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의 방’을 만드는 의자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방 안의 방’을 만드는 의자
토넷 S5000, 더포름 포드 체어

Text | Kakyung Baek
Photos | De Vorm and Thonet

공간을 채우는 의자도 있지만 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의자도 있다. 토넷과 더포름의 의자는 비대면 시대를 맞아 브랜드와 디자이너에 의해 새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방 안의 방’을 만든다는 개념을 유지하면서 색상과 모듈성, 활용할 수 있는 소품을 다채롭게 구성했다. 집 안에 재택근무 공간을 새롭게 마련할 계획이라면 참고할 만하다.

의자는 단순히 공간에 놓이는 게 다가 아니다. 때로 어떤 의자는 또 다른 공간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팬데믹으로 비대면 시대가 익숙해진 요즘, 오래전 디자인한 의자가 다시 호명되는 이유다. 의자는 그저 앉는 것만으로 독립적이고 사적인 공간을 만들어준다. 지금 소개할 두 의자는 10여 년 전 처음 탄생한 후 최근 팬데믹 시대를 맞아 새롭게 재해석해 다시 선보인 것들이다. 봄을 맞이해 재택근무 공간을 새롭게 마련할 계획이 있거나 오픈 스페이스의 사무실에서 안전한 독립 근무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면 참고해볼 만하다.

네덜란드 가구 회사 더포름De Vorm의 포드 체어Pod Chair는 10년 전 벤저민 휴버트Benjamin Hubert가 디자인한 의자다. 등받이가 뒤쪽을 넓게 둘러싸고 있다. 팔걸이, 좌판 등도 안락한 각도로 설계되었다. 2011년 처음 출시한 포드 체어는 페트 펠트PET felt가 주요 소재다. 이는 600개의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재료다. 이전에 의자의 소재로 쓰인 적 없는 물질이기에 오랜 기간의 실험과 연구는 필수적이었다. 결과적으로 드포름과 벤저민은 의자의 등받이, 팔걸이, 좌판을 각각 이어 붙이는 대신 페트 소재 한 장을 의자 모양의 틀로 찍어내는 제작 공정을 개발했다. 이는 조립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크게 일조했다.

 

포드 체어의 디자인은 윙백wingback 체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윙백 체어는 의자 뒷면에 날개처럼 둘러싸인 면이 있는 안락의자를 말한다. 1600년대 영국에서 만든 것으로 벽난로 앞에 앉을 때 열이나 외풍을 피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으로 디자인한 의자다. 벤저민과 예로엔터르는 지금껏 시중에 나온 윙백 체어의 문제점부터 개선해야 할 점 등을 치밀하게 써 내려가며 하나의 목록을 작성했다. 예로엔터르는 최근 <디자인붐>과의 인터뷰에서 이 목록이 포드 체어가 3D 압착 방식이라는 독특한 제작 공정을 가능하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또 의자 몸체와 프레임을 분리시켜 운송과 수출에 용이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같은 의자라 하더라도 어떤 색이냐에 따라
완전히 기능이 달라지기도 해요.”
- 더포름 CEO 예로엔터르 호벤 -

포드 체어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방 안의 방’이다. 다시 말해 외부 소음을 막아주는 겉 부분과 부드러운 펠트 소재로 된 좌석 부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방이 된다. 이번 제품 리뉴얼에서 포드 체어의 원리나 제조 방식은 달라진 게 없다. 다만 기존에 두 가지 컬러뿐이던 선택지가 11가지로 늘어났다. 예로엔터르에 따르면 포드 체어는 크기도 클뿐더러 소재를 만드는 공정이 복잡해 새로운 색상을 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제품에 선택지가 많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건 언제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포드 체어의 겉 부분은 갈색, 회색 등으로 택하고 내부 좌석은 노란색, 분홍색 등으로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게 됐죠. 같은 의자라 하더라도 어떤 색이냐에 따라 완전히 기능이 달라지기도 해요”라고 예로엔터르는 말했다.

두 번째는 토넷Thonet의 S5000 리트리트Retreat다. S5000은 금속관 형태의 프레임 위로 크고 넓은 좌석과 앉은 사람을 포근히 감싸는 파티션으로 구성된다. 또 테이블, 쿠션, 전원 소켓 같은 요소를 추가해 사무실이나 집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2007년 영국 디자이너 제임스 어바인James Irvine이 디자인한 소파 컬렉션이다. 토넷은 새롭게 리디자인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스튜디오 어바인에 다시 디자인을 맡겼다. 하지만 제임스 어바인의 아내이자 이탈리아 건축가로 활동하는 마리알라우라 로시엘로 어바인Marialaura Rossiello Irvine이 S5000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S5000의 모듈성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고 S5000과 사용할 때 시너지가 나는 테이블 등의 소품을 다양화했다.

건축 디자인 전문 플랫폼 <아키프로덕츠>와의 인터뷰에서 마리알라우라는 “제임스 어바인이 설계한 이 시스템은 이미 모듈화되어 있고 유연성을 갖추었지만, 우리는 가구의 비율을 조정하고 다양한 크기의 패널을 추가해 지속 가능한 진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토넷은 이번 리뉴얼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에 인간이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해 오래 고민한 결과를 팬데믹을 계기로 다시 세상에 선보였다. S5000 리트리트는 많은 사람이 함께 쓰는 사무 공간에서 나만의 독립 공간을 마련해주며, 좁은 집에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획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참혹한 바이러스 시대가 주기적으로 발생했듯 시대의 어떤 모습은 반복되기 마련이다.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오래전 제품이라 할지라도 시대의 필요에 맞게 그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진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윤리적 디자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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