 방을 걷다가 당신의 발에 차였을지 모를 그 물건으로 무려 한 권의 매거진을 만들어낸다. 평범한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하고 재기 발랄한 시선이 탐난다면 <사물함> 전권을 탐독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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