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키드의 공원처럼 열려있는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아파트 키드의 공원처럼 열려있는 집
디자이너 이규현, 건설회사 직원 한보라

Text | Eunah Kim
Photography | Siyoung Song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프롬헨스를 운영하는 이규현과 건설회사 인프라 사업부에서 기획 업무를 하는 한보라는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집을 샀다. 둘 다 ‘아파트 키드’로 자랐지만 ‘집’과 ‘라이프스타일’을 결부시켜 온 방식은 사뭇 달랐고, 둘 다 해외 거주 경험이 있지만 각각 유럽과 미국에서 전혀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한 뒤였다. 가장 좋아하는 체어도, 개인 방을 꾸미는 방식도 다르지만 발코니에 앉아 녹음이 우거질 대로 우거진 봄날의 공원을 바라보고 나란히 앉을 때면 이 집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만은 이견 없는 완벽한 일치감을 느낀다.

결혼 3년 차 부부인데 지금 이 집에는 어떻게 정착하게 되었나요?

(규현) 2016년 결혼 후 신도림의 주거형 오피스텔에 신혼집을 마련해 2년을 살았어요. 그곳에 산 지 1년 반쯤 됐을 때 다른 집들을 보러 다니다 지금 이 집을 보게 됐는데, 예산보다 집값이 높았기에 자연히 2년이 되면 전세를 연장할 계획이었죠. 그러다 코펜하겐 여행을 갔는데 각자의 이유로 ‘안되겠어, 우리 집을 사야겠어’하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이고요. (웃음)

 

코펜하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보라) 남편은 미혼일 때 네덜란드와 영국 등 유럽에서 산 경험이 있고 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부’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게 형성됐던 것 같아요. 저에게 성공한 사람의 주거란 그저 바다가 있고 파노라마 뷰가 펼쳐진 저택이었거든요. 그런데 코펜하겐 여행을 갔다가 근사한 펍을 찾아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다가 창 너머로 여러 집을 기웃거리게 됐는데, 두리번거릴 때마다 수천만 원씩 하는 조명이나 가구가 놓인 아주 조그만 집들을 봤어요. 아파트 크기는 정말 작은데 값비싼 가구를 근사하게 매치한 집들을 보면서 일종의 충격을 받았달까요. 제가 봐왔던 것과 전혀 다른 라이프스타일이 펼쳐진 거죠. 저는 그런 고급 조명이나 가구는 언젠가 더 큰 부를 이뤄서 그럴싸한 집을 갖췄을 때나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고요. 한편으로는 나도 접근 가능할 것 같은, 실현하고 싶은 ‘부’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조명, 욕심나는 가구를 집에 잘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해 결심을 했던 것 같아요.

“수천만 원씩 하는 조명이나 가구가 놓인 아주 조그만 집들을 봤어요. 아파트 크기는 정말 작은데 값비싼 가구를 근사하게 매치한 집들을 보면서 일종의 충격을 받았달까요. 제가 봐왔던 것과 전혀 다른 라이프스타일이 펼쳐진 거죠.”

한국에서는 유독 전세와 매매에 따른 집을 대하는 방식이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두 가지 방식으로 주거 공간을 선택해보셨는데, 어떻게 다르던가요?

(규현) 처음 신혼집은 분명 깨끗하고 반듯하고 전망 좋고 교통 좋은 그런 곳이었거든요. 그런데 내 집을 고른다고 생각하니까 자연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서울 지도를 펼치고 공원을 먼저 찾았어요. 효창공원, 서울숲, 도산공원 등등. 이곳들을 돌아다니다가 효창공원을 와보고 공원이 마음에 무척 들어서 바로 부동산에 문의했어요. (부동산 가치를 떠나) 자연에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어요. 이 위치에 아파트가 있었다 해도 똑같이 이곳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결혼하기 전 각자 ‘집’하면 떠오르는 추억은 어떤 것이었나요?

(보라) 저는 어렸을 때부터 늘 아파트에서 살았어요. 예를 들어 초등학생 때 20평, 그다음 30평대, 그다음 40평대로 이사하면서 엄마 아빠랑 계속 기뻐했던 기억이 있어요. 집을 자가로 마련하면서 인테리어를 하고 입주하는 것에 대한 기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집은 사는 사람이 살기 좋게 꾸며놓고 사는 집이었어요. 저희 엄마는 싱크대도 자신의 편의에 맞춰서 맞춤식으로 다 개조하는 걸 중요시하는 분이었고요.

(규현) 반대로 여의도에서 자란 제가 경험한 집은 곧 재산 가치였어요. 저희 부모님은 재테크에 능하신 분들이었고,집은 투자가치가 훌륭한 대상이었죠. 그런 ‘감’에 있어 실패하신 적이 없기도 했고요. 그 공간에서의 삶이 어떠할까 보다는 이 집은 이만큼 가치가 뛸 거야 하는 부분이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저도 한때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저희 세대에서는 아무래도 더 맞지 않은 가치가 돼버리고 있으니 제가 집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게 되었죠.

 

지금 집은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보라) 지금 빌라는 16세대가 사는 곳인데, 1990년에 지어 29년 정도 됐어요. 일단 외벽이랑 발코니 벽면에 노출된 빨간 벽돌이 너무 좋았어요. 특히 발코니가 있는 부분 천장에 나무를 덧댄 것은 요즘 보기 힘든 양식이잖아요. 구조만 빼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고 들어왔는데 최대한 이런 부분은 그대로 살리려 했어요.

부부의 침실이 있고 각자의 서재와 같은 공간이 따로 있는 게 인상적이에요. 규현 씨 방에는 근사한 빈티지 의자 하나에 TV, 스피커, 책 몇 권 만이 간결하게 있네요.

(규현) 결혼했어도 개인의 시간이 필요한 거죠. 누구나 혼자 생각하고 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폴 켈름이 이 콜드 크리스텐센과 협업한 PK22는 저에게 디자인 교과서 같은 의자예요. 소재 사용도 그렇고 구조도 그렇고 제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한 의자였어요. 옛날부터 갖고 싶었는데 생일 선물로 아내가 선물해줬죠. 제 방은 서재라기보다 사색의 방에 가까워요. 책 보고, TV 보고, 생각하는 공간이에요.저는 스튜디오를 직접 운영하고 또 디자인이라는 업무 특성상 일하는 시간과 마치는 시간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아요. 집에서도 사색하고 멍 때릴 공간이 필요한데 각자의 방에 있으면 서로 터치하지 않죠.

“누군가를 집에 초대한다는 것은 내 시간을 할애하는 선물과 같아요. 저에게는 최대한의 마음 표현 내지는 환대인 것이죠. 그래서 집을 리모델링 할 때도 어디에 다이닝룸을 만들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지인들을 자주 집에 초대해 수준급의 다양한 요리를 즐기시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규현) 유럽에 살 때 친구 집에 초대를 받으면, 이 사람이 나를 정말 환대해주고 있다고 느끼곤 했어요. 누군가를 집에 초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해 정성껏 요리하고 맞을 준비를 하며 결국 내 시간을 할애하는 선물과 같아요. 저에게는 최대한의 마음 표현 내지는 환대이죠. 그래서 집을 리모델링 할 때도 어디에 다이닝룸을 만들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어요.

 

두 분이 꿈꾸는 드림 하우스가 있을까요?

(보라) 지역은 하와이고요. 돈을 최대한 벌어서 하와이에 집을 짓는 거예요. 넓은 단층집을요. (웃음)

(규현) 저는 사보아 주택이오. 단층이어도 1층을 비우는 필로티 양식이 너무 좋아요.

 

두 분에게 집이란 무엇인가요?

(규현) ‘나의 취향을 조금씩 채워가는 공간이자 나의 가치관을 정립할 방법.’

(보라) ‘온전한 나만의 공간.’ 여기 있는 건 다 제가 고른 제 취향이고 제가 결정한 거잖아요. 남편도 포함해서. (웃음) 그런 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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