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진의 게스트 하우스 같은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한강진의 게스트 하우스 같은 집
썬데이나마스떼 김보연

Text | Kakyung Baek
Photos | Siyoung Song

멀리서부터 보사노바풍 재즈가 흘러나오고 하와이안 셔츠와 밀짚모자, 바다 위 서핑 사진이 걸려 있는 집. 웰니스 플랫폼 썬데이나마스떼를 운영하는 김보연의 집은 발리 해변을 걷다가 무심코 들어선 어느 게스트 하우스를 닮았다. 때때로 그는 이국적 향신료가 듬뿍 든 요리를 만들어 마음 맞는 친구들을 초대한다.

‘썬데이나마스떼Sunday Namaste’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일요일만큼은 평온하게 지내자’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남편과 함께 일요일에는 주변 직장인 친구들과 요가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썬데이나마스떼를 시작했어요. 저는 요가 자격증이 있고 남자 친구는 웹 개발자였기 때문에 사이트를 만들어서 지인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성격으로 수업을 진행했어요.

김보연 제공
김보연 제공

썬데이나마스떼를 처음 만들었을 때 어떤 요가 수업을 전하고 싶었나요?

당시 주변 친구들에게 요가에 대한 선입견이 많더라고요. 여자들을 위한 운동이라는 인식도 있고, 날씬한 사람만 하는 운동이란 편견도 있고요. 특히 남자들은 요가원에 찾아가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편이죠. 요가의 스타일과 수련 방법이 정말 다양한데 한국 요가원에선 아직 소개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요. 여러 가지 장벽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었어요. 여성인 저만 수강생들을 가르치면 ‘여자들의 운동’이라는 선입견이 더욱 공고해질 것 같아서 맨 처음에 함께한 선생님은 무림의 고수 같은 인상의 남자 선생님이었어요. 그땐 무슨 용기가 나서 그랬는지 그 선생님 인스타그램으로 수업해줄 수 있느냐고 연락을 드렸죠.

 

요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무슨 일이든 한 번씩 해보는, 호기심 많은 성향이에요. 반대로 말하면 꾸준히 도모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고요. 그런데 꾸준히 해온 게 요가였어요. 성격상 무슨 일을 하든지 몰입해서 소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공부도 그랬고 일하는 것도 그랬고요. 진짜 몸이 망가지기 전에는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잘 못했어요. 요가 철학 중에 ‘샨토샤santosha’라는 게 있어요. ‘지금 그대로 적당하다, 지금에 만족하라’는 뜻인데 요가를 하다 보면 그 시간만큼은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게 큰 위로가 되었고, 삶을 바라보는 창을 바꾸어주었어요. 또 ‘아힘사ahimsa’라는 교리도 좋아해요. 비폭력이라는 뜻인데 살생하지 않는 것을 뜻하죠. 열심히 살고 경쟁적으로 사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어떻게 보면 그것도 스스로에 대한 폭력일지 몰라요. ‘내가 너무 빨리 달리려고만 했구나’라고 스스로 깨닫는 계기가 되었어요.

“집이 수련하기에 제일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썬데이나마스떼의 온라인 플랫폼 준비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수 있었어요.”

코로나19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썬데이나마스떼를 운영하데 애로 사항이 있을 것 같아요.

을지로 공간을 올해 1월에 오픈했어요. 새로운 공간을 열자마자 2월부터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문을 닫고 최근에도 한 달 정도 쉬게 되었어요. 직접적인 타격이 있었지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엿보기도 했는데, 온라인 수업에 관한 것이에요.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으로 요가를 전하고 싶은 생각을 오래 해왔어요. 요가를 통해 삶을 건강하게 만들려면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수련이 필요하거든요. 오프라인은 매번 장소를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코로나19와 같은 제약이 생기기도 하고요. 집이 수련하기에 제일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썬데이나마스떼의 온라인 플랫폼 준비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수 있었어요.

 

온라인 수업에 대한 예고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올 연말쯤에 론칭할 예정이에요. 집에서 혼자 요가를 하시는 분들과 얘기해보면 대다수가 유튜브를 통해서 수련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유튜브의 콘텐츠는 제각각 단편적인 영상이기 때문에 하나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꾸준히 수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썬데이나마스떼에서 준비하는 온라인 수업은 다양한 주제와 단계로 이루어질 예정인데요, 무엇보다 삶에서 쫓아갈 수 있는 서사를 담으려고 해요.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의 다음 에피소드,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는 것처럼 요가하는 시간이 기다려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요즘엔 집에서 요가를 수련하는 분이 많을 텐데, 공간 마련 도움이 될 만한 팁이 있을까요?

저는 매트만 있으면 다른 방해 요소를 별로 느끼지 않아요. 저 역시 집에서 수련하는 분들의 애로 사항이 궁금해서 서베이를 한 적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집에 지정된 장소가 없다는 점을 가장 많이 불편해하시더라고요. 이 문제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집 안에서 꾸준히 수련할 수 있는 장소를 지정하는 거예요. 베란다가 될 수도 있고 방이 될 수도 있고, 습관처럼 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이와 더불어 환경을 조성하는 도구가 하나씩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아로마 오일, 향, 음악 등 수련할 때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을 마련해서 요가 수련과 연결해보는 거예요. 저는 주로 TV 앞 공간을 이용해요.

TV 수납장이 굉장히 독특하네요.

우리 집에 있는 가구는 대부분 오래된 것들이에요. 좋게 말하면 골동품, 앤티크지만 사실은 중고 물품이죠. 결혼하고 나서 다른 신혼부부들이 사는 것과 똑같은 가구를 사기가 싫더라고요. 제 공간이기에 제 취향대로 만들고 싶어서 남편과 함께 고민하다가 골동품 쇼핑을 하게 됐어요. 물론 경제적 이유도 있었지만요. 이 책장과 TV 수납장은 바로 옆 건물에 살던 할아버지가 쓰던 거예요. 예전에 미술대학 교수를 하던 분이라는데, 그분이 이사 가면서 가구를 주셔서 사용하고 있어요.

 

한강진이라는 동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이태원 특유의 문화를 좋아해요. 결혼하고 나서도 이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이 집에 살아보니 주변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카페, 레스토랑이 있어서 좋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건 집에서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아파트에서는 밤에 음악을 크게 못 듣잖아요. 그런데 이 동네에선 밤만 되면 재즈가 흘러나오니까 저희도 음악을 크게 틀어놓을 수 있어요. 늦게까지 친구들과 수다 떨고 놀 수도 있고요.

처음에 이 집에 이사 왔을 때 어떤 분위기로 만들고 싶는지 궁금해요.

둘 다 워낙 여행을 좋아해요. 호텔에 묵는 게 아니라 진짜 집 같은 곳,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더라도 현지인의 집 같은 곳을 찾아서 묵는 편이거든요. 여행하면 모든 것에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변하잖아요. 그런 기분을 집으로 들이고 싶어서 여행 사진이나 여행 중에 산 물건, 예를 들면 처음 서핑을 했던 발리에서 사 온 그림 같은 걸 걸어놓아요. 일상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의 집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여행이 힘들어진 요즘, 특히 기억는 여행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베트남에 가족끼리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요가로 가족들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베트남 현지 요가원에 모시고 갔어요. 시골에 있는 요가원이라 저희밖에 없었죠.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선생님이 제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스타일의 요가를 하는 거예요. 너무 궁금해서 끝나고 물어봤더니 선생님이 “그냥 내 요가야”라고 하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요가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사라진 계기였어요. 요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건강한 삶이기 때문에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하면 되는 건데 말이죠. 재밌는 에피소드였어요.

“특정한 인테리어를 생각하기보다
누군가를 초대하기 좋은 공간을 갖고 싶어요.”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딘가요?

나무 탁자가 있는 공간이에요. 집에서 일과 삶을 병행하면 장단점이 공존하잖아요. 단점 중 하나는 일을 끊지 못한다는 거죠. 특히 제 성향 때문에 일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은데, 몸도 휴식이 필요하듯 머리도 쉬어야 하거든요. 그걸 할 수 있게 해주는 자리라서 좋아해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판단 없이 흐르듯 바라보는 걸 명상을 통해 배우고 있는데, 그걸 이 자리에서 할 수 있어요. 멀찍이 떨어져서 일하는 공간을 바라보고, 풀리지 않던 답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고요.

집에서 새롭게 만들고 싶은 공간이 있나요?

우리 집이 게스트 하우스 같다는 말도 많이 들어요. 제가 친구들을 워낙 많이 초대하고 그런 시간 자체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특정한 인테리어를 생각하기보다 누군가를 초대하기 좋은 공간을 갖고 싶어요. 지금 집도 그런 편이라고 생각하고요. 사람들 속에서 영감을 많이 받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걸 좋아하는 성향 때문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성향이 강했던 남편도 이제는 함께하는 시간의 매력을 아는지 열려 있는 공간을 같이 꿈꾸게 되었어요. 공간을 키울 수 있다면 응접실을 만들고 싶어요.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요. 큰 나무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얘기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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