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죽음을 위한 공간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삶 그리고 죽음을 위한 공간
건축가 김현진

Text | Soobin Lee
Photography | Siyoung Song

김현진이 생각하는 건축가란 벽이나 세우고 창문이나 뚫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정의하는 건축가란 아름다움과 합리성을 건축이란 언어로 실현하려는 사람이다. 경상북도 청도군에 위치한 혼신지 집도 그가 그러한 마음으로 설계하고 지은 집이다. 10여 년간 건축 일을 그만두었다가 이 집을 통해 다시 시작했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므로 하나의 공간을 짓는 일이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다. 그 공간을 오갈 인연을 엮는 일, 그를 통해 자신을 굳건히 세우는 일이나 다름없다.

나고 자란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대구에서의 건축가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사람이 한 군데 오래 자리를 잡고 일을 하면 공간과 사람이 일체가 되는 것 같아요. 공간의 아름다움은 그 일체감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공간의 크기나 재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듯, 지리적으로 대구에 사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이 제가 건축가로 일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느끼거든요. 매일매일 집과 일터와 공공 공간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어요.

ⓒHélène Binet

“사람이 한 군데 오래 자리를 잡고 일을 하면 공간과 사람이 일체가 되는 것 같아요.
공간의 아름다움은 그 일체감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인터뷰를 하고 있는 혼신지의 집은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가요?

집 자체의 아름다움과 이 집으로 ‘2014 신진건축가상’에 선정된 것, 유명세 때문에 더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에요. 집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만든 이후 일어난 일들, 이를 통해 만난 사람들, 그로 인한 나의 발전 가능성까지, 이 모든 요소가 이 집의 의미를 더 증폭시켜줘요. 10여 년 동안 건축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시작한 계기가 되었고, 그 이후로 건축가라는 직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큰 전환점이 된 곳이에요. 또한 이 집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만난 세계적인 건축사진가 헬렌 비네 Hélène Binet를 비롯해 이곳을 방문한 모든 사람과 관계가 생겨났고, 그로 인해 펼쳐지는 끝없는 이야기들이야말로 이 집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집을 짓는 분은 어떤 집에 사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집은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요?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어느 곳에 사는가는 현재의 필요나 상황에 따라 결정되지만, 어디에서 살던 집다운 공간에 대한 생각에 부합한다면 이상적인 집이겠지요. 저는 요즘 나와 가족이 함께 살고 죽을 꿈의 집을 설계하고 있어요. 사랑하는 집에서 죽는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할 거예요. 또한 아이들이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집이길 바라요. 엄마도 집 일부분인 집, 따뜻하고 포근한 집, 그래서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그런 집을 꿈꿉니다.

삶이 아닌 죽음과 연관 지어 공간을 생각하는 것이 독특해요.

저는 일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매일 잘 살아내는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둡니다. 그런 사람에게 죽음이란 행복이나 사랑, 그 외의 다른 것들과 동등한 가치를 가진 주제예요. 오늘 잘 살아내는 것은 오늘을 잘 죽어가는 것과 똑같아요. 거기서 공간이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고요. ‘어떤 곳에서 살 것인가’라고 질문하는 것과 같은 비중으로 ‘어떤 곳에서 죽을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지금 사는 공간과 시간에 대해 숙연해질 거예요. 그래서 죽음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현재 삶을 최선으로 살게 하기 위한 가장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Hélène Binet

ⓒHélène Binet

매일 똑같이 반복하는 일상의 습관이 있나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가요. 다만 일상이 그냥 흘러가지 않도록 노력해요. 살다 보니, 인내심이 열정보다 더 힘이 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한 번 더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한 번만 더 해봅니다.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만약 나에게 내일이 없다면?’이라고 생각해봐요. 그러면 세상과 자신에게 바람직한 결정을 내리고 싶어지거든요.

 

공간을 설계할 때 가지는 특별한 마음 자세가 있나요?

사람들이 이 공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좋게 하고 마음의 평정을 얻고 아름다움이 어떤 건지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항상 마음에 품고서 설계합니다.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일까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어요. 건축상 수상 여부나 세간의 관심을 노린 특이한 디자인의 건축은 좋은 건축이 아니에요. 건축을 물건처럼 사 자랑삼는 사람들도 좋은 태도가 아니고요. 건축은 일단 사람들의 필요에 맞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이란 건축가의 설계 힘과 섬세함이 느껴지는 집이에요. 더불어 좋은 건축에 대해서 잘 정리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인용하면 이런 것들이에요. 길과 건물의 관계를 의식하여 땅의 적절한 위치에 놓인 집, 길에서 집까지 들어오는 과정을 섬세하게 설계한 집, 공간의 짜임새가 기능적이면서도 공간마다 경치가 다른 집, 동선과 공간을 구분하면서도 완전히 닫힌 공간은 전혀 없는 집,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곳을 허투루 마무리하지 않은 집.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건축 구석구석 일관된 미학이 흐르는 집이에요.

 

SNS를 통해 지속해서 기록하고, <진심의 공간>이라는 책을 쓰시기도 하셨어요. 글쓰기는 어떤 행위인가요?

독서의 연장이에요. 저는 한 번도 기록 없이 책을 읽은 적이 없어요. 읽기는 또 하나의 번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독서로 뭔가 이루고자 한다면 글쓰기로 이어져야 해요. 또한 글쓰기는 제게 건축과 대척점에 있는 주제예요. 글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과 건축을 하며 접하는 세상은 너무나 달라요. 글이 자신과 싸움이라면 건축은 세상과 싸움이죠. 글을 쓰는 동안, 설계하고 집을 짓는 동안, 더는 못할 것 같은 순간을 수없이 만나요. 두 가지 모두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일이 그토록 힘들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어요.

‘진심의 공간’ 혹은 ‘아름다운 공간’이란 어떤 곳일까요?

평범한 사람을 시인과 철학자로 만드는 공간이요. 입을 다물고, 걸음을 멈추고, 모든 것을 잠시 잊고, 그리움과 허무함을 불러주는, 그런 공간이 진심의 공간이에요. 저는 집이나 공간을 볼 때 물리적인 형태보다 누가 살고 있는가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가져요. 책을 쓰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공간에 가봤어요. 실제로 삶을 아름답게 일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공간은 크기나 나이에 상관없이 아주 아름다웠어요. 진심의 공간, 아름다운 공간은 자신과 삶이 일치되는 그런 환경이에요. 모든 사람에게 문득 일상의 어떤 장면에서 시를 떠올리게 하는 시간, 자리, 그 모든 것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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