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애호가들의 사적인 지도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서울 애호가들의 사적인 지도
아마추어 서울 공동 대표 유혜인, 조예진

Text | Kakyung Baek
Photos | Hoon Shin

아마추어 서울은 서울에 관한 흥미로운 지도를 만든다. 서울을 웬만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그 이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서울에 관한 한 편의 단편소설 같기도 하다. 아마추어 서울의 공동 대표 유혜인과 조예진을 을지로 작업실에서 만났다. 10여 년간 그들이 마주한 서울과 지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왼쪽부터) 아마추어 서울 공동 대표 조예진, 유혜인

아마추어 서울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유혜인) 지도를 매체로 서울이라는 도시 안의 장소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그룹이에요.

(조예진) 같은 학부 동기 4명이 함께 시작했어요. 당시 저희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를 걷고 사진 찍고 소리를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한 동네를 다른 계절, 다른 시간대에 방문하면서 오래도록 그 변화를 기록하는 게 취미였죠. 그러다 작은 공모 사업에 아마추어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지원하게 됐어요. 그 이름으로 지금까지 계속 활동하고 있고요. 원래는 넷이서 다 같이 활동하다가 한 명이 미국에 가고 다른 한 명은 부산으로 이사해 저희 둘이서 활동을 이어온 지도 꽤 된 것 같네요.

서울의 오래된 동네를 걷던 당시의 취미가 <아마추어 서울> 1호 제작으로 이어진 거군요.
(조예진) 네. 1호 주제가 ‘옛서울’이었어요. 종로구 원서동, 계동, 재동에 대한 이야기였죠. 저희가 그 동네를 답사 다닐 때는 시골 느낌이었어요. 지도를 보면 집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었죠. 골목골목에 볼거리가 되게 많은 동네였어요. 같은 지역을 자주 답사하다 보니까 실제로 살고 있지 않지만 사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삼거리의 어떤 큰 주택 앞에는 항상 벤치가 놓여 있었어요. 그곳에 갈 때마다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셨고요. 집집마다 정원을 가꾸는 방식이 다르고 화분 종류도 달라요. 어떤 분은 욕조를 화분으로 쓰기도 하고요.(웃음) 관찰할 거리가 많아서 계속 돌아다니게 된 것 같아요.

(위 사진 모두) <아마추어 서울> 1호 ‘옛서울’에 실린 사진 / 아마추어 서울 제공

2008년 아마추어 서울을 처음 시작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서울의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유혜인) 그때나 지금이나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은 늘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그때보다 서울이 변화하는 모습을 계속 관찰하고 기록하고 알리는 사람이 좀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조예진) 아마추어 서울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 지역에 대한 내용을 지도나 안내서로 다루는 매체나 팀이 많지 않았어요. 또 저희가 10년 동안 이 일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시간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개인적으로 관심 갖는 흥미로운 지역을 매호 담긴 했는데 결국 저희가 담은 서울 풍경이 거의 사라졌어요. 어느 순간, 저희가 작은 그룹이긴 하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이 활동을 계속하면 시간이 더 흘렀을 때 가치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울이 얼마나 빠르게 부서지고 새로 생겨나기를 반복하는지 이 활동을 하면서 더 체감하게 된 것 같아요.

“다 똑같은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특이한 구조에
매력을 느끼며 살 때, 주어진 환경에 내가 익숙해지는
시간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추어 서울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조예진) 서울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 4명이 모여 만든 팀이라서 팀 이름에 ‘서울’을 넣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아마추어’는 어떤 일에 서툴고 미숙하다는 인식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텐데요, 저희가 여러 지역의 지도를 만들기는 하지만 어느 한 지역의 역사, 건축 등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관찰자로서 서울을 계속 바라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죠. ‘아마추어’는 라틴어가 어원으로 ‘무언가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어요. 이것도 저희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재동, 계동, 원서동을 중심으로 한 산책 코스, 백태종의 초동 등 다양한 지도 작업을 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유혜인) ‘크리스 하마모토씨의 일일’이라는 주제였어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모티프를 가져왔어요. 종로, 을지로 일대를 걸어 다니면서 관찰해온 이동형 상점에 관해 기록한 작업이에요. 근처 지하철 입구 앞에는 밤빵 가게가 있는데 10년도 넘은 곳이에요. 매주 목요일에 건너편 지하철 입구에 과일 파는 트럭도 오고요. 쌍화탕 같은 전통차를 파는 분도 이 사거리에서 공장 사장님들한테 차를 팔며 잠깐 머물렀다 이동해요. 이렇게 제가 생활 속에서 알게 된 내용이 흥미롭더라고요. 이동형 상점이 각자 어떤 경로로 움직이며 일하는지 기록했어요.

(조예진) 크리스 하마모토는 미국에 사는 제 친구 이름이에요.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매년 여름마다 한국에 와요. 그의 이름을 빌려 가상의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와서 서울을 누빈다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루 동안 이동형 상점이 이동하는 코스를 따라 지도를 만들었어요. 일종의 단편소설처럼요. 외국인 친구가 관광하는 상황 설정에 맞춰 화면에 구글 맵이 띄워져 있는 모습으로 편집했어요. 저희는 매호마다 지역에 대한 경험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지도 형태를 고민하는데, 이것을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여겨요.

<아마추어 서울> 9호 ‘크리스 하마모토씨의 일일’ / 아마추어 서울 제공

아마추어 서울10호까지 발행했는데, 그 안에서도 어떤 변화나 흐름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유혜인) 1호부터 4호까지는 지역에 관련된 과거 신문 기사나 문헌 등을 찾거나 저희가 한 지역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것을 주관적으로 다뤘어요. 5호부터 10호까지는 그 지역과 깊게 관계 맺은 특정 인물을 만나 그의 시선으로 지도를 만들었고요. 5호 ‘김경란의 성수동’ 같은 경우도 성수동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와 협업해 성수동의 지도를 만들었죠. 6호 ‘백태종의 초동’에서는 을지로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사장님을 인터뷰했어요. 20년 넘게 을지로에서 일하며 관찰한 것에 대한 이야기와 개인사를 녹여 지도로 만들었어요.

(조예진) 아마추어 서울의 지도는 실제로 어떤 지역을 탐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지도라고 보긴 어려워요. 오히려 지도 한 장 펼쳐놓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는 간접 여행을 위한 지도죠. 그래서 1호에는 저희의 산책 코스를 다른 사람들도 직접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자기만의 코스를 그려 넣기도 했어요.

세화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솔리드 시티> 전시에는 어떤 내용으로 참가했나요?

(조예진) 이번 전시는 두 가지로 나뉘어요. 첫 번째는 아마추어 서울이 지난 10여 년간 해온 활동을 아카이빙해 소개하는 것이죠. 수집한 물건, 주운 것, 관계 맺은 분들이 주신 선물, 예지동에서 산 빈티지 손목시계 등 지난 활동을 요약해 소개하는 부분이 있고, 다른 부분은 4개월이라는 긴 전시 기간을 활용해 저희가 하고 싶었던 새로운 프로젝트를 벌이는 일이에요. 지도 작업을 하면서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해 만드는 지도를 제작해보고 싶었거든요. 새로 준비하는 11호 지도는 전시 기간 중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의 답으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총 19가지 질문이 있어요. 서울에서 가장 오래 산 지역은 어딘지, 서울에서 슬픔을 잊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매일 어디로 가는지 등 사소한 질문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응답한 것을 보면 재미있거든요.

그동안 서울의 이곳저곳을 많이 살펴봤을 텐데, 특히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한 지역이 있나요?

(조예진) 이 질문에 대해 오래 고민했는데, 살기 좋은 동네라는 기준은 시기마다 바뀌는 것 같아요. 나이에 따라서, 가치관에 따라서 말이죠. 저는 평생을 거의 아파트에서만 살았어요. 제가 살 집을 선택할 수 있는 시점부터는 빌라에 살았고, 곧 주택으로 이사할 예정이에요. 다 똑같은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나무로 돼 있는 천장이나 특이한 구조에 매력을 느끼며 살 때, 주어진 환경에 내가 익숙해지는 시간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반려견 2마리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집 근처에 산책할 수 있는 흙과 나무가 있는 공원이나 산은 꼭 필요하다는 식으로 바뀌었어요.

(유혜인) 재래시장이 있다거나 나무가 많고 숲이 가까이 있는 곳이 좋아요. 언젠가부터 상업 시설이나 편의 시설이 많은 것보다 사람 사는 동네 분위기를 더 좋아하게 됐어요. 집에서 나오면 시장이 있고 걸을 만한 숲도 있는, 그런 동네를 마음에 품게 된 것 같아요. 지금 기억나는 곳은 독립문 쪽이에요. 거기도 재래시장이 있고 도서관 뒤쪽으로는 단지가 조성돼 있어요. 주변 풍경도 좋고요. 오래전 이 지역을 지도로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더 애정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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