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커뮤니티를 요리하는 식당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로컬 커뮤니티를 요리하는 식당
오너 셰프 & 작가 제시카 데니슨

Text | Nari Park
Photos | Jessica Denison

유독 바람이 매섭고 공기마저 찬 에든버러에서 따뜻한 아침 식사는 하루를 좌우할 만큼 특별하다. 레몬과 세이지를 곁들인 달걀 프라이, 시간의 발효로 완성한 사워도우 토스트를 대표적인 메뉴로 삼는 ‘27 엘리엇츠’는 이웃집처럼 편안하고 정겨운 식당이다. 셰프 제시카 데니슨은 냅킨, 커틀러리 그리고 주 단위로 교체하는 메뉴에 이르기까지 식탁 위에 오롯한 집을 지어낸다.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 밑에서 오랜 시간 했어요. 지난해 에든버러에 레스토랑 27 엘리엇츠Elliott’s를 열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

(제시카 데니슨Jessica Dennison, 27 엘리엇츠 오너 셰프) 토털 푸드 브랜드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의 마케팅과 제품 개발 분야에서 일했어요. 프리랜스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서 글도 쓰고 잡지와 요리책, 에디토리얼 프로젝트에 소개할 레시피 세팅 촬영 스타일링도 맡았죠. 음식 광고와 패키지 제작 등 상업적인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일을 하면서 어느 순간 저만의 온전한 공간에서 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에든버러에 자리 잡기 전까지 방콕, 시드니, 런던 다양한 도시를 거쳤어요.

에든버러가 처음은 아니에요. 이곳에서 비즈니스 공부를 마치고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방콕에서 지내면서 본격적으로 푸드 신에 들어서게 됐어요. 길거리 음식을 맛보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았던 것 같아요. 이후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것으로 가득한 런던, 그중에서도 이스트런던에 이끌렸고 엄청난 재래시장과 레스토랑 신을 경험했어요. 시드니는 런던에서 벗어나려고 찾아간 도시였어요. 따스한 빛을 원 없이 누렸고, 천연 와인과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음식을 배웠죠.

“결국 훌륭한 요리 비법이나 지인들과의 근사한 식사란 여러 식자재나 복잡한 레시피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단순한 닭고기구이, 갓 구운 건강한 빵, 천연 와인 몇 병과 좋은 음악, 신선한 샐러드 같은 거죠.”

여러 도시에서의 생활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겠.

세 나라를 경험하며 깨달은 것은 인생에서 언제나 ‘단순함’이 최고라는 거였어요. 시장에서 늘 보던 신선한 식자재가 재료 본연의 맛을 일깨워줬고, 결국 훌륭한 요리 비법이나 지인들과의 근사한 식사란 여러 식자재나 복잡한 레시피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단순한 닭고기구이, 갓 구운 건강한 빵, 천연 와인 몇 병과 좋은 음악, 신선한 샐러드 같은 거죠. 공간을 채우는 물건도 유행에 따르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따뜻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어시 톤earthy tones, 자연스러운 선, 단순하게 빚은 도자 식기 같은 것이 주를 이뤄요. 많은 걸 소유하는 것이 저를 행복하게 하지는 않아요.

 

책을 쓰고 식당을 운영하는 이상적인 셰프의 삶을 살고 있어요. 어떠한 계기가 지금의 삶으로 이끌을까요?

주어진 일을 하며 자연스레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음식이야말로 저의 창의적인 발산 수단이며, 제가 주변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요. 음식을 주제로 얼마나 다양한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레스토랑 공간 설계부터 계절별 식자재에서 영감을 받아 레시피를 만들기까지, 테이블에 올릴 양초와 냅킨 등 레스토랑 분위기를 편안하게 연출하기 위한 방식을 고민하던 순간들이 지금의 삶을 만든 것 같아요.

자기만의 레피를 창조해 음식을 조리하고 손님에게 내는 일은 마치 하나의 작은 세상을 창조하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손님을 위한 테이블은 완벽하게 제가 디자인한 작은 세상이에요. 어떤 음악을 선곡할지, 무슨 재료로 요리할지 매 순간이 저의 선택이죠. 셰프란 손님에게 편안한 공간에서 기분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거기서 그치는 것은 원치 않아요. 저는 단골 고객들이 테이블을 붙여 서로 대화하고 새로운 우정을 만드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제 레스토랑이 기능하길 바라요. 그건 정말 마법 같은 일이거든요.

 

레스토랑의 큰 오픈 테이블에서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요. 그런 편안하고 격식 없는 인테리어가 마치 누군가의 주방에 놀러 온 듯한 인상을 줘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준비하던 때를 돌이켜보면, 사실 레스토랑이 제 집의 확장된 공간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한 번도 전문적인 요리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다른 형태의 길을 걸어온 셰프이고, 요리책이나 TV 쇼, 어머니를 보며 독학했기 때문에 제 레스토랑이 지나치게 정갈하고 세련된 것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가진 배경지식이 자연스럽게 식당에 묻어나서 가정의 주방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여파로 현재는 포장 음식과 기본적인 식자재만 판매하는 ‘오픈 이센셜open essential’ 형태로 운영 중인데요,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며 손님들이 찾는 음식 메뉴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달걀과 우유 같은 지역에서 생산한 유기농 제품의 인기가 높아요. 고객들은 이런 어려운 시기에 지역 생산자를 돕는 것이 작은 농가와 본인이 속한 커뮤니티에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천연 와인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어요. 윤리적으로 생산, 판매하는 소규모 생산자와 와인 레이블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거겠죠. 사람들은 자신이 소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갖게 됐고, 자신의 소비가 식품 시스템을 평가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아요.

 

이전보다 ‘집밥’, 외식보다는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것이 필수적인 시대가 됐어요.

스스로 음식을 해 먹는 시간이 늘면서 각자 주방에 머무는 시간에 안정감과 확신을 얻게 되겠죠. 바쁘다는 핑계로 이전까지는 음식을 밖에서 해결하는 빈도가 높았다면 지금은 요리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 그 식자재가 어디에서 오는지에 보다 집중하며 먹는 행위 자체를 돌아보게 됐어요. 사람들은 지금 위안을 주는 음식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감자와 샐러드를 곁들인 간편한 닭고기구이는 어떨까요? 큰 애플 크럼블과 커스터드를 더해서요. 가족, 친구들과 일요일 점심 식사로 즐겼던 그리운 시간의 음식을 하나씩 요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최근 두 번째 책 출간어요. 이번 책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나요?

요리를 전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Tin Can Magic”을 통해 요리란 많은 비용과 스트레스, 전문적인 식자재, 많은 재료를 동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죠. 찬장 깊숙이 보관한 코코넛 밀크 통조림으로도 간단한 카레를 만든다면 충분히 보람 있는 것처럼요.

에든버러에서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일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해요.

셰프의 아침은 일찍 시작돼요. 오전 5시 15분이면 눈을 뜨죠. 주방으로 직진해 진한 커피를 내려 마신 뒤 조깅을 하러 나가요. 외곽 지역에 사는데, 한 시간 동안 아침을 가르며 맞는 풍경이 고요하고 아름다워요. 해가 뜨고 야생의 다양한 생명이 하루를 시작하죠. 손님들에게 낼 아침 식사를 만들 준비가 되면 한 시간 정도 차를 몰아 에든버러 시내로 향해요. 그때부터 진짜 다채로운 하루가 열리죠. 시간이 날 때는 글을 쓰고 새로운 레시피 테스트를 해요. 두 번째 레스토랑 21 엘리엇츠를 오픈할 예정이라 시공업자들과 상의를 하기도 하고요. 식당 청소와 마감 정산까지 마치면 폭풍 같은 하루가 비로소 마무리되죠.

 

셰프의 집, 그중에서도 주방은 어떤 모습일지 늘 그려보게 요.

생각보다 매우 단순해요. 선반이 많고, 보이는 곳에 물품을 놓아두어 언제든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해요. 많은 양념 통과 피클, 발효 식품이 선반 대부분을 채우고 있어요. 큰 허브 화분이 걸려 있고, 오랜 시간 수집한 도자기도 꽤 돼요. 제 주방에서 레몬은 절대 빠질 수 없어요. 레몬 향에 둘러싸여 있을 때 가장 편안하거든요. 모든 요리를 가능하게 하는 특별한 효능이 있어요.

 

식사 테이블을 연출할 때 특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단순함이죠. 여러 가지 오브제가 놓인 테이블을 좋아하지 않아요. 접시 옆에 리넨 냅킨을 놓고 유행을 타지 않는 커틀러리와 물병, 와인병과 텀블러,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밀랍 양초를 올려요. 꿀을 주원료로 만든 양초는 식사 시간과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숨은 조력자거든요. 은은한 초가 켜진 테이블은 월요일 저녁 식사조차 특별하게 만들어요.

집과 사는 동네를 고를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채광을 가장 중요하게 봐요. 어떤 형태의 집인지, 주택 스타일 또한 집의 캐릭터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 같아요. 아주 작은 코티지에 살고 있는데, 처음 보러 갔을 때 이 집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저는 항상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물에 관심이 많고 그런 시대적 특성이 반영된 소품들로 집을 채워요.

 

어린 시절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 있다면요?

어렸을 때 여름이면 남프랑스로 가족 여행을 가곤 했어요. 현지 식당에서 감자튀김과 함께 크림소스 홍합찜 ‘물 프리트Moules-frites’를 먹곤 했죠. 뜨겁고 바삭하고 짭조름한 칩은 정말 특별했어요. 커다란 팬에 담겨 나온 홍합 껍질이 익어가는 소리, 그것을 한 접시씩 서빙할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고기에 찍어 먹는 소스 모두 재미있었어요. 어쩌다 그 안에서 작은 게살을 발견할 땐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죠. 요크셔푸딩도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에요. 한 번씩 온 가족이 엄마가 빚은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 요크셔 파이를 마주할 땐 난리법석이었죠. 가장 바삭한 부위를 먹겠다고 다투곤 했으니까요. 가족들이 음식 앞에서 정말로 행복했던 순간이에요.

“27 엘리엇츠가 자리한 지역에는 견고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요. 많은 가족들이 서로를 알고, 손님들은 저희 식당에서 테이블 좌석을 나눠 앉으며 이웃이 되죠. 그런 특별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보탬이 된다는 건 큰 특권이에요.”

거리에 맛집과 근사한 카페가 밀집해 있는지, 근처에 어떤 이웃이 사는지가 집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 시대요. 27 엘리엇츠 또한 누군가에게 그 지역에서 생활하고 싶게 만드는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길 바라겠죠?

만약 누군가 저희 식당으로 인해 동네에 애정과 자부심을 갖게 된다면 너무나 기쁠 것 같아요. 실제로 27 엘리엇츠가 자리한 지역에는 견고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요. 많은 가족들이 서로를 알고, 손님들은 저희 식당에서 테이블 좌석을 나눠 앉으며 이웃이 되죠. 그런 특별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보탬이 된다는 건 큰 특권이에요.

 

식당에서 다른 사람이 주문 음식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음식 앞에 두고 대화던 평범한 시간이 그리운 요즘이에요. 홀로 고독한 식사를 하는 현대인에게 위로의 음식을 권한다면요?

수프를 먹어보세요. 스튜, 천천히 조리한 라구 파스타도 괜찮고요. 부담 없이 편안하고 따뜻한 음식이 마음을 어루만지고 넉넉하게 안아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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