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동 지하 목공실에서 햇볕과 커피를 파는 목수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성산동 지하 목공실에서 햇볕과 커피를 파는 목수
가구 제작자 김비

Text | Kakyung Baek
Photos | Siyoung Song

금세 비틀어지고 휘는 나무와 오랫동안 씨름 중이라는 가구 제작자 김비. 많은 시간을 지하의 목공 작업실에서 보내다가 문득 햇빛을 흠뻑 받으며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 카펜터스커피를 열었다. 그는 초록색 나뭇잎이 흐드러진 한가한 성산동 골목 어귀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삶과 온전한 휴식에 관해 얘기했다.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에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목수로 가구를 접했어요. 나무로 뭔가를 만드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 취미로 시작했거든요. 사실 지금도 저 자신을 가구 디자이너라고 소개하기에 좀 그렇고, 목수라 하기에도 그렇고 해서 가구 제작자라고 해요.

 

목공 공방 카펜터스 클럽을 운영하면서 카펜터스커피함께 운영하시죠.

제가 처음 가구를 배울 때부터 커피를 좋아했어요. 옛날에 카페에서 일도 많이 했고요. 지하 공방에서 작업하다가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햇볕도 쬐고 싶어서 카펜터스커피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중동이라는 동네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성산동이라고 많이들 알고 있어요. 저도 잘 몰랐던 동네였는데 이제 이곳에 온 지 2년 조금 넘었어요. 학교 주변이라 유흥가도 별로 없고 복잡한 간판도 거의 없어요. 처음에 지하 작업실만 쓰다가, 이 카페 공간이 언제 자리가 날지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요.

 

카페에서 즐기기에 가장 좋은 뷰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곳에 벚꽃이 만발할 때요. 나무도 풀도 많이 자라서 휴식하기에 정말 좋아요.

 

카펜터스커피를 만들 때 어떤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나요?

제가 일본에 자주 다녔어요. 분명 어떤 카페를 찾아서 가는 길인데,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고?’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카펜터스커피도 그런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에게는 ‘동네 사람 아니면 찾기 힘들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리고 동네 사람들도 자주 오는 그런 공간이길 바랐어요.

카페 공간이 상당히 미니멀하고 멋있어요.

인테리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해요.(웃음) 그냥 빈 공간에 가구만 가져다 놓은 거예요. 인테리어에 조예가 깊진 않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인테리어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미니멀한 공간에 가구 디자인으로 채우거나 그 공간 자체를 건드려서 디자인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이곳은 둘 다 해당하지 않아요. 작업실이 지하에 있어서 거의 해를 못 보거든요. 그저 해를 보는 데 최적화된 공간이에요.

 

이 공간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가구는 무엇인가요?

스피커 장이에요. 카페 준비하면서부터 쓴, 되게 오래된 스피커가 있어요. 디지털 음악을 소화하지 못해서 재즈만 틀어야 하죠. 근데 디자인도 예쁘고 카페에 놓으면 제격이다 싶어서 이 스피커를 샀어요. 여기에 맞춰서 스피커 장을 디자인하게 된 거죠. 다리 부분은 호두나무로 만들었어요.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게 호두나무 가격이 상당하거든요. 하지만 전부 호두나무로 디자인하면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어서 윗부분은 참나무를 사용했어요.

“인테리어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미니멀한 공간에 가구 디자인으로 채우거나 그 공간 자체를 건드려서 디자인하는 방식이죠.”

나무라는 소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본격적으로 가구를 만들기 시작하기 전에는 좋았는데, 이제는 고집불통처럼 느껴져요. 손도 많이 가고 변형도 심하고. 조금만 만져도 금방 휘어버리고 터져버리고, 그냥 쟤랑 싸우는 기분이에요. 어르고 달래서 겨우 가구로 만들어놓는 거죠. 나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이걸 또 어떻게 만들어낼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죠.

 

카페를 쇼룸처럼 활용하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요즘 했던 프로젝트 중에서 소개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요?

모베러웍스Mobetterworks랑 두낫띵클럽Do Nothing Club과 함께 컬래버레이션한 ‘두낫띵체어’가 있어요. 프로젝트 자체가 재미있어서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두낫띵클럽은 2명의 멤버가 ‘아무것도 하지 말자’라는 모토로 만든 클럽이에요. ‘Do Nothing’이란 의미를 의자에 어떻게 접목할까 고민하다가 집중해야만 앉을 수 있도록 만들기로 했죠. 아랫부분이 라운드 형태라서 의자의 균형을 맞추려면 오로지 앉는 것에만 신경 써야 해요. 물론 뒤집어놓으면 평범한 스툴로도 쓸 수 있어요.

의자는 디자이너에게 상징적인 가구라고 하잖아요. 특히 의자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나요?

의자는 가구의 꽃이라고도 해요. 왜냐면 미적인 부분, 편리함, 견고함 이 모든 것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가구이기 때문이죠.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요. 제가 의자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적으로 예뻐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편한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눈으로 봤을 때 즐거워지는 의자를 만들죠.

 

디자이너 항상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여러 클라이언트와 작업하면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넣는 방법이 있는지요?

그게 모든 디자이너의 꿈 아닐까요? 일을 시작할 때 개인의 성향이 안 들어갈 수는 없죠. 어떤 브랜드와 일하더라도 제 손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저의 느낌이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저는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엄청 신경 써서 넣으려고 하진 않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게 연락하시는 분들은 보통 기존 작업물을 보고 그 느낌에 공감하신 분들이죠.

 

클라이언트 중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네, 기억나는 분이 있어요. 그분은 제게 자신의 하루 동선을 설명해줬어요. 직접 만나진 못했고요. 나는 이런 사람이고 무슨 일을 한다, 집에서는 밥을 해 먹지 않고 누구와 함께 지낸다, 그게 다였어요. 어떤 가구를 갖고 싶다는 말보다 자신의 삶의 반경을 먼저 설명해줬고, 이런 용도의 가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죠. 원하는 색은 흰색이라고 했어요. 기한도 급하지 않아서 두 달 동안 혼자 고민하며 천천히 만들었죠. 결과적으로는 전체적으로 가구 색을 검은색으로 바꿨는데 그분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했던 기억이 있어요.

만약 누군가가 집에 들일 가구를 고른다면 조언해줄 만한 얘기가 있을까요?

원목 가구를 산다면 나무 종류를 통일해서 고르는 게 좋아요. 또 한곳의 가구 숍에서 다 사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춰 하나씩 고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물론 나무 소재의 가구만으로 들이는 것도 좋지 않아요. 공간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거든요.

 

가구 중에서도 공간 분위기를 위해 기꺼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다이닝 테이블와 데스크요. 직접 손이 닿는 가구를 원목으로 한번 써보면 다른 가구는 못 쓸지도 몰라요. 질감이 정말 좋거든요. 제가 만든 가구에 대한 피드백을 봐도 테이블의 경우가 가장 좋았어요. 쓰면 쓸수록 만족감이 커지거든요.

 

목공 클래스를 열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제가 평소에 만나는 사람이 되게 한정적인데, 수업을 시작하고 나서 되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분들과 얘기하면서 인연도 생기고, 그 인연이 다른 일로 이어질 때도 있고요. 재미있더라고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적성에 맞는 것 같요?

아니요. 제일 힘든 일 같아요. 그래서 저는 수업 시간 전에 말씀드려요. 여기는 엄청난 기술을 알려주거나 제자로 키워서 목수를 만들어내는 곳도 아니라고요. 그저 나무 냄새 맡으며 얘기도 하고 좋은 취미를 갖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수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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