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삼시세끼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지구를 위한 삼시세끼
와일드 앤 더 문 대표 에마 사우코

Text | Anna Gye
Photography | Mineun Kim

지금 우리는 ‘필必환경’ 시대를 살고 있다. 먹고 자고 입는 모든 행위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물론 사는 공간 또한 달라져야 한다. 세 아이의 엄마 에마 사우코 Emma Sawko가 오가닉 주스 & 푸드 바 ‘와일드 앤 더 문 Wild and the Moon’(www.wildandthemoon.fr)을 시작한 이유다.

오늘은 무엇을 먹었나요?

스피룰리나, 프로바이오틱, 바나나, 쌀, 시럽, 야자유로 만든 오션 블루 스무디와 케일, 바나나, 마카, 아몬드유 등으로 만든 블루 문 스무디를 마셨어요.

 

파리에 6개, 두바이에 3개, 아부다비에 1개 매장을 두고 있는 와일드 앤 더 문은 매장 인테리어 또한 건강한 느낌이 나네요. 화이트 컬러의 바닥, 벽, 테이블 사이에 각종 식물이 자라나고 있어요.

모든 매장은 제가 꾸몄어요. 사실 꾸몄다기보다 정돈했다고 하는 편이 맞겠죠. 건축물의 구조를 최대한 살리고 화이트로 깔끔하게 컬러를 맞췄어요. 음식에서만 컬러를 볼 수 있죠. 메뉴, 간판, 식물 정도만 통일성 있게 더했을 뿐 꾸밈을 위한 행위는 없어요. 집도 마찬가지예요. 오래 사용한 빈티지 디자인 물건과 식물이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죠.

 

기존 오가닉 주스 바가 개인의 건강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 비해 이곳은 필환경 시대를 맞아 먹고 자고 입는 모든 행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당신의 건강은 곧 지구의 건강’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맛있는 오가닉 메뉴만 경험하는 것이 아닌 공간에서 일어나는 제로 웨이스트, 노플라스틱, 재활용 등 환경을 위한 모든 방식과 방법까지도 말이죠. 생과일주스를 만들고 남은 과육은 버리지 말고 크래커를 만드는 데 넣어 풍미와 텍스처를 살리고, 당근 주스를 만들 때는 잎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레시피를 연구하죠. ‘Too good to go’ 앱을 이용해 팔리지 않은 케이크나 주스 등을 싼 가격에 판매합니다. 왜 건강한지, 왜 환경에 이로운지, 왜 지구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이 공간에 찾아온 사람들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어요. 이 공간에 담긴 모든 의식주가 제 삶의 철학과 이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 건강한지, 왜 환경에 이로운지, 왜 지구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이 공간에 찾아온 사람들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어요. 이 공간에 담긴 모든 의식주가 제 삶의 철학과 이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환경을 배려한 의식주를 추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음식은 어머니의 영향이 커요. 어릴 때부터 ‘음식은 약’이라 생각했고, 암을 치료한다는 독일 의사 부드비히 박사의 크림 과자를 간식으로 가지고 다니며 먹을 정도였죠.(웃음) 나에서 우리로, 개인 건강에서 지구 환경을 돌보는 일로 관심이 확장된 것은 미국 뉴욕에 살 때였어요. 파리에서 10년 정도 광고 에이전시 DDB에서 일했는데, 남편의 발령으로 일을 그만두고 세 아이와 함께 뉴욕으로 이사를 했죠.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며 충실한 엄마로 살던 당시 집 근처에 유기농 주스 바가 있었어요. 거기서 살다시피 한 것 같아요. 그때 건강한 식습관과 삶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죠. 잠시 숨을 고르고 세상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니 전지적 시점으로 건강이란 화두를 마주하게 된 거죠. 쓰레기를 덜 배출하고,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업사이클 라이프를 즐기는 일이 아침마다 마시는 건강 스무디 한 잔처럼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건강은 전체를 돌보는 데서 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세 아이 육아도 벅찰 텐데 어떻게 창업을 생각했나요?

비즈니스라기보다 해야 할 일처럼 느껴졌어요. 환경과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게가 파리에 하나쯤은 있어야겠다는 생각. 저 스스로 변화를 경험했고, 다음 세대에게 어떤 자연을 물려줄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제가 그런 표본을 만들어야겠더라고요. 현재 17살인 큰딸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대학을 다니고 파리에는 15살, 13살 두 아들이 있어요. 아이들을 보면서 이들이 어른이 되어 살게 될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죠. 오가닉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삶이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라도 음식을 시작으로 라이프스타일의 전반적인 변화와 행동이 필요해요. 더 이상 지구는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일상에서 실천하는 건강한 행동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우선 건강한 재료로 세끼를 즐기는 것. 이는 오가닉이나 글루텐 프리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에요. 인공감미료 없이 재료를 남기지 않고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로 즐기라는 말이죠. 건강한 음식은 즐기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해요. 저는 매일 가족과 함께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레시피를 연구하고, 아이들이 맛을 평가하죠.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하고, 가게 메뉴로 발전시키기도 하고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행동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항상 생각하는 것이에요. 이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재활용 상품을 이용하고, 최대한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게 되죠. 제품 또한 윤리적인 브랜드 상품을 사용하고 구매하기보다 가진 것을 다시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요.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음식과 운동으로 몸을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 관리도 중요해요.

맞아요. 하지만 현대인들은 마음 관리가 쉽지 않아요. 저처럼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슈퍼맘은 더욱 그렇고요. 저는 하루 세끼를 챙기는 것처럼 명상과 요가를 하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일부러 만듭니다. 집에 개인 방을 두는 것도 좋아요. 몸은 에너지를 축적해야 하지만, 마음은 반대로 모든 걸 비워야 해요. 마음 비우기도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시나요? 저도 잘 몰랐어요.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잘해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적당히 포기하고, 여유와 배짱을 부릴 수 있게 되니 조금 가벼워지더라고요. 조금씩 매일 마음 비우기를 연습해보세요. 자신이 아닌 타인을 생각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는 쉽지 않아요.

건강해지자는 말은 시간을 역행하고 중력을 이겨내자는 뜻이 아니에요. 건강은 자연의 순리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습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에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면 나이 듦을 ‘노화’가 아닌 ‘숙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죠. 나이가 들어도 몸과 마음이 깨어 있어야 해요. 이성적인 태도로 살면서 설레는 감정을 잊지 않는 것. 80세가 되어도 사랑에 빠질 수 있어야 해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일부러 만듭니다. 집에 개인 방을 두는 것도 좋아요. 몸은 에너지를 축적해야 하지만, 마음은 반대로 모든 걸 비워야 해요. 마음 비우기도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시나요?”

집 또한 이곳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어요.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더 편안하고 차분한 느낌이 들어요. 대단한 레노베이션으로 꾸민 멋진 공간은 없지만 방마다 컨템퍼러리 아트 작품이 걸려 있어요. 특히 일본 아티스트 다카노 아야의 작품을 좋아해요. 프랑스 디자이너 위베르 르 갈 Hubert le Gall의 램프도 아끼는 물건이에요.

 

본인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회귀와 치유의 장소. 그중에서도 주방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얻어요.

 

필환경 시대에는 의식주가 변화해야 한다고 했어요. 사람이 사는 공간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나무, 대나무, 종이 등 친환경 건축 재료로 지은 집에 살아야 하고, 가능하면 현재의 공간에 만족하면서 사는 태도를 익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것보다 기존 건물을 다시 살피는 태도가 중요해요. 만약 레노베이션을 해야 한다면 공간을 꾸미는 데 들이는 노력, 비용, 쓰레기 등을 꼭 생각하고 그 행위가 어떤 아름다움을 위한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해요. 넓은 규모, 화려한 가구 등이 쓸모 있는 것인지 점검하고, 가능하면 자신의 물건과 공간을 타인과 함께 나누어 쓰는 것도 좋겠죠. 그리고 가능하면 자연과 가까이 살아야 해요. 시야에 자연을 두고 살면 무의식적으로 자연을 위한 행동을 하게 돼요. 집 안에도 식물이 가득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자연에 둘러싸인 곳으로 여행을 가요.

그곳은 어딘가요?

얼마 전에는 가족과 함께 두바이 하타 Hatta산에서 트레킹을 하고 강에서 카약을 즐기는 야외 캠핑 여행을 했어요. 메마른 땅의 깊은 주름 사이로 크리스털 컬러의 강이 흐르는 특이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죠. 모래알과 자갈이 가득한 산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겨요. 경이롭죠. 이렇게 자연과 피부를 맞대고 며칠을 지내다 보면 인간이 무심코 한 행동이 인간에게 직접적인 결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인간이 자연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자연을 조심할 줄 알고 거리를 둘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어릴 때 스위스에 살아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조금 일찍 터득했어요. 인간의 법칙은 자연 속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죠. 인간은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아야 해요.

 

인스타그램을 보니 여행 사진이 많네요. 이런 글도 있어요.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곳으로의 여행. 나는 고독한 여행에서 내 마음속 이야기를 듣는다.”

알프스 지대로 자주 가요. 그런 곳에서 고독한 여행을 하고 나면 자신을 알게 되죠. 고독에 익숙해지면 고독은 두려움이 아닌 힘이 됩니다. 멍하게 호수를 바라보거나 눈길을 걷다 보면 와인처럼 심신을 떠돌던 불순물이 가라앉고 몸과 마음이 숙성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Related Posts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저자 이인규 에세이
공동주택다양성도시
더 혹스턴
도시호텔힙스터
작가 김승 에세이
다양성도시재생
VILLIV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VILLIV NEWSLETTER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