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으로 시선을 거두는 공간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내 안으로 시선을 거두는 공간
언와인드 요가 대표 김세아

Text | Eunahk Sunamun
Photography | Siyoung Song

연희동 작은 골몰길에 있는 언와인드 요가는 전면 유리창이 무색하게 여러 겹의 커튼을 드리운 채 어둑한 실내 조도를 유지한다. 여기에 이국적인 향과 몽롱한 선곡이 어우러져 요가보다는 명상, 스포츠보다는 치유하는 공간이라는 인상이 짙다.

이곳에는 ‘요가원’ 하면 떠오르는 거울이 하나도 없네요.

온 사방에 거울이 있고 천장에는 형광등이 달린 요가원이 아마 일반적일 거예요. 저녁 수업을 가도 너무 밝아요. 저 같은 경우 그런 곳에서는 집중이 안 되고 자꾸 눈이 거울로 가더라고요. 내가 어떤 모습인지, 동작은 잘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요가복을 뭐 입었는지… 요가원 들어오기 전의 모습 그대로인 거죠. 요가원에 들어와서는 좀 다르게 느껴보려고 온 건데, 그게 잘 안되는 거예요. ‘요가원 운영자가 주의 깊게 애정을 갖고 캐치했다면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나라면 이렇게 만들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어요. 내가 만약 공간을 만든다면 무엇보다 시선을 내면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싶었어요. ‘지금 내 정수리에서는 어떤 게 느껴지지?’ ‘요즘 목이 아픈데 정확히 어디에 어떤 통증이 있지?’ 스스로 질문해보는 거죠. 요가 자세를 할 때도 내 몸에 뒤틀린 곳이 어딘지, 잘못된 습관이 무엇인지 사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내 몸과 연결이 되면 스스로 정렬할 수 있어요. 저는 수련자 스스로 직관이나 감각을 깨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공간 자체의 에너지가 조성되어야 하기에 저도 여기서 꾸준히 수련하면서 에너지를 불어넣으려는 거고요.

 

그러고 보니 향과 음악도 심상치 않아요. 어두워서 그런지 시각 외적인 요소들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최대한 잠들어 있는 감각을 깨울 수 있도록 했어요. 수련 1~2시간 전부터 공간을 정화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그날그날 수련 오는 분들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에 따라 향을 골라 인센스를 펴두죠. 최근에 서광 스님의 ‘자기 연민(MSC)’이라는 마음 챙김 명상 프로그램을 들었는데, 스님은 음악을 이용해서 명상을 하시더라고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를”과 같은 구절을 읊조릴 때도 이를 노랫가락으로 만들어서 하신다는 거예요. 흡수가 더 잘되도록. 조명도 스탠드 하나 정도만 어둡게 켜놓고요. 이곳에 들어왔을 때 느껴지는 향과 음악과 조명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거울로 가득한) 곳에서는 집중이 안 되고 자꾸 눈이 거울로 가더라고요. 내가 어떤 모습인지, 동작은 잘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요가복을 뭐 입었는지. (중략) 내가 만약 공간을 만든다면 무엇보다 시선을 내면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싶었어요.”

음악 리스트를 보니 차분한 것도 있지만 템포가 빠르고 신나는 것도 꽤 섞여 있어요.

한국에서 듣는 요가 음악은 보통 맑은 시냇물 소리처럼 누구나 ‘힐링’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음악이잖아요. 잠이 잘 오게 하는 클래식이거나 가사가 없어야 한다든지 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요. 저는 캐나다에서 시작된 요가 축제 원더러스트 Wanderlust 페스티벌을 선망하다가 결국 캐나다에서 요가 유학을 하고 돌아왔는데, 그쪽 요가 선생님들은 미술, 댄스 등을 하다가 요가로 전향한 분이 많아서 그런지 개성 넘치는 음악을 틀더라고요. 한 시간 수업 내내 너무 신이 날 정도로. 실제로 해외에는 요가 DJ도 많은데, 만트라가 나오는 음악도 틀었다가, 에어플레인 포즈 할 때는 정말 비행기가 날아오는 소리를 믹싱하기도 하죠. 밴쿠버에서 가장 영감을 준 발레리나 출신의 히피인 선생님한테 얻어 온 선곡 리스트가 있어요. 그걸 기반으로 크리에이티브하게 시퀀스를 짜니 전체적인 에너지가 점점 더 풍부해지고 충만해지더라고요. 요즘은 발리 전통 악기이자 음악인 가믈란의 소리에 푹 빠져 있어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결코 익히 알던 요가원이 아니에요. 언와인드 요가에서는 어떤 수업을 진행하나요?

월.화요일 아침저녁으로는 현대 요가라고 할 수 있는, 입문자를 위한 빠른 리듬의 경쾌한 빈야사를 하고요, 수.목요일은 명상 수업을 해요. 이런 싱잉볼을 사용해서 몰입도를 높이고 ‘죽음’, ‘재탄생’ 등을 주제로 멘트와 음악을 준비하죠. 이러한 명상이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치유에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최대한 재미있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준비해나가고 있죠.

10년 넘게 뷰티 & 헬스 전문 기자와 라이프스타일 방송국 마케터로 일해왔어요. ‘뷰티’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천사가 남다를 것 같아요.

20대 때 <섹스앤더시티>를 보고 자란 세대예요. 그때의 뷰티는 엄청난 ‘글래머러스함’, ‘화려함’이었어요. 외적으로 풍요로움을 과시하던 시대였죠. 돌이켜보면 저도 그 흐름에 편승해서 기자가 된 것 같아요. 특히나 겉모습에 치중하는 나이이기도 했고, 입고 싶은 거 다 입어보고 유명한 사람 만나면 충만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몇 년 일하고 알아챘죠. 시야를 밖이 아니라 내 안으로 돌리고 나니, 겉으로는 ‘블링블링’한데 안이 너무 썪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늘 롤 모델이 있었고 누군가를 따라 하고 싶었는데, 나다움을 찾는 게 정말 아름다운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변화의 기점이 요가였던 거죠? 10년 전 ‘핫 바디’의 연예인 이름을 내건 핫요가, 다이어트 요가 열풍이 일었던 게 생각나요.

당시 유행하던 나디아 요가, 옥주현 요가 등을 보면 ‘다이어트’, ‘몸매 만들기’를 슬로건으로 삼곤 했죠. 10년 전만 해도 몸매에만 포커싱이 되어 있었다고 보면 돼요. 저는 GX 헬스장 내에서 하는 요가를 처음 접했는데,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는 주변 환경에 영 흥미를 못 붙였어요. 그러다 출장차 발리에 가서 자연 속 오두막에서 요가를 해봤는데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자연과 공존하면서 숨 쉴 때 건강해짐을 느꼈어요. 그 당시 이런 콘셉트는 압구정에 처음 생긴 자이요가 한 군데뿐이었죠. 그 10년 전에도 시간표를 보면 지바묵띠, 포레스트, 아쉬탕가 등 신기한 이름이 다 있었어요. 지바묵띠 수업은 작은 오르간 같은 걸 치면서 옴 챈팅을 했는데, 그 울림이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어요. 그렇게 요가를 운동이 아니라 명상으로 배우게 된 거죠.

 

캐나다의 원더러스트 페스티벌은 올해 우리나라에도 처음 라이선스가 들어온 것으로 알아요. 그곳에서의 영감으로 요가에 대한 선생님의 인식이 바뀌었고, 오늘날 언와인드 요가의 단단한 기반이 된 것 같아요.

10년 전 밴쿠버에 원더러스트 페스티벌이라고, 우리나라의 지산락페스티벌처럼 개최되는 행사가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저한테는 엄청난 꿈의 페스티벌이었고, 제가 만나고 싶은 유명한 선생님을 다 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요가계의 라디오헤드라고 할 수 있는 톰 요크도 있었어요. 그동안 유튜브나 책으로만 보던 사람들의 수업을 하루에 몇 개씩 직접 들었죠. 아침에는 산에 모여서 명상하고 점심에는 숲속에서 요가하고. 처음에 늘 <도덕경>을 한 구절 읽고 시작하는 선생님도 있었고, 음악을 정말 록 음악처럼 크게 틀어놓고 “오늘 저는 너무 행복해요. 저의 이 포즈는 블루베리 맛인데 당신은 무슨 맛을 표현하고 있나요?” 하고 묻는 선생님도 있었죠. 그때 만난 선생님들이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저한테 든든한 힘이 되고 있어요.

“실버 세대를 위한 수업도 고려하고 있는데, 사실은 분리하지 않고 세대 간 섞이는 기운이 가장 좋다고 봐요.”

(조금 전) 인터뷰 도중에 세련된 동네 할머니 한 분이 문을 두드리고 수업 문의를 하셨잖아요. ‘실버 요가’라고 하나요?

그분은 캘리포니아에서 오래 살다 귀국하셨다는데, 요가를 오래 했다면서 명상 클래스에 관심이 있다 하시더라고요. 사실 일반적인 그 세대 분들에 비해 되게 빨리 깨달은 거예요. 우리는 ‘영혼’이라는 단어가 적어도 어색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저희 아버지, 어머니 세대만 해도 ‘영혼이 뭐야, 그냥 열심히 사는 거지’ 하고들 사셨죠. 그러다 60~70대가 되고 나서 외롭고 우울하고 지치고 공허한 감정을 접하고는 영문을 모르는 거예요. 뭔가 괴로운데 원인조차 들여다볼 시간이나 기회가 없었던 거죠. 그런 분들을 만나면 극도로 긴장한 에너지가 느껴져요. 그러면 저는 (수업의 종류나 비용 이야기는 접어두고) 일단 오시라고 하거든요. 어서 몸이라도 움직였으면 해서요. 이런 분들에게는 아무래도 시퀀스가 빠른 빈야사보다는 몸을 풀어주는 준비운동 같은 힐링 요가가 좋죠. 안 그래도 실버 세대를 위한 수업도 고려하고 있는데, 사실은 분리하지 않고 세대 간 섞이는 기운이 가장 좋다고 봐요. 그래서 어떤 시퀀스가 모두에게 좋을까 하는 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특히나 로컬 브랜드나 비즈니스의 경우, SNS 계정으로 알음알음 알려지고,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소수끼리 단단해지는 게 요즘 젊은 세대가 호응하는 형태인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힐링 세션으로 레이키 수업도 하거든요. 사실 레이키 같은 거 되게 생소하잖아요. 찾아오는 분들은 보통 20대 중·후반인데, 예를 들면 “저 졸업 작품 앞두고 있는데 손을 못 대겠어요. 너무 하기 싫어요” 하세요. 이미 내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진 거죠. 이 고통스러운 감정은 병원에 가서 링거 맞아서 될 게 아니라는 걸, 불안감을 잠재우면 자신이 훨씬 잘할 수 있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죠. 이런 수업을 ‘도구’로 사용할 줄 아는 세대가 등장한 거죠. 레이키 같은 낯선 것도 기성세대는 “기 치료? 사이비 아냐?” 하고 얘기할 것을 이 세대는 산뜻하게 받아들여요. 조금 전에 들려드린 싱잉볼 연주는 어떻게 보면 그냥 소리잖아요. 이걸 듣는 것만으로도 뇌파가 안정되고 스트레스가 빠져나간다는 걸 20~30대는 받아들이는데, 40~50대는 “그거 소리 듣고 앉아 있는다고 뭐가 달라져?” 하는 거예요.

 

‘언와인드 Unwind’는 ‘느슨하다’는 뜻인데요, 긴장을 푼 채 느슨한 연대를 가져가는 이곳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돌아갔으면 하나요?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자신에게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져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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