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안에 지은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미술관 안에 지은 집
<집에서 집으로>전

Text | Kay B.
Photos | Blume museum of contemporary art

현대미술 작가와 건축가가 자신이 지은 집으로 초대하는 전시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대적 현실은 이번 전시의 메시지를 더욱 명료하게 만든다. 팬데믹 시대에 예술로 오늘의 집과 내일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 미술관 안에 집을 지었다. 화이트 큐브 안에 팬데믹 시대를 돌파할 만한 장치로 집과 방을 축조했다.

5년 전 연남동에 있는 선배 기자 집에 놀러 갔을 때가 생각난다. 오래된 고택 별채로 월세였는데 도시 한복판에 이런 집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빼곡한 책장과 침대가 놓인 그 방은 침실도 거실도 아닌 모양새였다.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 <녹색광선> DVD가 테이블 위에 있고 무인양품의 심플한 디자인의 CD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던 일렉트로닉 장르의 기타 리프, 여자 보컬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집에 가는 길, 잊고 싶지 않은 몇몇 장면을 빠르게 메모했다. 집 구조와 주인을 닮은 소품, 그 속에서 나눈 대화. 그저 ‘예쁜 집’이라 치부하기에 너무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거창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건 아마도 삶의 방식이었을 테고 ‘언젠가 이렇게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집에 관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삶의 방향으로 이어진다. 여러모로 멋진 사람의 집에 초대받으면 유독 설레는 이유다. 그가 고른 가구, 책, 소파, 음악, 동네 등 집에 관련한 모든 것이 그의 삶의 가치관에 동화하게 만든다. 사소한 것들이 모인 누군가의 집은 삶의 방식을 진지하게 얘기한 적도 없는데 긴 대화를 나눈 것처럼 만든다.

EUS+, ‘Iowa State University Pop-up Shop’

블루메미술관이 기획한 전시 <집에서 집으로>는 현대미술 작가와 건축가가 자신이 지은 집으로 초대하는 전시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대적 현실은 이 전시가 던지는 메시지를 더욱 공명하게 한다. 팬데믹 시대에 예술가들은 오늘의 집과 내일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 미술관 안에 집을 지었다. 화이트 큐브 안에 팬데믹 시대를 돌파할 만한 장치로 집과 방을 축조했다. 그 공간에서 작가들이 전하고자 하는 말과 분위기, 여러 장치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조재영, ‘Through Another Way’

조재영 작가는 집의 일상성에 주목했다. 그의 작품 ‘Through Another Way’를 보면 거대한 기하학적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매일을 사는 원동력은 일상성의 반복이며 이는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반면 민성홍 작가가 건축한 집은 가변적이고 유동적이다. 그의 작품 ‘Skin Layer’는 각 설치 작품에 바퀴가 달려 있으며 버려진 패러글라이딩 천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특정한 방식이나 삶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뜻하는 노마디즘을 떠오르게 한다. 동시에 팬데믹 시대에 장기간 여행지에 머무르며 일하고 여행하는 방식의 워케이션 문화가 얼핏 읽히기도 한다.

팬데믹 시대에 예술가들은
오늘의 집과 내일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
미술관 안에 집을 지었다.

황문정 작가에게 집은 계속 진동할 수 있게 만드는 활기와 움직임인데, 이는 작품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언택트를 위한 접촉자들’이란 작품에는 코로나19 시대에 익숙한 손 소독제, 먼지털이 등 각종 청소 도구로 만든 기계들이 반복적으로 운동한다. 예를 들어 산책하거나 청소하거나 아침에 환기하는 일이 일상을 잘 돌아가게 하는 윤활제로 느낀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창훈 작가는 집이 지닌 고요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꼬리’라는 제목의 영상 작품에는 물이 담긴 사발이 등장한다. 이는 작가가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재개발 예정지의 거주자가 떠난 집의 비가시적 느낌과 정취를 옮겨둔 장치다. 그릇에 있는 물은 얼고 녹는 과정을 반복한다. 물이 순환하는 과정이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행위와 닮았고 우리의 삶과도 접점이 있다.

황문정, ‘언택트를 위한 접촉자들’

모던 건축의 대가 르코르뷔지에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House is a machine for living)”라는 상징적 명제를 남겼다. 그는 이 명제의 전체 내용 중에서 비행기를 집과 같은 맥락으로 언급했다. 그가 살던 시대에 비행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인간의 합리성과 상상력으로 탄생한 결과물이었다. 당시 비행기가 수준 높은 선택에 따른 산물이었듯 집도 시대가 필요로 하는 기능과 경제적 요인, 삶에 관한 상상력과 방향까지 합쳐진 결과다. 기존의 협소한 집의 기능에 기름칠을 하고 더 많은 장치를 덧대어 코로나19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할 때다. 당신이 지금 사는 집에서 어딘가 삐걱대는 느낌이 든다면 블루메미술관의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자신의 집과 대화해보길 바란다. 전시는 5월 1일부터 8월 29일까지 파주에 있는 블루메미술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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