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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가구 속에서 산다는 것

프리랜스 칼럼니스트 박선영

Text | Bora Kang
Photography | Siyoung Song

“이건 어디서 샀어요?”, “저건 얼마예요?” 대답을 듣는 일도 즐겁다. 모든 빈티지에는 각각의 사연과 저마다의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박선영은 그걸 운명이라고 표현한다. 김선욱의 피아노 연주가 흐르는 거실에서, 빈티지 운명론자와 스타카토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집에 빈티지 가구와 조명이 많아요. 수집의 개념으로 모으는 것인가요?

전 컬렉터라기보다 빈티지 애호가에 가까워요. 실제로 사용할 물건을 구입하니까요. 다만 조명은 1년 전부터 수집하는 마음으로 모으고 있어요.



주로 어디서 구입하나요?

처음에는 덴스크, 모벨랩 같은 빈티지 전문점을 이용했어요. 그러다 직구의 세계에 눈을 떴고, 개인적으로 빈티지를 취급하는 분들과 인연이 닿으면서 1:1로 거래하는 일도 생겼죠. 관심을 가질수록 다양한 루트가 생기더라고요.



빈티지는 ‘찾는’ 다기보다 ‘찾아오는’ 게 아닐까 해요.

맞아요. 백화점 쇼핑하고는 달라요. 아무 때나 원한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빈티지는 운명 같아요.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나를 들이면 하나는 빼자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전제품 살 때 정말 고민이 많죠. 필요 이상으로 면적을 차지하니까요. 몇 년 동안 에어컨도 없이 살았을 정도예요.”




거실에 자질구레한 물건이 하나도 없어요. 미니멀리즘 라이프를 실천 중인가요?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나를 들이면 하나는 빼자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전제품 살 때 정말 고민이 많죠. 필요 이상으로 면적을 차지하니까요. 몇 년 동안 에어컨도 없이 살았을 정도예요. (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빈티지는 무엇인가요?

거실에 있는 프리소 크레머의 리볼트 체어요. 네 개를 모으기까지 1년 반이 걸렸어요. 하나를 먼저 사고 나머지 세 개를 세트로 구입했죠. 근데 마지막 의자들이 배송되던 중에 디자이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설명하긴 어렵지만 뭐랄까. 이걸로 충분하다,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결혼은 취향과 취향이 충돌해 하나의 빅뱅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남편과 취향 문제로 충돌한 적은 없나요?

남편은 이쪽으로 전혀 관심조차 없던 사람이에요. 그냥 제가 좋아하니까 본인도 좋다는 식이었죠. 그랬던 사람이 연애할 때 첫 선물로 빈티지 서랍장을 사주더라고요. 덕분에 저한테 점수 좀 땄죠. (웃음) 지금은 저보다 더 빈티지를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아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조명 은은하게 켜두고 소파에 앉아 휴식하는 그 시간이 참 좋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본래 심미안이 없던 사람은 아니에요. 빈티지에 대한 코멘트도 나름 정확할 때가 있고, 제가 못 보는 세목들을 봐주기도 하고요. 단지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죠.







낡은 아파트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어요.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거실 벽에 칠해진 페인트 컬러였어요. 부엌 싱크대의 빈티지한 노랑도 참 좋았고요. 그래서인지 일본 가정집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저에게는 아주 기분 좋은 피드백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대도시의 가장 이상적인 주거 형태가 일본의 맨션이거든요. 도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6~7층짜리 맨션이요.








최근 가본 남의 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였나요?

지난해에 갔던 베를린의 에어비앤비요. 베를린에 갈 때마다 묵는 곳인데 인테리어가 매번 바뀌어서 보는 재미가 있어요. 주인 부부가 건축 관련 일을 하는데 특히 아내분이 빈티지에 정말 박식해요. 처음 갔을 때 핀 율의 월 유닛으로 한쪽 벽을 온전히 채운 모습에 충격받았어요. 자기 집도 아닌 손님방을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으로 가득 채웠더라고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답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죠.



여러 집과 그 안의 가구들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갖고 계실 텐데, ‘좋은 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가장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공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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