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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도시, 라이프스타일

피부에 맞는 집 찾기

내 집을 위한 마인드풀니스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graphy | Shiro Studio

생활용품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로 스튜디오 Shiro Studi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드레아 모르간테 Andrea Morgante에게 디자인과 집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사람마다 피부 타입이 다르듯이 각자가 편안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색, 소재, 규모가 모두 다를 겁니다. 따라서 내 집을 찾는 과정은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를 알고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담은 행위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스튜디오 이름인 ‘시로 しろ’는 일본어로 흰색을 뜻하는데 의미가 궁금합니다.
(안드레아 모르간테, 시로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08년 일본을 여행하다 하라 켄야의 <백(白, 시로)>을 접하게 됐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와닿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흰색이란 순수함과 진정성을 나타낸다고 봅니다. 아이디어 구상과 드로잉을 포함한 모든 디자인 또한 백지에서 시작하죠. 아이디어가 드로잉으로 시작해 생명을 얻어 가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을 드러내는 이름인 만큼 스튜디오 이름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분야를 한정 짓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본인은 디자인의 정의를 무엇이라고 말하고 싶은가요?
‘마음 상태를 온전히 알아차리고 챙긴다’는 의미의 마인드풀니스 mindfulness가 대두되는데, 디자인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 디자인을 제대로 적용한다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 입장 보자면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재와 제작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요즘의 디자인은 본질을 간과하고 피상적인 영역에 그치는 경향을 띄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각자 신체 조건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거나,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요소를 개선하겠다는 시도도 잘 보이지 않고요.



본인의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주실 수 있을까요?

신체 활동에 불편함이 있는 사용자가 평소에는 보조 기구로 사용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집 안의 오브제로도 활용할 수 있는 ENEA 워킹 스틱을 디자인했습니다. 또한 알레시 Alessi와 함께 인체 구조와 특성을 탐구해 피부에 닿았을 때 촉감이 좋고 손목에 자연스럽게 감기는 손목시계 그로우 GROW워치를 디자인하기도 했고요.









도쿄의 헤어리 하우스 Hairy House는 일본 문화에서 볼 때 꽤나 파격적으로 보이는데요. 건축을 접하는 관점이 궁금합니다.

털(fur) 소재로 두른 것 같이 보여 파격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제 관점과 접근 방식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죠. 집이라는 대상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드러내는 살아있는 유기체인 동시에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고 입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섬유 회사를 운영하는 클라이언트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집을 활용하자고 제안했고, 외벽을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콘크리트 대신 섬유 같은 질감을 가진 소재로 마감하게 됐습니다. 외부 소음을 줄이는 효과도 있죠. 주차 공간도 차량이 입구를 가볍게 밀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일과를 마친 후 포근한 담요에 묻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자는 것이었고요.



또 다른 건축 사례가 있다면요?

뉴 디코이 New Decoy나 그레이트 펜 비지터 센터 Great Fen Visitor Centre를 예로 들어 볼게요. 둘 다 겉보기에는 화려함과 거리가 멉니다. 대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현지 전통 건축 양식에서 모티브를 많이 얻었어요. 그리고 비율과 질감에 변화를 줌으로써 저만의 해석을 더했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한 셈입니다. 유사한 사례로 이탈리아에 있는 엔조 페라리 뮤지엄 Enzo Ferrari Museum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엔조 페라리의 생가이기도 한 유서 깊은 건물에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갤러리가 조화를 이루도록 했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찾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집은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가구, 미술 작품 등 다양한 오브제를 받아들이고 담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의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출 수 있어야 하죠. 그렇기에 명상하듯 집을 찾아 나서기를 제안합니다. 명상을 하며 내면을 들여다보듯이 내가 가진 가치관은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한 다음 집의 외부와 내부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죠. 결국 이상적인 집이란 내게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내 피부에 부드럽게 닿는 옷과 같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하죠. 사람마다 피부 타입이 다르듯이 각자가 편안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색, 소재, 규모가 모두 다를 겁니다. 따라서 내 집을 찾는 과정은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를 알고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담은 행위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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