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영화제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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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영화제
예테보리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외

Text | Anna Gye
Photos | Göteborg Film, Sundance Festival

레드 카펫도, 영화배우가 북적이는 이벤트도, 영화 관객도 허용하지 않는 팬데믹 시대에 영화제는 어떻게 열릴까? 예테보리 영화제는 디지털 상영과 함께 ‘나홀로 영화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영화제를 취소하는 대신 바이러스 공포와 두려움에 맞서고 이를 생생한 다큐멘터리로 만들려고 한다. 팬데믹 시대에 대한 실험이자 가장 드라마틱한 시나리오다.

1월 28일부터 2월 8일까지 열린 예테보리 영화제(Göteborg Film)는 여타 영화제처럼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하고 디지털 행사를 준비하면서 의문에 빠졌다. 우리가 영화제를 찾는 것은 제한적 상황에서 느끼는 영화적 경험 때문이다. 프리미어(최초 상영) 작품과 수상 기대 작품을 감상하고(개봉이 불확실한 영화까지), 치열하게 표를 획득하고, 어두운 영화관에서 몰입 경험을 하며, 레드 카펫 위에 서 있는 배우들을 목격하고, 축제 분위기에 빠져드는 일. 한 편의 영화 같은 이벤트가 바로 영화제다. 하지만 디지털 영화제는 이런 경험을 대체하지 못한다. 오직 ‘보는 경험’밖에 없다. 아트, 공연과 달리 디지털 영화제가 화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영화제 특유의 현장성과 기대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테보리 영화제는 한 명의 관객을 위해 열리는 영화제를 시작했다.

디지털 영화제가 화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영화제 특유의 현장성과 기대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영화제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열리는 이 이벤트는 절대적인 고독 상태에서도 영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또 편의 시설이 없는 곳에서 오로지 영화에 빠져들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관련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뉴 노멀 법칙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다큐멘터리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 삶을 돌아보고 영화 생태계에 어울리는 이벤트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주최 측은 영화제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파워 게임에서 벗어나 소외된 관객을 위한 이벤트를 고민했다고 한다. 사실 영화제는 관객보다 영화인들이 만나고 교류하기 위한 장소이자 돈이 모여드는 시장이고 매력적인 쇼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취소와 연기를 거듭한 몇몇 영화제는 아예 사라져버렸다. 예테보리 영화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영화제가 다시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영화 고유의 성질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바로 어두운 공간에서 커다란 스크린을 마주하는 경험 말이다.

예테보리 영화제 주최 측은 나홀로 영화제가 열리는 장소 세 곳을 공개하고 참여자를 모집했다. 1만 2044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하키 게임 경기장, 개막식이 열리는 드라큰 영화관, 스웨덴 남서쪽 외딴섬 파테르노스테르Pater Noster다. 경기장과 영화관의 경우 이메일로 당첨을 공지하는데, 당첨자는 티켓에 적힌 날짜와 시간 안에 현장에 도착해 95크로나(약 1만 3000원)를 내고 외롭게 영화를 보게 된다. 팝콘이나 음료수도 직접 가지고 와야 한다. 외딴섬으로 향하는 1인은 함네셰르Hamneskär의 등대에서 7일간 살면서 60여 편의 프리미어 상영작을 볼 수 있다.

놀랍게도 가장 많은 신청자가 몰린 곳은 섬이었다. 최종 선택자는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간호사 리사 엔로스. 그녀는 지난 1월 31일 섬으로 떠났고, 매일 10분씩 ‘리사 다이어리’라는 이름의 유튜브 영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남겼다. 1일 차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없네요. 이 소파 위에서 영화를 보고 잠들 것 같아요. 후회할지 아니면 재미있을지, 내일 알려줄게요.” 그녀는 매일 10분씩 정해진 시간에만 촬영을 했는데(10분 이상은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다), 섬을 소개하기도 하고 잠들기 전까지 본 영화에 대한 코멘트를 남겼다. 그리고 때론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누군가 갑자기 찾아오지 않을까, 작은 섬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가 침투해오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고. 마지막 날 그녀의 말은 이랬다. “오직 찾아오는 방문객은 갈매기밖에 없었다. 주변이 조용할수록 마음의 소리가 강하게 들렸다. 영화 속 인물, 스토리에 점점 의지하게 되었다. 구글을 검색하며 영화 정보에 집착하는 대신 영화와 내 삶을 연결시키는 데 집중하고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영화의 힘은 이야기이고 함께 나누는 것이다. 원래 삶으로 돌아가 이곳에서 느낀 순간들을 가족과 나누고 싶다.”

“구글을 검색하며 영화 정보에 집착하는 대신
영화와 내 삶을 연결시키는 데 집중하고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1월 28일부터 2월 3일까지 열린 세계적인 독립 영화 축제,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도 달라졌다. 온라인 상영회는 물론 세계 여러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극장 또는 드라이브 인 극장에서 소수 인원만 초대하는 프리미어 상영회를 기획했다(아쉽게도 코로나19 확장세로 당일 취소되었다). 익스텐디드 리얼리티extended reality(XR) 기술을 도입해 포켓몬고 게임처럼 쌍방향으로 이뤄지는 영화 디지털 체험과 VR로 감상하는 영화도 소개했다. 전체적으로 러닝 타임도 짧아졌다. 짧아진 시간으로 인해 보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많아졌다. 선댄스 영화제 감독 타비타 잭슨Tabitha Jackson은 선댄스 영화제는 디지털 영화제가 아니라 축제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인들의 새로운 시도는 디지털 플랫폼을 위한 일이 아니라 코로나19 환경에도 불구하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영화 생태계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 영화제는 다시 영화적 경험을 다뤄야 한다.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화두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영화제는 스스로 이 시대에 왜 자신의 영화제가 존재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예테보리 영화제처럼 전형적인 형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집에서 편리하게,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접속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 할 수 있을까? 온라인 서비스가 만연한 이 마당에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영화계를 위한 일이라 할 수 있을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뻔한 스토리에서 벗어난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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