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라는 노스탤지어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아파트라는 노스탤지어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김도훈

Text | Bora Kang
Photography | Siyoung Song

김도훈은 세계 온라인 뉴스 시장의 판도를 바꾼 허프포스트의 한국판 편집장이다. 마산 최초의 신식 아파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아파트는 투자나 투기의 대상이 아닌, 아련한 노스탤지어의 공간이다. 이웃이라는 말에 아직 온기가 감돌던 시절, 친구들과 뛰어놀던 아파트 앞 공터는 여느 시골집 마당과 다르지 않았고, 저녁 어스름이면 밥때를 알리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돌림노래처럼 번지곤 했다.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마치 연어가 고향을 찾듯 자연스레 아파트를 택했고, 세 번의 이사 끝에 지금의 공덕동 아파트를 얻었다.

부산이 고향이에요. 언제부터 서울에 살기 시작했나요?

2003년부터니까 벌써15년 차네요. 이 집과 가까운 또 다른 공덕동 아파트에서7년을 살았어요. 쭉 전세로 살다가 운 좋게 청약이 당첨돼서 지난해 이곳으로 이사했죠. 마흔 살이 넘으니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서요.

 

아파트 말고 다른 형태의 주거 공간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딱 한 번 오피스텔에 산 적이 있어요. 마음이 붕 떠 있는 느낌이었죠. 잠시 스쳐 가는 집 같아서 마음을 안 주게 되더라고요.

 

특별히 아파트를 고수하는 이유는요?

전 아파트 키드예요. 집 하면 떠오르는 게 아파트밖에 없어요. 초등학교 때 마산 최초의 신식 아파트인5층짜리 삼익아파트에 살았는데, 그때의 아파트는 지금과 달랐어요. 커뮤니티 정신이 살아있던 시절이거든요. 주택에 살던 사람들이 아파트로 이동한 것뿐이었으니까요.

신선한 이야기네요. 아파트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요.

아파트를 비인간적인 도시의 상징으로 보는 시선에 약간의 반발심이 있어요. 남들이 보면 갑갑한 성냥갑 같은 데서 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그 어떤 주거 형태보다 인간적이에요. 사람들은 아파트라고 하면 무조건 삭막한 공간을 떠올리잖아요. 근데 옛날 아파트에 살아본 사람은 그렇지 않아요. 그때는 차도 별로 없던 시절이라 친구들이랑 아파트 앞 공터에서 야구도 하고 메뚜기도 잡으러 다니고 그랬어요. 이웃 간의 정도 각별했고요. 게다가 이제는 한국 사람 대부분이 아파트에 살잖아요.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이 공간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하고 인간답게 받아들일지 고민했으면 해요.

"(아파트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이 공간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하고 인간답게 받아들일지 고민했으면 해요."

집을 구할 때 가장 우선순위로 꼽은 조건은 무엇이었나요?

빛이 제일 중요했어요. 제가 키우는 고양이한솔로때문에요. 고양이는 햇빛 아래서 그루밍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야 비타민D가 많이 나와서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의 주 업무는 무엇인가요?

뉴스 큐레이션이요. 세상의 모든 뉴스 중 사람들에게 전달해야겠다 싶은 뉴스만 콕콕 짚어서 보여주는 일이에요. 편집장이다 보니 온갖 분야의 뉴스를 하루 종일 챙겨보죠. 어떨 땐 그게 좀 지치기도 해요. 물론 그만큼 보람도 크지만요.

 

여가에는 뭘 하나요?

거의 집에 혼자 있어요. 평일 저녁에는 약속이나 행사가 많아서, 주말에는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고 해요. 읽고 싶은 책 읽고 넷플릭스 보면서요. 우리 집에 온 사람들은 왜 기껏 예쁘게 꾸며놓고 거실 한가운데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TV를 놔뒀는지 의아해하는데, TV가 거실에 있는 게 너무 중요한 사람이에요. 집안의 중심이TV라고 할 정도로요. 요즘 유행하는 거실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멀죠. (웃음)

인테리어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물건들이요. 특히 아파트처럼 규격화된 집은 주인이 좋아하는 물건을 채우면 그대로 그 사람 공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집을 고치는 일에 큰 관심이 없어요. 인테리어 잡지도 잘 안 보고요. 딱 하나, <아파르타멘토Apartamento>는 여전히 즐겨 봐요. 거기 보면 한 집에서 오래 산 사람이 온갖 물건을 너저분하게 늘어놓고 사는 풍경이 자주 나와요. 저도 나이가 들면 그렇게 아끼는 물건들로 가득한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아파트처럼 규격화된 집은 주인이 좋아하는 물건을 채우면
그대로 그 사람 공간이 되는 것 같아요."

집안이 이렇게 화려한데 옷은 전부 검은색이네요. 왜 그럴까요?

내면의 모습과 겉으로 보이고 싶은 모습이 다른 게 아닐까요? 누군가의 눈에는 이런 집이 좀 유아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사나, 피터팬 신드롬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근데 사실 전 아트를 하고 싶었던 사람이거든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했어요.지금도 미술 작가들에게 관심이 많고요. 그런 열망이 저도 모르게 집에서 드러나는 게 아닐까 해요.

남의 집에 갔을 때 눈여겨보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책이요. 책장을 보면서’이 사람은 나랑 취향이 어떻게 다를까’ 가늠하는 일이 재미있어요. 제가 사진집을 좋아하니까, 반대로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뭔가 통할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최근 방문한 집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어디였나요?

얼마 전에 이사한 이재용 감독님 집이 기억에 남아요. 건축가 조민석 소장이 지은 건물이었는데, 기역 자로 길게 트인 공간이 독특했어요. 집 안에 복도처럼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게 멋지더라고요. 대학 졸업하고2년 정도 영국에서 살았는데 당시 살던 집이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빅토리아 양식의2층짜리 주택이었어요. 주방에서 요리하다가 제 방으로 가려면 긴 복도를 가로질러가야 하는 구조였는데 전 그게 참 좋더라고요.

 

인스타그램을 보니 집에 친구들을 자주 초대하는 것 같아요. 남한테 집을 보여준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친구들에게 제가 어떻게 사는지 가끔 보여주는 건 되게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더 친밀감이 생긴다고 해야 하나? 저 혼자 사는 공간에 남이 발을 들인다는 건 서로 간의 벽을 어느 정도 허무는 일이니까요.

 

최종적으로 꿈꾸는 드림하우스가 있다면요?

50살이 넘으면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하얗고 반듯한 건물에 유리창이 아주 많았으면 좋겠어요. 흔히 생각하는 일본식 협소주택 말고, 좀 널찍한 집이요. 그때쯤에는 친구들이랑 살고 싶기도 해요. 혼자 사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다 같이 돈 모아서 집 짓고 아래층 위층 살면서, 각자의 프라이버시는 지키되 이따금 생사 정도만 확인하는 거죠. 누가된장찌개 끓였으니 먹고 가라고 하면 다 같이 모여서 밥도 먹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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