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밀도를 차곡차곡 쌓는 복층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휴식의 밀도를 차곡차곡 쌓는 복층 집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미지 & 요리사 홍봉기

Text | Kakyung Baek
Photos | Siyoung Song

논현동의 복잡한 골목에 위치한 상가 주택에 들어서면 사뭇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갤러리에 온 듯 비움의 미학이 돋보이는 마미지와 홍봉기 부부의 집이다. 복층 계단에는 식물을 위한 온실이 있고 사진이나 그림을 걸기 좋은 공간이 있다. 밀도 있는 휴식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다는 그들의 집을 소개한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마미지) 저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스타일링을 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모모모를 운영하고 있어요.

(홍봉기) 저는 한식집 아이노테이블과 아이노가든이라는 식물 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몇 가지 소개해주세요.

(마미지) 자곡동의 가구 편집 숍 원오디너리멘션, 도산공원으로 이전한 카페 꽁티드툴레아, 소셜 다이닝 공간 목금토 식탁을 디자인했어요. 원오디너리멘션은 들어서는 순간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지은 빌라 라로슈가 떠올랐고,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했죠. 목금토 식탁은 다이닝 테이블을 고르는 데 공을 들였어요. 당시 시즈브락만의 6인용 테이블이 원오디너리멘션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다고 해서 바로 그 공간에 제안했던 게 기억나요. 셰프님도 마음에 들어하셨죠.

(홍봉기) 저는 가구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아내가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가구는 대개 자연스럽고 공간 친화적이에요.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아이노테이블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홍봉기) 가게 이름은 디자이너 아이노 알토Aino Aalto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건축가 알바 알토의 부인이기도 한 그녀는 식기, 트레이 등 리빙 제품을 주로 디자인했어요. 만약 알바와 아이노 부부가 식당을 차리면 어떤 모습일까, 그런 상상으로 지은 이름이에요.

 

어떤 계기로 아이노테이블을 차리게 되었나요?

(마미지) 저희가 유럽으로 신혼여행 갔을 때 한 동네에 작은 파스타집이 많더라고요. 우리나라로 치자면 평범한 백반을 파는 건데, 공간이 친근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던 게 기억나요. 우리도 저런 밥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차리게 되었어요.

(홍봉기) 복잡하지 않은 요리에 정갈하고 친근한 백반집을 열고 싶었어요.

두 분이 사는 집도 직접 디자인했다고 알고 있어요. 맨 처음 그린 청사진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요.

(마미지) 제가 좋아하는 것을 모두 모아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고요하지만 힘이 있는 공간으로요. 남편이 사진이나 그림 작품을 걸어두는 걸 좋아해서 3층은 작품을 감상하기 좋도록 디자인했어요. 4층은 저희가 생활하는 공간이니 좀 더 따뜻한 분위기로 설계하고, 계단 반 층 위에는 꼭 온실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죠. 무조건요. 제가 식물 기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전에 살던 집에서는 화분에 물 주기가 힘들었거든요.

(홍봉기) 신혼 초기에는 ‘저 많은 식물을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걱정이 앞섰는데 언젠가 아내가 제게 해준 말이 있어요. “아침에 식물에 물을 주면 기분이 너무 좋아. 같이 자라는 것을 보면 신기해.” 집은 유기적이기 힘든데 식물과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집과 애틋한 관계가 맺어지더라고요. 정말 좋아요.

 

둘이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은 얼마나 되었나요?

(마미지) 5년 정도 되었어요. 그전에는 각자 부모님 집에서 살았고요.

“아름다운 공간에서 쉬는 게 자기 만족도를 높이더라고요. 둘이서 예쁜 물건 가져다 놓고 좋다면서 보고 그래요. 휴식의 밀도가 높아졌어요.”

집의 개념이 5년 전과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마미지) 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결혼하면 내 집을 어떻게 꾸밀지에 대해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데 살림을 하게 된 이후 달라진 게 있어요. 그전에는 스타일링할 때 흰 타일을 많이 썼는데, 때가 잘 탄다는 걸 알고 이젠 거의 추천하지 않게 되더라고요.(웃음) 서울에서 일하다 보면 삶이 팍팍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에요. 부모님과 같이 살았던 때는 온전한 나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홍봉기) 예전에는 집을 어지럽히곤 했는데 이제는 제가 돌보는 공간이 되었죠. 집에서 식물이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큰 만족감을 느껴요.

(마미지) 맞아요. 아름다운 공간에서 쉬는 게 생각보다 자기 만족도가 높더라고요. 둘이서 예쁜 물건 가져다 놓고 좋다면서 보고 그래요.(웃음) 휴식의 밀도가 높아졌어요.

집에서 어떤 공간을 가장 좋아하나요?

(마미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실로 내려와요.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 텅 비어 있다고 하지만,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 같이 커피 마시는 순간이 정말 좋아요.

(홍봉기) 일하는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밥을 같이 먹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아침에는 시간이 있으니까 같이 식사 준비하고 먹는 시간도 좋아해요.

 

남편분이 요리도 많이 해줄 것 같은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뭔가요?

(마미지) 대부분 다 맛있는데, 국수를 금방 잘해주거든요. 아이노테이블에서도 차돌박이 국수가 많이 나가요. 국수를 정말 맛있게 잘해줘요.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집에 더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영향을 느끼나요?

(마미지) 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걸 예전부터 느끼고 있긴 했어요. 제가 인테리어 디자인도 하지만 그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스타일링하기도 해서 그런 변화를 더 잘 느끼는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들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그 전에는 구매할까 고민만 하던 가구를 이제 들여놓겠다며 전화를 많이 주시더라고요.

(홍봉기) 제가 되게 실용적인 편이에요. 처음에는 고가의 가구를 들이는 것이 낯설었는데, 요즘 아내가 하는 일이나 클라이언트를 옆에서 보면 ‘실용적’이라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고 느껴져요. 아름다운 물건을 오래, 많이, 잘 쓰는 게 더 실용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공간에 자신의 취향에 맞고 미적 가치가 있는 가구를 들이려는 추세도 같은 맥락이겠죠.

주거 공간의 인테리어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과정은 무엇인가요?

(마미지) 공간을 비우는 거예요.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 스타일은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보다 깔끔하게 드러내지 않는 것에 더 가까워요. 제게 연락 주시는 분도 저의 성향을 먼저 파악한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도 클라이언트에게 맨 처음 도면 작업을 제안하면 비어 보일까 봐 걱정하기도 하세요. 그런 분들에게는 앞으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공간을 이해한 후에 좋아하는 것들로 천천히 채워가는 게 만족감과 완성도를 높여준다고 설명해 드리곤 해요.

 

소비자 관점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도움 될 만한 팁이 있다면요?

(마미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의뢰하는 게 좋아요. 디자이너에게 좋아하는 것을 편하게 얘기하면 디자이너가 소비자의 취향을 수집, 정리해서 공간과 가구, 작품 등을 효과적으로 제안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견적을 내달라고 하는 것보다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좋아요. 예를 들면 디자이너의 작업물 중 자신의 집과 비슷한 평형에서 이런 스타일링을 하면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오는지 묻는 게 더 정확한 방법이에요.

“앞으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공간을 이해한 후에 좋아하는 것들로 천천히 채워가는 게 만족감과 완성도를 높여준다고 설명해 드리곤 해요.”

일하지 않을 때는 주로 집에서 무엇을 함께 하나요?

(마미지) 둘 다 집돌이, 집순이예요. 침대에 누워서 영화 보거나 강아지랑 산책하러 나가곤 해요. 집을 새롭게 디자인해서 그런지 요즘엔 더더욱 집에서 쉬는 게 좋더라고요. 요즘 밖에 나가면 모든 공간이 너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홍봉기) 저도 밖에서 뭔가를 하는 것보다 집에서 뭔가를 하는 게 더 만족감이 크더라고요. 예를 들어 영화관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편하게 같이 영화를 볼 때 몰입도가 더 좋고요.

 

최근에 함께 본 영화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홍봉기) 개봉한 영화는 거의 다 보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저는 <아이리시맨>이 기억에 남아요.

(마미지) 저는 <히든 피겨스>와 <인크레더블 2>. 영화에 나오는 집을 주로 보는데, 두 영화에 등장한 집과 인테리어가 정말 예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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