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운슬러와 나누는 삶과 죽음에 관한 대화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디지털 카운슬러와 나누는 삶과 죽음에 관한 대화
라이프 서포트

Text | Nari Park
Photos | Life Support

“3분의 1의 사람들이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라이프 서포트의 조사 결과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생의 끝을 생각하는지를 말해준다. 디지털 카운슬링 사이트 라이프 서포트는 누구나 언젠가 마주하지만 말하길 꺼리는 죽음에 관련한 정보와 조언을 통해 지금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돌아보게 한다.

“3분의 1의 사람들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 라이프 서포트, 디지털 카운슬링 사이트 -

“알렉사Alexa!” “오케이 구글Okay Google!” 마치 친구 이름을 부르듯 집 안에 있는 인공지능 디바이스를 불러 음악을 틀고 조명을 켠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몇 번의 클릭으로 생필품을 주문하고, 궁금한 것은 아이폰 화면에 대고 ‘시리’에게 묻는다. 오늘의 날씨와 코로나19 확진자 수 같은 기본 정보 외에도 화성의 나이는 몇인지, 공룡은 왜 멸종했는지, 배고프다는 표현을 스페인어로 어떻게 하는지 같은 다양한 질문을 손쉽게 물을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한 인터넷과 모바일 디바이스는 평범한 일상을 거쳐 어느새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티브 컨설팅업체 더 라이미널 스페이스The Liminal Space가 디자인한 라이프 서포트가 대표적이다. 죽음이란 화두에 직면한 이들이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고안한 모바일 카운슬링 서비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의학 협회(The Academy of Medical Sciences)와의 협업을 통해 전문적 콘텐츠를 내세운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사용자는 죽음을 주제로 한 다양한 질문이 담긴 생각 주머니에 답하며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갈 수 있다. 어린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설명하는 방법에 관한 팁이나,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좋을 만한 전문가의 오디오 클립 등 다양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대화의 시작은 심플하다. 많은 이들이 죽음이란 주제를 두고 나눌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솔직한 질문에 사이트는 주황색 말풍선을 통해 정확하고 명료한 답을 들려준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나 또는 다른 누군가의 임종 앞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죽음을 마주할 때 대다수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느낀다. 막연한 생각보다는 죽음과 가까워졌을 때 나의 신체적 변화를 잘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영국의 의료 기관 NHS 트러스트NHS Trust 전문의들의 1분 남짓한 오디오 답변은 짧지만 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나직이 상담해주는 듯한 담백하고 나직한 목소리 톤도 인상적이다. 명상 음악을 듣듯 차 한잔을 옆에 두고 사이트를 둘러보는 동안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자선단체 마리 퀴리Marie Curie, 맥밀런 암 지원 기구(Macmillan Cancer Support), 헬스 토크Health Talk 회원 2500여 명이 조사에 참여해 전체적인 대화 주제와 세부 질문지가 꽤 체계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사이트를 통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국 죽음이란 화두 끝에서 ‘어떻게 삶을 잘 영위해야 할까’라는 현재의 문제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죽음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한 전문의의 답변이 대표적이다. “많은 이들이 나이가 들면 요양원이나 의료 시설이 갖춰진 곳을 찾아 옮겨가는데 죽음을 너무 폭력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이야기하다 보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공간, 즉 생의 종착지로서의 집을 고민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집에서 생의 끝을 보내고 싶어 하고, 그러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질문하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환자가 자신이 선택한 곳에서 죽도록 하는 것은 가족의 이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집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은 병원에서 사망한 이들보다 더 많은 평화를 경험하고 유족의 슬픔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 접근성 높이기 위해 웹사이트로 먼저 제작한 라이프 서포트는 앞으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공간에서도 이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집에서 죽음을 맞길 바란다. 가족 모두가
더 많은 평화를 경험하고 슬픔이 최소화하는 공간이기 떄문이다.”
- 앤 내시Anne Nash, 세인트 크리스토퍼스 호스피스 컨설턴트 -

디지털 시대에 죽음의 의미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탐구하는 일레인 카스켓의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공교롭게도 죽음이란 주제는 우리가 직면한 삶과 여러 도전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놀라울 정도로 유용한 도구 역할을 한다. 사실 죽음이라는 렌즈를 통해 보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더 명료하게 볼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삶의 광범위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지금 사는 공간도 중요하지만 한 번쯤 인생에서 마지막 머물 집을 그려보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삶을 환기하고 지금에 좀 더 집중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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