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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집으로 만드는 법

양재동 '포터블 롤리팝·포터블 로프트' 대표 호야, 오상

Text | Bora Kang
Photography | Siyoung Song

쌍둥이처럼 닮은 하늘색, 빨간색 스쿠터를 타고 집 앞 골목골목을 누비는 부부가 있다. 집에서 스쿠터로 2분 거리에 소품숍 ‘포터블 롤리팝’과 카페 겸 술집 ‘포터블 로프트’를 운영하는 호야와 오상은 20대 시절 혼성 듀오 밴드로 활동하다 결혼까지 골인한 낭만파. 40대가 된 지금도 하루가 멀다고 재미있는 일들을 벌이는 이들 덕에 동네도 전보다 한층 젊어진 느낌이다.








“한 공간을 장기로 임대하기보다는 필요할 때 임시로 빌려서 팝업스토어처럼 활용하는 게 저희한테는 훨씬 효율적이에요.”



포터블 롤리팝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인가요?

(호야) 정기적으로 일하는 멤버는 저희 포함 다섯 명이고요. 양재동에서 카페 겸 술집, 소품숍, 디자인 사무실 등을 운영하며 멤버들과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두 분의 직업을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참 어려워요. 음악, 드로잉, 목공, 디자인, 인테리어 등 작업 영역이 너무 다양해서요. 거기다 틈틈이 잡지도 만들고, 전시도 기획하고요.

(오상) 그래서 가끔 비행기 탈 때 직업란에 뭐라고 쓸지 애매해요. 저희는 뭐든 전문적으로 하지 않거든요. 그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해요. 노는 것처럼 일할 수 있다는 게 장점, 돈을 많이 못 번다는 게 단점이죠.



양재동 주민으로 동네에서 두 개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양재동의 어떤 점이 두 분의 마음을 끌었나요?

(호야) 주택이 많아서인지 분위기가 매우 차분해요. 공원이 가깝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여기 오기 전에는 개포동에서 가게를 했는데, 그때도 느낀 거지만, 트렌디한 거리가 아닌 진짜 동네에서 장사하는 재미가 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아기 엄마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시거든요.

(오상) 번화가가 아닌 주택가여서 공간을 얻기 수월하다는 것도 일을 벌이기 좋은 조건 중 하나예요. 산책하다 쓸모 있어 보이는 빈 곳을 발견하면 주인과 잘 이야기해서 그곳에서 전시를 여는 식이죠. 한 공간을 장기로 임대하기보다는 필요할 때 임시로 빌려서 팝업스토어처럼 쓰는 게 저희한테는 훨씬 효율적이에요.









동네를 중심으로 다양한 모임을 기획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모임이 있나요?

(호야) 일단 동네 상인들과 함께하는 벼룩시장이 있고요. 하나의 주제 아래 각자가 좋아하는 노래를 공유하는 ‘음감회’도 꾸준히 열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친한 동네 빵집인 ‘더 벨로’에서 모임을 했어요. 오븐에서 구워지는 빵 냄새를 맡으며 음악 듣는 게 참 좋더라고요.

(오상) 최근에는 주말마다 각자 동네 책방에서 좋아하는 책을 한 권씩 산 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주책 모임’을 만들었어요. 주말에 술만 마시지 말고 책도 좀 읽자는 취지에서 만든 모임인데 마무리는 늘 술이라는 게 문제예요. 다들 주책 모임의 ‘주’는 ‘술 주(酒)’ 자라면서. (웃음)



듣다 보니 저도 가고 싶네요. 동네 주민이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나요?

(오상) 그럼요. 인스타그램을 보고 그냥 찾아오는 분도 꽤 있어요. 저희는 누구든 금방 친해지는 편이라 웬만하면 다 환영이에요.

(호야) 양재시민의숲에서 진행하는 필라테스 수업도 그렇게 시작한 모임 중 하나예요. 아무 연고 없이 음감회에 찾아온 손님이 한 분 계셨는데 알고 보니 직업이 필라테스 강사인 거예요. 그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다 같이 야외에서 수업하면 재미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고요. 모임에서 만난 인연이 또 다른 모임으로 이어진 경우인 거죠.







“저희는 저희가 운영하는 공간 하나하나가 다 집이라고 생각해요. 배고플 땐 카페에서 밥 먹고, 서재가 필요할 땐 사무실을 이용하고요. 운영하는 공간이 늘어날수록 집이 넓어지는 느낌이에요.”




두 사람의 가게가 동네 커뮤니티를 이끄는 어떤 거점 역할을 하는 듯해요.

(호야) 동네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때가 있어요. 단골손님이랑 길에서 인사 나누고, 놀이터에서 수다 떨고, 그러다 서로 김치까지 나눠 먹는 사이가 되는 거죠. 필라테스 수업도 처음에는 저희끼리 소규모로 진행한 모임이었어요. 그런데 수업 후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참여하고 싶다는 주민들 댓글이 막 올라오더라고요. 그렇게 관계가 확장되는 것 같아요.



집이 있는 빌라 지하의 세 공간을 각각 목공소, 디자인 사무실, 창고로 쓰고 있어요. 옥상에는 텃밭도 모자라 닭까지 키우고 있고요. 한 동네에서 매우 많은 공간을 관리하고 있는데 번거롭지 않나요?

(오상) 서울에서는 넓은 공간을 얻기 어렵잖아요. 그리고 작은 공간을 여러 개 두고 쓰면 일단 몸이 가벼워요. 건물주가 갑자기 나가라고 해도 타격이 크지 않죠. 저희는 저희가 운영하는 공간 하나하나가 다 집이라고 생각해요. 배고플 땐 카페에서 밥 먹고, 서재가 필요할 땐 사무실을 이용하고요. 운영하는 공간이 늘어날수록 집이 넓어지는 느낌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장사가 피곤하지 않아요. 찾아오는 분들도 집에 놀러 온 손님처럼 반갑고요.








여유가 있다면 동네에 추가로 운영하고 싶은 공간이 있나요?

(호야) 포터블 게스트하우스요. 실은 집 위층에 에어비앤비 오픈을 앞두고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희의 최종 목표는 숙박업인 것 같아서요. 누군가에게 잠자리를 제공한다는 건 그야말로 풀 서비스의 영역인 것 같아요. 인테리어부터 가구, 패브릭, 소품, 음식까지 그동안 저희가 해온 모든 활동을 한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죠.



얼마 전에 오픈 12주년 파티를 열었어요. 이처럼 오래 즐겁게 장사하는 비결이 뭔가요?

(오상)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매번 새로운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기본적으로 저희 둘 다 몸을 써서 뭔가를 이루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지금 하는 일이 돈이 될지 안 될지 걱정하기보다는 일단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열과 성을 다해 열심히 몸을 움직입니다. 그러다 손해 보는 일이 생기면 “경험이지 뭐” 하면서 맥주 한 캔 마시고 털어버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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