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삶의 일부가 된다는 것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어느 삶의 일부가 된다는 것
홈 유니언 대표 대니얼 킹 & 메건 레이버리-킹

Text | Anna Gye, June Woo
Photography | Mineun Kim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온 삶의 궤적에서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만난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빈티지 가구 셀렉트 숍 홈 유니언을 운영하는 대니얼 킹Daniel king, 메건 레이버리-킹Meghan Lavery-King 부부는 수십 년 된 빈티지 가구를 통해 소장의 즐거움보다 편안하고 윤리적인 아름다움을 탐색한다.

밖에서 볼 땐 몰랐는데 아파트 내부가 복층 구조라 층고가 높으면서도 아늑하네요. 커플에게 알맞은 공간 같아요. 특별히 이 건물을 고른 이유가 있나요?

(메건) 결혼하고 이사를 생각하면서 요리하는 주방, 소파를 놓을 거실, 안락한 침실 그리고 일을 하거나 기타를 치며 쉬는 휴식 공간을 분리한 듯 이어진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침실이 하나인 집이면서 크기가 넉넉한 공간을 찾다 보니 연식이 있는 건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18년 동안 같은 동네에 살아서 모르는 건물이 없을 정도로 동네에 통달했는데, 이 건물이 단번에 떠올랐어요. 손재주가 좋은 남편 덕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답니다.

 

뉴욕에서는 오래된 아파트가 더 넓은 편인가요?

(대니얼) 뉴욕에서 요즘 짓는 아파트는 같은 평수라도 실내가 꽤 좁아요. 뉴욕에서도 특히 맨해튼은 집값이 비싸서 그런지 아예 룸메이트나 가족과 살 수 있게 크거나, 혼자 사는 작은 규모의 아파트가 많죠. 반면 같은 뉴욕이라도 맨해튼 위쪽으로 올라가면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많고요.

“결혼하고 이사를 생각하면서 요리하는 주방, 소파를 놓을 거실, 안락한 침실 그리고 일을 하거나 기타를 치며 쉬는 휴식 공간을 분리한 듯 이어진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빈티지 가구와 소품으로 가득 찬 집 안이 무척 근사해요. 직접 개조한 건가요?

(메건) 계단 골조 빼고 모두 개조했어요. 목공업에 종사했던 남편의 손재주와 지식 덕분이죠. 친구들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5층짜리인 이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싱크대를 포함해서 모든 가구를 창문으로 들여왔어요. 그 과정에서 창문 높이도 높였죠. 빛이 더 많이 들어와서 좋아요. 과정이 수고스럽긴 했지만 우리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돼서 만족도가 높습니다.

(대니얼) 조명도 모두 바꾼 거예요. 공간과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조명이라 믿거든요. 조명은 전문가 도움 없이 직접 설치하기 두려울 수 있는데 여러 번 하다 보면 손에 익어요. 저희도 깨고 부수고 우여곡절이 많았죠.

 

각자 패션 브랜드, 목공 사무소에서 일하다가 3년 전 빈티지 가구 셀렉트 숍을 오픈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메건) 결혼하고 가구를 알아보다가 몇 년만 사용하고 버리는 가구 소비 행위가 싫어졌어요. 빈티지 가구를 하나씩 구입하면서 매력에 빠져들었죠. 빈티지 가구의 근본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디자인이 있지만 패션처럼 트렌드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분석하고, 소개하는 일이 무척 즐겁죠.

 

그동안 두 분의 손을 거쳐간 빈티지 가구가 많겠어요. 새 가구와 비교했을 때 빈티지 가구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요?

(메건) 빈티지라는 것이 누군가의 삶의 일부였던 물건이고 소중했던 존재인 만큼 가구마다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이 아닐까요?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요. 미적인 모습에 똑똑한 기능까지 겸비한 거죠. 다른 주인을 만나러 저희에게 오게 되는 과정도 참 신기하고. 저희가 누군가의 삶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아요. 아, 얼마 전 재밌는 일이 있었어요. 가정용 책상을 하나 매입했는데 두 번째 서랍을 열어보니 ‘스튜디오 54’의 VIP 티켓이 들어 있는 거예요. 1977년 맨해튼에 개장해 앤디 워홀 같은 유명 인사들이 드나들던 그 나이트클럽요. 티켓 한 장으로 그 파티에 다녀온 듯 들뜨고 흥분이 되더라니까요.(웃음)

(대니얼) 가구 소재로 접근해본다면 윤리적인 장점을 꼽을 수 있어요. 빈티지 가구를 사용함으로써 지속 가능성 문제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죠. 가구를 재활용한다는 자부심이 생겨요.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 같은. 1950년대에 대중적으로 사용하던 특정 나무 소재를 현대 가구에는 쓸 수 없는 것만 봐도 그래요.

집 안에 탐나는 가구가 많아요.

(대니얼) 2년 반 전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B35 체어’가 있으면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꽤 오랜 시간 찾았죠. 마침내 지난여름에 발견하고 이스트햄프턴까지 7시간 운전해서 가져온 의자라 특별해요.

 

처음에는 당신이 찾았지만 결국은 가구가 새 주인을 찾은 거네요.

(메건) 정확해요. 저와 우리 집 고양이 시타가 정말 좋아하는 테리에 엑스트롬의 ‘엑스트롬 체어’도 지난여름에 찾아왔어요. 발견하자마자 환호성을 질렀죠. 보기와는 다르게 정말 편한데, 원하는 자세로 앉을 수 있어 좋아요. 마일로 보먼이 테이어 코긴 회사를 위해 만든 캐비닛은 1970년대에 만든 패치워크 디자인이죠. 밝은 메이플 우드 컬러라 거실뿐만 아니라 집 안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어주고요. 수납성도 좋은 편이에요. 또 저희가 결혼하기 전에 처음으로 같이 구입한 것이 식탁이었는데, 의자는 망가졌지만 멀쩡한 식탁은 버리고 싶지 않아서 어울리는 의자를 찾다가 브루노 레이의 레이 체어를 발견했어요. 의자를 겹쳐서 쌓아 올릴 수 있어서 청소할 때나 수납할 때 편리해요.

 

위층 벽에 나란히 걸어둔 기타도 멋진데요. 역시 빈티지인가요?

(대니얼) 1950~1980년대와 2000년대에 만든 것들이에요. 6개 중 하나는 제가 직접 나무 자투리로 만든 거예요. 시간 날 때마다 만든다고 했는데 여섯 달이나 걸렸네요.

빈티지 가구 입문자를 위한 팁이 있나요?

(메건) 처음 구입할 때는 디자이너의 명성보다는 디자인과 기능에 집중해 보세요. 빈티지 가구가 만들어지고 몇십 년이나 지난 지금, 현대 분위기에 맞춰 배치해본다는 건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에요. 특히 뉴욕의 아파트는 오래되거나 똑같아서 지루한 경우가 많은데, 빈티지 가구를 배치하면 개성이 더해져서 좋죠. 집 안에 놓을 때는 서로 다른 재질의 가구를 섞거나 컬러에 변화를 주면 가구가 더 빛이 발하게 되고요.

(대니얼) 가구 자체의 목적인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해요. 일터가 아닌 집이라는 공간은 그 존재 자체로 행복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껴야 하는 곳이라 믿어요. 집 안에 놓는 가구는 매일 사용하기 편해야 하죠.

 

브루클린에는 특히 빈티지 가구 셀렉트 숍이 많아요. 다른 숍과 비교해 홈 유니언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대니얼) 저희가 좋아하지 않는 제품은 소개하거나 판매하지 않아요. 빈티지 가구를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과 기쁨, 행복의 감정이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메건) 희소성이 크지만 상태가 좋지 않으면 매입하지 않아요. 매입 전에 상태를 먼저 체크하는데, 수리할 수 있는 것은 수리 과정을 거치고 외관과 내부 모두 깨끗이 청소를 마친 뒤에 매장에 내놓습니다. 포장까지 직접 하고요. 우리 손을 거치는 모든 가구가 자식같이 소중하죠.

“의류나 가구를 구입할 때 자신감이 있어야 대담한 컬러를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반대예요. 컬러를 더하면 행복이 더해지고 자신감이 생긴답니다.”

부부가 종일 함께 지내는 셈인데 일상과 비즈니스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각자의 역할도 궁금해요.

(메건) 별거 없어요. 집에서도 매장에서도 종일 함께 있긴 하지만 자연적으로 구분돼요. 저는 주로 인스타그램 계정과 온라인 숍 관리, 사진 촬영 등을 담당하고, 과거 경험을 살려 가구 스타일링과 셀렉트를 하는 편이에요. 반면 남편은 가구를 잘 알고 잘 다루기 때문에 가구 상태를 체크하거나 수리를 맡고요. 전반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해요.

(대니얼) 부부 오너가 되고 나서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아요. 같이 매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도 둘 중 하나가 지치거나 힘들면 집으로 와서 쉬어요. 저는 주로 매입할 가구의 상태를 체크하러 다른 도시에 갔다 오기도 하는데, 그때 각자의 시간이 생기기도 해요. 그렇게 일상과 비즈니스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유지됩니다.

 

항상 마음에 새기는 삶의 문구가 있나요?

(대니얼) ‘최고의 물건으로 최상의 감동을 누려라(Buy the best and only cry once)’.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일스 레드가 한 말이에요. 빈티지 가구는 고가라는 근거 없는 편견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한번 구입하면 평생 쓸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런 가구를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에 의의를 두기도 하고요. 항상 ‘나라면 집 안에 놓고 싶을까?’라고 자문하죠.

(메건) 저는 ‘컬러는 자신감과 함께 빛난다(Color comes with confidence)’예요. 의류나 가구를 구입할 때 자신감이 있어야 대담한 컬러를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반대예요. 컬러를 더하면 행복이 더해지고 자신감이 생긴답니다. 집에서도 매장에서도 이 문구를 떠올리며 과감한 컬러 매치를 즐기죠.

만들고 싶은 공간이 있나요?

(메건) 우리 부부의 감각과 취향으로 오롯이 꾸민 숙박 셰어하우스를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이곳 브루클린에서 두 시간 정도 위로 올라가면 산과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정신이 맑아지는 아름다운 동네가 있어요. 자연과 어우러진 그 공간의 이름을 ‘홈 유니언 하우스’라고 지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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