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치유하는 사운드 테라피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소리로 치유하는 사운드 테라피
가젤리 하우스

Text | Nari Park
Photos | Gazelli House, Alexis Hamilton

숙련된 테라피스트가 다양한 금속 주발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두툼한 막대로 그릇 가장자리를 두드리자 사찰의 타종 소리처럼 영롱한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이어 미세한 진파가 남아 있는 주발을 허리, 어깨 같은 몸의 경직된 부위에 가져다 댄다. 런던의 가젤리 하우스는 소리와 진파를 통해 심연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새로운 치유 방식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음악과 소설 같은 오랜 여운이 남는 매체는 미디어가 생산하는 뉴스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 삶에 스며든다.” 최근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터뷰에서 한 말처럼, 정서에 기댄 콘텐츠는 팩트보다 더 길고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무의식중 우리의 몸과 마음에 남아 오랜 시간을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과 소설에 기댄 방식은 최근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주는 힐링 도구로 적극 차용되고 있다. 영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토스트Toast가 사운드 디자이너 레옹 장마리Leon JeanMarie, 크리스틴 라우터Christin Rauter와 함께 명상을 돕는 ‘슬로 사운드Slow Sound’ 시리즈를 선보이며 큰 반향을 이끌었고, 유튜브에서는 ‘명상(meditation)’이란 키워드로 2억 개가 넘는 게시물이 검색될 만큼 지금은 소리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는 명상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런던의 유서 깊은 부촌 사우스켄싱턴 중심에 문을 연 ‘가젤리 하우스Gazelli House’는 손맛이나 보디 제품에 집중하는 여타의 스파와 달리 ‘소리’를 치유 수단으로 내세운다. 바쿠, 이스탄불은 물론 런던에만 해러즈 백화점, 홀랜드 파크점에 이은 세 번째 분점이다. 세계적 여행 미디어 <콘데 나스 트래블러>가 2020 리빙 트렌드 키워드로 꼽은 ‘사운드 마사지’는 이미 런던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확산할 만큼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콘데 나스 트래블러>가 “작년 대비 285% 성장세를 보일 만큼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힌 사운드 마사지는 음악과 소리를 통해 심신의 피로를 풀어내는 새로운 테라피 방식이다.

 

가젤리 하우스의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전학과 예방의학 박사 자리파 함자예바Zarifa Hamzayeva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 설립한 가젤리 하우스는 그가 한평생 연구해온 독창적인 건강 진단 방식을 사용했다. 함자예바 박사는 환자의 증상과 유전적 요소 사이의 연결 고리를 치료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이를 통해 독자적 힐링 프로그램을 고안해냈다. 영양소의 중요성, 삶의 방식, 피부에 드러나는 감정적 요소를 통해 환자 상태를 분석하고 치료하는데, ‘아름답게 살기(Live Beautifully)’라는 모토 아래 비슷한 생각을 가진 고객들과 정기적 모임을 열고 토론과 사교의 장을 마련해 테라피 숍이 하나의 지역 커뮤니티로 기능하도록 했다.

사우스켄싱턴 번화가에 자리한 가젤리 하우스는 가정집이 연상될 만큼 친숙하고 아늑한 분위기다. 총 3층 규모의 매장에 들어서면 손님을 맞는 딱딱한 리셉션 데스크가 아닌 아늑한 서가가 자리해 있어 긴장이 풀린다. 금빛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소셜 모임과 작은 콘서트를 열 수 있는 리빙 룸이 나오고, 3층 루프톱에는 상담과 치료를 받은 고객이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라운지를 마련했다. 섬세하게 디자인한 프라이빗 워크숍은 정서적 안정을 돕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된다. 스킨케어 마스터 클래스 같은 일반적인 살롱 프로그램을 포함해 신체운동학을 뜻하는 ‘키네시올로지kinesiology’, 스트레칭, 최면 요법, 라이프 코칭, 명상, 영감을 주는 대화 기술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가젤리 하우스는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테라피스트로 상주하며 개인에게 특화된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중 가젤리 하우스의 스페셜 프로그램인 ‘레이키Reiki’는 우주 만물의 에너지를 통해 자연 치유를 돕는 프로그램으로, 주요 치료 도구를 ‘소리’로 삼는다. 이니셜 레이키 트리트먼트Initial Reiki Treatment(90분 137파운드), 사운드 힐링Sound Healing(45분 127파운드)은 일본과 유럽 지역에서 레이키 마스터 과정을 마친 전문가 자스민 하소노가 이끄는 프로그램으로 셀프 힐링을 통해 육체와 영혼이 자연스레 교감하도록 돕는다. 사운드 마사지라고 하면 언뜻 여러 장르의 음악을 통한 치료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5000년 전 인도인들이 사용했던 치유의 방식을 현대적으로 접목한 것을 말한다. 치료에 최적화된 소리를 내는 메탈 볼의 진파와 울림은 손끝으로 전하는 마사지의 힘보다 훨씬 더 묵직하고 강렬하다.

아직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사운드 테라피는 이미 몇몇 해외 럭셔리 호텔 & 스파 브랜드에서 특화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다. JW 메리어트 호텔, 반얀트리 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최첨단 의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주 만물의 에너지’를 모아 치유하는 사운드 힐링이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를 줄지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소리의 파장은 인간의 의식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온전히 고요하게, 단 한시도 내면에 귀기울일 틈 없는 이들에게 소리가 인도하는 명상은 어디서든 가능한 치유 수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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