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물로 채운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나의 사물로 채운 집
디자이너 도나 윌슨

Text | Nari Park
Photos provided by Donna Wilson Ltd, Carmel King

익살스럽고 기묘한 사물을 디자인하는 도나 윌슨은 자신의 핸드메이드 제품만큼이나 손으로 다듬고 매만진 집을 사랑한다. 남편, 두 아이와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야말로 최고의 호사라 믿는 그녀는 자연을 최대한 집 안에 들이는 데서 일과 육아, 삶의 균형을 찾는다.

대자연의 근원이라 불리는 스코틀랜드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자신의 취향을 담은 자연의 산물로 채운 집에서 두 아이와 살아간다. 소파에 누인 사랑스러운 니트 인형이 불쑥 말을 걸고, 침대 머리맡에 자리 잡은 도토리와 나뭇잎 베개가 때때로 숲으로 안내한다. 모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도나윌슨’ 제품으로, 직접 손으로 기워 자연의 사물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감각이 삶에 고스란히 묻어난 공간이다.

 

젊은 아티스트가 밀집한 런던 이스트 지역에 새로이 보금자리를 마련한 도나의 삶은 자연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도시인의 바람을 고스란히 담았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정원을 갖기 위해 몇 달간 발품을 팔아 지금의 집에 정착했다.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남편, 두 아들과 정원을 가꾸고 요리를 하며 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즐긴다.

“(핸드메이드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해요. 누구도 손으로 똑같은 작품을 두 점 만들진 못하니까요. (중략) 사람마다 원하는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죠. 아주 귀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하거나 두려움을 주진 않는 캐릭터를 제작하며 핸드메이드, 즉 완벽하지 않은 작품의 매력을 발견하게 돼요.”

도나윌슨 브랜드의 시초는 RCA(Royal College of Art) 졸업 전시에서 선보인 ‘도나 인형(Donna Dolls)’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름을 규정 지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표정의 동식물이 마치 말을 거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인데, 제작 계기가 궁금해요.

런던 RCA에서 믹스 미디어 텍스타일을 전공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프레디 로빈슨 교수가 제가 만든 작품들을 몇몇 숍에 판매해보자고 제안하면서 도나윌슨이 시작됐어요. 졸업전에서 선보인 도나 인형이 성공적으로 판매되면서 새로운 제품으로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전통적인 의미의 ‘귀여운’ 인형과는 차별을 두고 싶었어요. ‘만약 아이처럼 인형을 만든다면 어떤 모양일까’라는 생각에 착안했고, 팔다리나 눈이 몇 개여야 한다는 공식 없이 자유롭게 디자인했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귀한 인형을 틀에 갇히지 않게 만들었던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손으로 만드는 행위, 즉 핸드메이드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해요. 누구도 손으로 똑같은 작품을 두 점 만들진 못하니까요. 우리 제품 중 ‘다람쥐를 닮은 여우 인형(Cyril Squirrel Foxes)’이 있는데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어요. 사람마다 원하는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죠. 아주 귀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하거나 두려움을 주진 않는 캐릭터를 제작하며 핸드메이드, 즉 완벽하지 않은 작품의 매력을 발견하게 돼요.

 

제품을 만들 때 특별히 어떤 부분에 집중하나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죠. 향수나 감상, 행복 같은 다양한 감정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정말 많은 디자인이 쏟아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특징적 개성과 따뜻함을 가진 제 작품들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를 바라요. 애니멀 호스피탈 Animal Hospital이라고 부르는 크리처 클리닉 Creature Clinic 서비스가 그 예예요. 훼손되거나 손질이 필요한 제품, 특히 애완동물에게 뜯겨서 ‘상처’ 입은 인형을 본사로 보내면 저희가 최대한 A/S를 진행하는 것이에요.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내가 좋아하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물들에 둘러싸일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공간이에요. 그 속에서 작업과 삶의 방향성에 대한 많은 영감을 얻고요. 항상 가족의 창의성을 자극하기 위해 집을 꾸미는 편인데, 뭔가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미술 재료를 주변에 비치하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것을 불필요하다고 버리지만 우리 집에는 선반이나 찬장 같은 아주 작고 다양한 전시 공간을 만들어 함께 만든 것을 진열해둬요. 우리가 만든 것과 발견한 오브제들이 조화를 이루는 곳은 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런던 이스트에 지금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주의 깊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스코틀랜드 애버딘셔에 있는 농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던 제가 복잡한 런던에서 지낸다는 건 상당한 도전이었죠. 현재 런던 동부에서 남편 존 Jon 그리고 엘리 Eli, 로지 Logie 두 아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첫아들이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정원이 딸린 조금 더 여유로운 공간에서 아이가 자유롭게 뛰놀길 원했죠. 동네 주민들이 길에서 만나면 반갑게 대화를 나누는, 지역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지역에서 집을 구할 수 있어 행운이었어요. 전원에서 생활하던 유년의 기억과 동떨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마치 과거로 회귀한 듯 정감 어린 동네 분위기를 살폈어요. 커뮤니티는 집을 고를 때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거든요. 런던이라는 대도시에 살지만 그 안에서도 작은 마을처럼 새로운 세상이 주는 아늑함이 있죠. 휴일에는 존과 함께 친구 집에 방문하거나 바닷가에 나들이 나가는 걸 즐겨요. 신선한 공기, 전원을 산책하는 여유로움, 자연 속에 안겨 위로받는 것은 제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이에요. 근처에 에핑 포레스트 Epping Forest가 있고 산책과 사이클링을 즐기며 오리에게 모이를 주는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죠.

집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꼽는다면요?

현관과 복도요. 그 공간은 저한테 마치 대단히 럭셔리한 무엇처럼 느껴져요. 재킷을 걸고 신발을 벗어두는, 하루 종일 가족 구성원이 사용하는 공간이면서 집의 첫인상을 좌우하죠. 복잡하지만 아무것도 채우지 않고 가장 비워두고 싶은 공간이랄까요? 그래서 복도 천장에 린지 아델만의 아름다운 핸드메이드 조명을 달아 집에 들어올 때마다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정원 한쪽 벽을 캔버스 삼아 아이들과 드로잉한 사진을 봤는데, 실제 작품과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집의 공간 가운데 정원은 당신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1년 전 여러 가드닝 수상 경력에 빛나는 가든 디자이너 하워드 밀러 Howard Miller와 정원을 새롭게 꾸몄어요. 그는 전원 코티지 가든처럼 디자인하길 제안했는데, 이 작은 공간을 런던에서 살아가는 제게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는 휴식처로 변신시켰죠. 울타리와 야생화, 작은 길을 품은 정원은 그 자체로 작은 자연이에요. 일본식 노천탕을 설치하는 것이 다음 목표랄까요.

 

삶에서, 특히 일하는 여성으로서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당신의 일상은 어떤가요?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두 아이가 태어나기 전 저희 커플은 일중독일 만큼 하루 종일 일에 몰두했어요. 지금은 삶과 일의 균형을 조금씩 맞추며 두 아이와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죠. 한 가지 고수하는 원칙이 있다면, 주말에는 절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주중에는 저녁 시간까지 아이들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주말이라는 시간은 정말 가족 모두에게 소중하거든요. 제 아이들에게 ‘엄마는 절대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제가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죠. 집이라는 공간에서 그런 노력이 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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