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과 망치가 있는 공유 오피스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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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과 망치가 있는 공유 오피스
‘고유’ 대표 권혜선, ‘잇츠 오운 웨이트’ 대표 이민진

Text | Bora Kang
Photography | Siyoung Song

공간을 소유하지 않고 잠시 빌려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집세가 비싼 대도시에서 단기 거주가 가능한 공간을 이용하는 건 세계적인 주거 트렌드다. 그런데 이런 경향이 꼭 집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성수동에서 작업실을 공유하는 권혜선, 이민진에게 공간을 함께 쓰는 이유를 물었다.

(왼쪽부터) 권혜선 고유 대표, 반려묘 조감독, 이민진 잇츠 오운 웨이트 대표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권혜선, 고유 대표) 은을 기반으로 주얼리를 만듭니다. 황동, 적동 등의 소재로 소품이나 주얼리 작업도 하고 있고요. 앞으로는 유리, 돌 등 금속 외의 소재도 활용해보려 해요.

(이민진, 잇츠 오운 웨이트 대표) 저는 남녀 가죽 수제화를 만들어요. 가죽공예 작업도 하고요.

 

두 분은 서로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가요?

(권혜선) 실은 이 작업실에 영상 작업하는 친구가 한 명 더 있는데요, 그 친구가 저랑은 대학 선후배 사이, 이 친구(이민진)랑은 초등학교 동창이에요.

(이민진) 그러니까 저희끼리는 서로 친구의 친구였던 거죠. 지금은 너무 친해져서 그렇게 말하는 게 어색하지만요.

 

그래도 작업실을 공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어쩌다 셋이 함께하게 됐나요?

(이민진) 영상 작업하는 친구랑은 이전에도 작업실을 같이 썼어요. 그런데 이번 집은 둘이 쓰기에는 공간이 좀 넓어서 사람을 한 명 더 구하기로 했죠. 마침 이 친구도 작업실을 찾던 중이라 타이밍이 잘 맞았고요.

(권혜선) 원래 제 작업실은 합정 쪽이었는데 그 동네 집값이 너무 올라서 버티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던 차에 두 사람이 좋은 제안을 해와서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어요. 모두 술자리에서 결정된 일이라 역시 술이 최고다, 모든 역사는 술과 함께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마당과 지하실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제 작업은 필연적으로 소음이 클 수밖에 없는데, 주변에 공장이 많아서 그런 면에서도 조건이 나쁘지 않았고요.”

성수동의 오래된 주택을 작업실로 쓰고 있어요. 이 집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이민진) 일단 크기에 비해 월세가 저렴했고, 마당과 지하실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제 작업은 필연적으로 소음이 클 수밖에 없는데, 주변에 공장이 많아서 그런 면에서도 조건이 나쁘지 않았고요.

(권혜선) 사무실이 아닌 주택이어서 오히려 흥미롭기도 했어요. 집처럼 아늑한 분위기도 매력이었고요. 그래서인지 놀러 온 친구들이 ‘여기 한번 오면 돌아가기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해요. 실은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아무래도 집을 개조한 공간이다 보니 스스로 다잡지 않으면 약간 늘어지게 되거든요.

 

성수동은 작업실이 많은 동네잖아요. 근처에 친하게 지내는 작가는 없나요?

(권혜선) 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성수동 아웃사이더라서요.

(이민진) 저도요. 아, 친한 빵집 주인은 있어요. 성수동이 또 빵의 고장 아닙니까.(웃음)

(권혜선) 말은 저렇게 해도 민진이는 주변에 친구가 정말 많아요. 근데 워낙 혼자 스님처럼 일하는 타입이라…. 오죽하면 별명이 ‘성수동의 머리 긴 비구니’겠어요.

 

두 분이 함께 일하면 외롭지는 않겠어요. 집으로 치면 룸메이트나 마찬가지니까요.

(권혜선) 맞아요. 일에 대한 사소한 고충부터 큰 계획까지 서슴없이 이야기 나누다 보니 의지가 많이 돼요. “우와, 나 오늘 이거 팔았어” 하면서 그날의 성과를 자랑하기도 하고요.

(이민진) 소비자로서 서로의 물건에 대해 솔직한 모니터링을 해주기도 해요. “난 그 가격이면 안 사” 하고 냉정하게요.

서로 간에 동료 역할을 하는 셈이네요.

(이민진) 그래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아요. 저는 작업 자체보다도 그 작업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저희가 하는 작업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 이 작업이 나라는 존재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권혜선) 저도 비슷해요. 작업하다 보면 이게 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싶은 순간이 올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이 친구랑 얘길 많이 하죠. 일단 뭐가 됐든 열심히 해보자고 서로 격려하면서요. 혼자 일했으면 아마 외로워서 죽었을 거예요.(웃음)

 

그렇다면 두 사람에게 이 작업실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민진) 이게 적절한 답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디 멀리 여행 갔다 올 때 있잖아요. 한동안 자리를 비웠다가 오랜만에 작업실에 오면, 비로소 내가 있을 곳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어요. ‘아, 내가 올 곳은 여기구나’ 하고요.

(권혜선) 저는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회사 생활을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작업실이 꼭 직장 같아요. 집과 작업실을 합칠 생각을 해본 적도 있지만, 확실히 작업실이 따로 있어야 ‘퇴근’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각자브랜드에 대한 철학을 싶어요. ‘고유Goyu’와 ‘잇츠 오운 웨이트Its Own Weight’는 각각 어떤 의미로 지은 이름인가요?

(권혜선) 우리나라는 유행에 굉장히 민감하잖아요.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손가락질받는 일이 많고요. 이런 환경에서 각자가 고유의 매력을 존중받기란 쉽지 않아요. 특히 시각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더요. 그런데 이름을 이렇게 짓고 나니까 그런 면에서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요. 내가 남에게 존중받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들의 스타일도 존중하게 되는 거죠. 처음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매력을 존중하자는 뜻에서 지었는데, 덕분에 고유한 매력이 있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기도 해요. 그렇다고 너무 제 색깔만 드러내면 대중과 멀어질 수 있어서 그 접점을 고민하는 중이에요.

(이민진) ‘잇츠 오운 웨이트’를 번역하면 ‘그 자체의 무게’인데요, 뜻 자체가 너무 과해서 처음에는 주변에서 타박도 많이 들었어요.(웃음) 풀어 말하면 ‘당신의 걸음에 부여된 생의 무게를 지지합니다’라는 의미예요. 신발이란 사람을 가장 아래서 받쳐주는 물건이니까요. 디자인에 관해서는 재료와 디테일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탐구하는 편이에요. 자수에 대한 탐구, 주름에 대한 탐구, 매듭에 대한 탐구, 이런 식으로 매 시즌마다 제가 정한 주제를 열심히 탐구하면서 그걸 디자이너로서 시각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고민해요.

“이건 좀 비현실적인 꿈이지만 한 건물에 다양한 작업자들이 모여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꼭대기에는 큰 창이 있는 헬스장이 있고요. 저희처럼 몸을 쓰는 작업자들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건강이 쉽게 망가지거든요.”

성수동은 이른바 ‘뜨는 동네’잖아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없는지요?

(이민진) 저는 대학 졸업 후 쭉 성수동에 있어서 그런지 변화가 더 크게 느껴져요. 동네가 유명해진 대신 수제화 산업은 점점 하향세를 그리고 있죠.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문을 닫은 가죽집이 많아졌어요. 공장들도 점점 수도권 외곽으로 옮겨가는 추세고요. 그렇게 멀리 있는 공장을 이용하려면 제품을 대량생산해야 하는데, 이런 환경에서 저 같은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살아남기 어려워요.

(권혜선) 저는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홍대에서 성수동으로 도망 온 경우인데, 이제는 성수동도 예전 같지 않아서 계약이 끝나면 옮길 생각이에요.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참 안타깝죠.

 

최근 들어 공유 오피스가 상당히 많아졌잖아요. 작업하는 사람들에게도 그와는 좀 다른 의미의 공유 작업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종의 예술인 마을 같은 거요.

(권혜선) 이건 좀 비현실적인 꿈이지만, 한 건물에 다양한 작업자들이 모여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꼭대기에는 큰 창이 있는 헬스장이 있고요. 저희처럼 몸을 쓰는 작업자들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건강이 쉽게 망가지거든요. 주변에 을지로나 방산시장처럼 작업에 필요한 재료를 살 수 있는 골목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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