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설된 코로나 시대의 전시 공간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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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설된 코로나 시대의 전시 공간
버추얼 콘텐츠

Text | Dami Yoo

코로나로 기억되는 한 해다. 범지구적 전염병의 여파는 생활과 문화를 변형시켰다. 이 대전환의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를 비롯해 분야마다 각종 신조어와 함께 기존 생활을 대체할 형식이 속속 등장했다. 물리적 공간에서 경험했던 문화와 예술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버추얼 전시라는 형식이 대안으로 꼽혔다. 팬데믹을 통과하는 버추얼 콘텐츠 양상을 짚어본다.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T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글로벌 증시는 폭락했고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봉쇄령이 내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넋을 잃고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일하고 먹고 여가 시간을 보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렇게 코로나 시대의 일상에 재택근무, 배달 음식, 홈 트레이닝, 온라인 밋업 등 새로운 형식이 도입되었다. 여가 시간은 직접 요리하고 정원을 가꾸거나 실내 공간을 다시 구성하는 식의 창조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는 한편, 게임, 온라인 스트리밍 콘텐츠, 라이브 커머스 등이 일상에 재빠르게 안착했다. 코로나19가 장악한 2020년 상반기는 이렇게 지루한 일상을 이겨냈다. 그 후 무산되었던 행사들이 차츰 재개되기 시작했다.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에서다.

디자인 전문 웹진 <디진>의 버추얼 디자인 페스티벌 웹 페이지

우선 디자인 전문 웹진 <디진Dezeen>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버추얼 디자인 페스티벌을 열어 온라인 전시 플랫폼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같은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프로모션이 이뤄지는 큰 기회가 사라진 상황에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디진>에 먼저 물어온 것이 계기였다. 마커스 페어스Marcus Fairs 편집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플랫폼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버추얼 디자인 페스티벌을 열었다고 밝혔다.

 

두 달간 열린 버추얼 디자인 페스티벌에서는 디자이너, 건축가, 아티스트들이 온라인 토크를 진행했고 신제품 론칭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톰 딕슨의 조명 프로젝트, 카펫 브랜드 씨씨 타피스CC-Tapis의 새로운 러그 컬렉션 등이 이때 공개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버추얼 전시에서는 물리적인 작품 경험이 제한적인 만큼 주관적인 감상과 해석보다는 얼마나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며 매끄럽게 정보를 전달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듯했다.

클라우디아 안두자르의 개인전 의 ‘디지털 뷰잉룸’ 웹 페이지

파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브라질 출신 아티스트 클라우디아 안두자르Claudia Andujar의 개인전 <From Europe to Brazil>을 ‘디지털 뷰잉룸’으로 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전시에서는 300장이 넘는 사진과 그림, 영상 자료를 선보였다. 뷰잉룸에 접속하면 작가의 생애를 소개하는 첫 번째 챕터가 펼쳐진다. 3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전시는 스크롤을 따라 작품과 상세한 설명이 선형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물리적 ‘전시 경험’에 대입해보면 질서 정연하게 전시장 동선을 따라가는 것과 같다. 치밀한 내러티브를 따라 작품과 설명을 접하다 보면 전시보다는 출판에 가까운 형식으로 다가온다.

<버추얼 디자인 데스티네이션> 웹 페이지

한편 코펜하겐 기반의 디자인·공예 이커머스 플랫폼 ‘아도르노디자인adornodesign’은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 대응해 버추얼 디자인 데스티네이션을 개최했다. ‘새로운 현실The New Reality’을 주제로 스웨덴, 프랑스, 리투아니아, 벨기에, 노르웨이 등 총 14개국 디자이너들에게 코로나19로 봉쇄된 도시의 경험을 주제로 한 작품을 커미션하고 이를 가상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버추얼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다. 이것이 실제 작품이 아닌 3D 모델링으로 완성한 ‘버추얼 아트워크’라는 점도 신선하다.

 

올해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의 2020년 졸업 전시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에 앞서 학생들은 온라인 졸업 전시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2년간 연구하고 매진해온 자신의 작업물을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하는 방식을 스크린에 가두고 싶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학생들에게는 졸업 전시가 관련 업계와 접촉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의 목소리에 수긍이 간다. 그러나 RCA의 졸업 전시는 결국 온라인으로 개최되었고 줌zoom을 이용한 250여 개의 실시간 이벤트로 온라인 전시장이라는 고요한 광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또 디자인업계의 주요 인물들이 학생들의 작품을 선정하는 컬렉션을 마련하는 등 살아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애썼다. 이 일은 접속과 접촉 사이의 갈등과 고민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버추얼 전시의 핵심을 물리적 공간의 한계의 대안으로 다수가 접속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국한한다면 결국 온라인 출판이라는 매체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스크린에 잠식된 오늘날이지만 그만큼 새로운 인터페이스 경험과 더불어 콘텐츠의 실험 또한 활발하게 벌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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