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함께 사는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아이도 함께 사는 집
블로거 최영지

Text | Bora Kang
Photos provided by <아이와 같이 삽니다>, 테이스트북스

최영지는 ‘라디오소년’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통해 오랫동안 많은 이들과 일상을 공유해왔다. 공들여 고른 살림살이로 꾸민 그의 신혼집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시간이 흘러 그는 세 살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큰 변화가 있을 거라는 주변의 예상과 달리 그의 집은 여전히 단정하고 평온하다. 아이와 어른 모두가 만족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한 결과다.

집에 고양이가 있네요. 아이 키우는 데 문제는 없나요?

태어날 때부터 아이에게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자연스러운 동거가 가능해요. 저희 집 고양이 기질상 동화처럼 아름다운 우정을 기대하긴 어렵지만요.(웃음) 고양이와 아이를 함께 키우면 안 된다는 것은 낭설에 불과한데, 그런 인식이 강해서 안타까워요.

 

남편이 재택근무를 한다고요.

‘라디오소년’이라는 남성 빈티지 쇼핑몰을 10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온라인 쇼핑몰이라 집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그렇다면 남편, 아이, 고양이와 함께 종일 집에서 지내는 셈인데, 어떻게 각자의 일상을 유지하는지 궁금해요. 그것도 세 살짜리 아이가 있는 집에서요.

육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아이의 일과가 뚜렷하기 때문에 그만큼 남편과 제가 쓸 수 있는 시간도 정확하게 떨어지는 편입니다. 육아는 남편과 함께 하고, 아이가 자는 저녁에는 각자의 시간을 가져요. 남편이 드라이브할 동안 저는 영화를 보든지 하는 식으로요.

“아이를 기르더라도 우리만의 시간과 공간이 꼭 필요했어요. 아이를 원하기는 했지만 그간의 생활이 무너지는 건 원치 않았어요.”

부부가 공평하게 공동 육아를 하나요?

네. 각자가 맡은 포지션에서 아주 공평하게 육아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떨 때는 남편이 아이를 보는 비중이 더 클 때도 있고요. 아빠가 직장에 가고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전통적인 가정과는 거리가 있죠. 그래서인지 아이가 “엄마, 엄마” 하고 울다가 “아빠, 아빠” 하고 울기도 해요.

 

<빌리브>에서 아이가 있는 집을 본격적으로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에요. 그만큼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집 안을 보기 좋게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할 텐데요.

저희 부부는 10년 넘게 고양이와 셋이 살았어요. 만족스러운 생활이었죠. 그래서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고민이 많았어요. 당장 주변에 아이를 기르는 사람들만 봐도 거실이 장난감으로 가득했거든요.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자연스러운 육아의 한 풍경이니까요. 다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을 뿐이죠. 아이를 기르더라도 우리만의 시간과 공간이 꼭 필요했어요. 아이를 원하기는 했지만 그간의 생활이 무너지는 건 원치 않았어요.

 

쉽지 않은 미션이었겠어요.

“나는 아이가 태어나도 거실에 있는 테이블은 그대로 둘 거야”라고 말하니 주변에서 막상 닥치면 마음이 바뀔 거라고 충고하더군요. 억지를 부릴 마음은 없었어요. 타협할 생각도 있었고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지 한 번쯤 고민하고 싶었어요. ‘어쩌면 어른 중심의 거실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게 임신 기간 동안 남편과 함께 다양한 육아 서적을 읽으면서 저희가 생각하는 어른 중심의 생활이 아이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 또한 행복해진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최근 <아이와 같이 삽니다>를 출간했어요. 집필 계기가 궁금한데요.

아이가 태어나고 저희의 육아 생활을 블로그에 올리자 뜻밖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틀에 박힌 육아법을 따르지 않아도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죠. 공간을 운영하는 방식뿐 아니라 유아식, 아이의 잠과 놀이에 관해서도요. 저희가 겪은 육아를 책을 통해 최대한 자세하고 솔직하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아이와 부모, 고양이가 마치 처음부터 한 가족이었던 것처럼 서로 어울려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죠.

 

아이가 생기면 의식주가 아이 위주로 흘러가잖아요. 집뿐만 아니라 음식, 옷 등에도 변화가 생기기 마련인데, 블로그를 보면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게 거의 없어 보여요.

실제로 큰 변화가 없어요.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쇼핑도 하고요. 하지만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늘 과민한 상태이기도 해요. 식단도 웬만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아이가 먹었으면 하는 음식으로 꾸리고요. 아이 위주로 흘러가는 부분도 많아요. 그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유아식이 아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고요. 오늘 아침에는 뭘 먹었나요?

시판 크레페 안에 누텔라 잼을 바르고 블루베리와 바나나를 넣은 갈레트를 먹었어요. 아이 월령이 차니까 초코잼도 먹일 수 있고 좋아요.

“저는 정말로 원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사지 않아요. ‘꼭 필요해서’라든가 ‘사야만 할 것 같아서’라는 어중간한 마음으로는 물건을 구입하지 않죠.”

책에서 공간별 인테리어 노하우가 큰 비중을 차지해요. ‘아이와 같이 사는 삶’을 말하면서 이렇듯 인테리어 과정과 아이템 소개에 무게를 둔 이유가 있나요?

제 책은 육아 서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여곡절을 거쳐 괜찮은 안목을 갖게 된 사람의 쇼핑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그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물건의 출처나 가격을 묻는 분들에게 불친절하게 답한 적이 거의 없어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은 책을 통해 전부 소개하고 싶었죠. 더불어 저희 집은 어른과 아이가 서로 만족하며 사는 집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어른의 심미안을 만족시키는 물건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죠.

 

책을 보니 조미료 보관 서랍 하나도 그냥 사지 않을 만큼 물건을 굉장히 신경 써서 구매하는 것 같아요. 곤도 마리에가 울고 갈 만큼 엄격한 미니멀리스트이기도 하고요.

맞아요. 저는 정말로 원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사지 않아요. ‘꼭 필요해서’라든가 ‘사야만 할 것 같아서’라는 어중간한 마음으로는 물건을 구입하지 않죠. 대신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타나면 서슴없이 구입해요.

 

집에 들인 가구나 조명 중 정말 잘 샀다 싶은 물건 하나만 꼽는다면요?

서재 책상으로 쓰는 아르텍 80 테이블요. 처음 남편이 구입하고 싶다고 했을 때는 원목 책상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어요. 그때 저는 알바 알토라는 디자이너가 누군지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막상 사고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들어요. 자작나무 소재라 질리지 않고, 부드러운 곡선형 다리도 아름답고요.

꼭 사라고 권하고 싶은 아이 물건이 있다면요?

이유식 의자요. 간혹 보면 아이를 따라다니며 이유식을 먹이는 가정이 있는데 전 반대예요. 아이가 음식을 음식으로 여기지 않고 엄마의 미션으로 인식하게 되거든요. 그럴 경우 타고나길 잘 먹는 아이가 아닌 이상 즐거운 식사는 불가능해요. 아이가 어른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이유식 의자는 꼭 필요합니다. 무슨 브랜드라도 상관없어요.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아이가 막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이와 함께 빨래를 널고 걸레질을 했어요. 집안일이란 어른의 일이 아닌 아이의 놀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거죠. 실제로 아직까지 아이는 제 손을 잡고 함께 청소기를 돌려요. 빨래를 널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잘 못하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요.

 

사진들이 은근히 감각적이에요. 주로 남편 작품인가요?

네, 저는 사진을 잘 못 찍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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